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꿈꿀 수 있을까? ‘대학언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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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를 읽는 사람이 없다. 학보사에 활동하는 기자는 점점 줄어든다. 학교의 간섭으로 원하는 기사를 낼 수도 없다. 인력난 때문에 수준 낮은 기사로 지면을 채우게 된다. 더욱더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대학 학보사들이 맞닥뜨린 상황이다. 열악한 여건과 구성원들의 무관심에 직면한 대학언론은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스트신문 창간을 계기로 오늘날 대학언론의 현실을 짚어본다.

  ◆ 고사 직전 대학언론

6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대신문>의 현재 정기자 수는 단 3명이다. 작년 말까지 9명의 기자가 활동했지만, 수습기자들이 정기자로 얼마 활동하지도 않고 퇴사해 16개 면을 편집장을 포함해 기자 3명이 채우고 있다. 기자 수가 줄다 보니 업무 부담은 늘어났다. 한 호에 기자 한 명이 2~3개의 기사를 쓰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평균 5개씩을 써야 지면을 겨우 매울 수 있다. 도선인 <전대신문> 편집장은 “어떤 호에는 혼자 11개의 기사를 쓴 적도 있다”며 “신문사 업무가 과중한데 기자 활동비는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기자들의 퇴사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지면을 줄이거나 발행주기를 늘릴 수도 없다. 신문 스스로 영향력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선인 편집장은 “발행주기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다. 하지만 극복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다행히 수습기자들이 많이 들어온 상태이다”고 말했다.

  ◆ 학교와 학보사의 갈등

지난 3월 30일 상지대학교 학보인 <상지대신문> 535호는 1면과 3면이 비어있는 ‘백지(白紙)’ 상태로 발행됐다. 상지대신문사에 따르면, 애초 1면과 3면에 각각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농성선포식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간교수가 학내 분규 관련 기사가 실리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이유로 기사 게재를 거부했다. 이에 <상지대신문> 기자들은 주간교수의 사과와 사퇴, 편집권 보장, 주간교수 선임 시 기자단과 사전 협의 등을 요구하며 해당 기사를 뺀 채 신문을 발행했다.

동국대학교 학보인 <동대신문>의 경우, 2015년 3월 23일 발행예정이던 <동대신문> 1561호를 주간교수가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행이 연기되었다. 당시 <동대신문> 편집장이었던 이승현 씨는 “학보는 학생들이 만들지만, 발행 권한은 총장 또는 총장을 대신하는 주간교수가 가지고 있다”며 학보사들의 구조적 모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보사의 주인이 총장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집권 갈등은 지난해에만 상지대, 동국대를 비롯해 서울여대, 서울시립대, 조선대, 한성대, 한남대 등에서 일어났고 그 결과도 발행연기, 신문 수거, 백지발행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편집권

<편집권을 둘러싼 학생기자와 주간의 줄다리기는 공평한 것이 못 된다.>

 

◆ “더 힘든 건 학생들의 무관심”

전남대학교 사범대 4학년인 유 아무개 씨는 대학언론을 읽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학을 4년 다녔지만, 대학언론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학내의 일이 어떻게 되든 나한테 도움은 안 될 것 같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눈앞의 시험과 취직이다”고 말했다.

가판대

<신문을 가득 든 가판대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린다.>

  학생들의 대학언론 외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대학언론은 학내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들도 적극적으로 다루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당시 일간지와 달리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대학언론은 대안언론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고 IMF위기 이후 학생들에게 취업과 생계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면서 대학언론을 읽는 사람들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매체의 다양화도 대학언론에 큰 타격을 주었다. TV 뉴스가 큰 인기를 얻더니, 인터넷뉴스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1인 미디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문, TV, 인터넷, 라디오, 블로그 등 매체의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대학언론이 위기를 맞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서울대 학보사인 <대학신문>의 전 편집장인 송승환 씨는 “모든 언론 매체에 변화와 혁신은 숙명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 독자들이 잘 읽어줬던 주제도 현재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말은 대학언론이 무엇을 다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제공하여야 하는지? 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학보사는 혁신을 주도해야 할 학생 기자의 자원이 부족하고 혁신을 더디게 만든다”고 말했다.

◆ 독립언론의 등장

포스텍의 <포춘>은 지면 없이 SNS와 블로그를 통해 기사를 제공한다. 2015년 7월에 창간한 새내기 언론이다. 이렇듯 기존 대학언론들의 쇠퇴 속에서도 새로 창간되는 대학언론들이 있다. 여러 대학에서 창간되고 있는 독립언론이 그것이다.

<고급찌라시>(성균관대), <잠망경>(중앙대), <외대알리>(한국외대), <이대알리>(이화여대) <성신퍼블리카>(성신여대), <연세두리>(연세대), <회대알리>(성공회대), <포춘>(포스텍), <국민저널>(국민대) 등은 창간한지 5년이 채 안 된 신생언론사들이다. 이들은 기존의 학보사들과는 달리 대학의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고, 발행과정에 참여하는 주간교수도 없다. 오로지 학생들의 힘으로 언론사를 운영한다.

<포춘>을 창간한 최지훈 씨는 <포춘> 창간의 목표로 학생 중심의 관점에서 이슈를 풀이하겠다는 것을 꼽았다. “기존 학내언론들이 기계적 중립에 치중하느라 피해자이며 약자인 학생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정말 학우들이 공감할 수 있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독립언론의 창간을 돕는 단체도 생겨났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현재 ‘N대알리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대학의 독립언론 창간을 지원하고 있다. 기자 5인 이상만 모이면, 신문 제작 교육을 제공하고 광고수주를 도와 학교의 지원 없이도 신문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3월 15일 네 번째 알리인 <세종알리>(세종대)가 창간됐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정상석 이사장은 “<외대알리>가 2012년 창간 이후 학생사회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고 이 모델을 다른 학교에도 확산시켜 보자는 생각에 ‘N대알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며 “현재 1000부에서 1500부 정도 발행하는데 하루 정도면 발행 부수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현재까지 3년 동안 적자 없이 신문이 계속 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독립언론이 대학언론의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6년 2월 22일 <고급찌라시>는 27호를 마지막으로 기약 없는 정간을 선언했다. 운영의 어려움이 그 이유다. 최지훈씨는 “<포춘>은 1인 미디어인데 아직 신입 필진을 뽑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사비를 털고, 대학의 압박에 시달리며 시간은 시간대로 쓰는 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 무(無) 언론 22년

지스트는 개원한 지 2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언론기관이 없었다. 작년인 2015년에서야 지스트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스캐치>라는 독립언론이 탄생했다. <지스캐치>를 창간한 백승혁(14⦁기계) 학우는 “대학언론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대학에 언론기관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 대학에 언론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신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라며 창간 동기를 밝혔다.

<지스캐치는> 1년여간의 활동을 거쳐 지스트 공식기구인 <지스트신문>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백승혁 <지스트신문> 편집장은 “독립언론과 공식학보사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독립언론은 학생 기자들의 뜻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고 기자들의 열정만을 가지고 조직을 계속 운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공식언론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최철민 기자 ferror@gist.ac.kr

삽화 윤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