“생각의 지점을 건드리고 싶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티팔이 아티스트, 송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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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 11. 19. 20:16]

지난 11월 10일, 중앙도서관 1층 소극장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에서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송호준 작가는 “창작을 위해선 계획이 필요한가? 우연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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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작가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그가 제작한 우라늄 방사능 목걸이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보고 그는 ‘죽음을 시음해 보고도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평범한 공돌이에서 예술가로

그는 원래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공학대학원에 진학했을 때까지는 말이다. 송호준 작가는 “절대 공부에 흥미가 있어서 대학원 진학까지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할 일도 없고 공대 대학원만이 자신을 받아 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송호준 작가를 사로잡은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만드는 것에 몰두하게 된 그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일하다 연구소에서 쫓겨나고, 이를 계기로 대학원을 자퇴한다. 대신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작가로 전향할 것을 결심한다. 이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The Strongest Weapon In the World)’, ‘사과(Apple)’, ‘방사능 목걸이(Radiation Jewelry)’ 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회에도 초청되는 등 예술계에서 인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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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Apple, 이 ‘사과’는 관객들이 사진을 찍어줄 때마다 한 칸씩 빨갛게 익어간다.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송호준 페이지>

그렇게 인정받는 작가로서의 삶을 보내던 중, “작가라는 말이 듣고 싶은 걸까? 혹은 적극적으로 스스로와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살고 싶은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작품만을 생산해내는 삶이 얄팍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망원동 사는 송호준이가 쐈다.”

송호준 작가는 ‘인공위성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다. 인공위성 만드는 방법은 이미 오픈소스로 제공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이를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다른 본질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그는 인공위성을 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단, 인공위성의 조립과정, 주파수 확보, 법적 허가 등의 위기에 직면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위기에 봉착하여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것도 하나의 시나리오였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가장 처음 직면한 문제는 돈이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송호준 작가는 인공위성프로젝트에 필요한 1억 원을 모으고자 티셔츠를 제작해서 팔기 시작한다. 하지만 티팔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1억 원을 모으기 위해 1억 원을 들여 티셔츠를 만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티셔츠를 팔고 싶으면 예쁘게 만들어야지, 멋진 명분을 달아놓는다고 팔 수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덕분에 그는 ‘티팔이 아티스트’라는 매력적인 별칭을 얻게 된다.

어떻게든 자금을 확보한 그는 법의 규제에 맞서 시비를 트는 발표를 준비하거나 강력한 비판을 담은 결과물을 전시하며 정보를 가진 자들, NASA 회원들을 자극했다. 그렇지만 그를 비난하는 이도, 규제하는 것도 없었다. 상황은 그가 인공위성을 꼭 만들어낼 수밖에 없도록 진행되었다. 결국 ‘망원동 사는 송호준이가 인공위성을 쏜 것이다.’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뿐.”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세계 최초’, ‘꿈과 희망의’의 수식어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하늘에 반짝이는 자신의 별을 달고 싶어서 그런 것도, 과학자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닌, 단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뿐이었다.

그런 그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좌우명(motto)이 바로 ‘용두사미(anti-climax)’라고 작가는 말했다. 용두사미란,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란 말로 시작은 그럴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바로 그랬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그는 사람들이 인공위성을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 다양한 생각을 제시하고 포용하는 일들이 마구 벌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그가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귀국했을 때 공항에는 그의 여자 친구뿐이었고 취재원은 한 명도 없었다. 매체는 본인을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사람’으로 기억할 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가 쏘아올린 인공위성도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로 이미 바다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부품을 직접 찾아서 인공위성을 만든 사람은 그가 유일하므로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은 그만의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여러 가지 생각의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라고 송호준 작가는 말했다.

이어 송호준 작가는 “계획을 통해 창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철저히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과정에서 모든 상황이 연결되어 있으며, 의도했다고 그대로 되었을 보장도 없다.”라며, 창작을 위해선 계획이 필요한가? 우연이 필요한가?’에 대해 결국 “우연이 창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졌다. 인공위성프로젝트를 진행하는 5년의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없었다.”라며 “계획적으로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들은 장진호 교수(기초교육)는 “40살이 되도록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기가 하고자 한 선택은 이루며 살아온 송호준 작가의 모습이 멋있다.”라며 “요새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지위와 일자리를 갖는 것이 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이 안정 지향성이 호기심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민 기자(julie@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