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화재대피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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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에 있었던 개소식 이후, 4시에 두 번째로 연구실 안전체험 교육장을 방문했다. 이삼십 명 있던 행정직원들은 어느새 돌아가 있었다. 아침엔 사람들이 북적거려 미처 부스 체험을 하지 못했던 터라, 박종영 행정원 인터뷰를 한 이후에 체험하기로 했다. 부스 체험은 입구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쭉 걸어서 나오는 OT룸에서 시작됐다. 이곳엔 25개가량의 컴퓨터 책상이 있었다.

OT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4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CCTV와 그 옆에 있는 ‘START 화재대피 체험’ 방이었다. 개소식 때 문승현 총장과 허호길 부총장, 그리고 처장들이 화재대피 부스를 체험했었다. 문 총장은 숨을 고르면서 체험을 끝마쳤고, 허 부총장은 “어이구, 만만치 않네”라고 말한 것을 봤던 터라 이 부스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컸다.

비록 나가는 출구는 OT룸 밖에 있었지만, 입구와의 거리는 10 m 남짓일 정도로 화재대피 체험 부스의 크기는 작아 보였다. 박종영 행정원은 이 체험으로 인해서 화재 시 승강기 사용의 위험성, 그리고 방 너머 불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손잡이가 뜨거운 것 등을 조심해야 하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체험이니만큼 어설플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부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이렌 소리가 귀를 때려댔다. 화재를 경고하는 알림음이 들리면서 방문이 닫히자, 어두운 복도가 눈에 들어왔고, 희미한 불빛이 저 멀리에서 보였다. 승강기의 불빛이었다. 불빛으로 발걸음을 향하자, 유황과 비슷한 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불쾌할 정도로 냄새가 심하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맡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박종영 행정원이 ‘승강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했던 터라, 그 말에 대한 괜한 반항심이 생겨 승강기로 발걸음을 향했다. 승강기는 버튼을 눌러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짜 승강기일 것이 틀림없기에 그러려니 했다. 출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더니 승강기 뒤쪽으로 통로가 보였다. 통로 너머엔 복잡한 회로들이 얽힌 전기 배선반이 있었다. 그것들은 전혀 어설퍼 보이지 않았다. 순간 ‘진짜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이 통로는 출구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뒤로 돌아섰다. 문고리가 하나 보였다. ‘아, 이거구나’ 하면서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겼다. 그러자 문고리가 문에서 뚝 떨어져 나왔다. 상당히 당황했다. ‘내가 고장 냈나’는 생각이 들었다. 문고리를 다시 문에 꽂아 넣고 나서야 이 길로는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깜했기에 허둥지둥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통로를 따라서 무작정 걸었다. 눈앞에 보이는 손잡이,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박종영 행정원이 “왜 입구로 나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출구가 아니었다. 헛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들어가자 이제야 두 번째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가상 체험인데도 불구하고 당황하고, 긴장해서 이렇게 시야가 좁아지는데, 실제라면 얼마나 시야가 더 좁아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화재가 발생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하자 저절로 오금이 저려왔다. 옆 통로로 가자, 눈높이에 고정된 두 개의 철봉이 있었다. 철봉은 스펀지 재질로 감싸있어, 부딪쳐도 아프지 않게 되어있었다. 첫 번째 철봉을 고개를 숙여서 지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 철봉도 고개를 숙여 지나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발에 걸리는 물체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철봉이 발목 높이에 숨겨져 있었다. 다행히 바닥은 푹신한 재질로 되어 있어서 다치진 않았지만, 발밑을 보지 못해 넘어진 것은 충격이었다. 그때 들었던 감정은 공포였다. 어서 방을 나가고 싶었다.

그런 급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빨리 걸어가자, 천장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져 나왔다. 놀라진 않았다. 아마 천장이 붕괴하는 상황을 연출했을 것이리라. 판자같이 생긴 물체는 천장에 실로 연결되어 끝까지 떨어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눈앞에 출구가 보였다. 이제 나갈 수 있으리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갑자기 천둥이 치는 듯 큰 소리와 함께 옆에서 벽이 뜯어져 나왔다.IMG_3217

<CCTV, 벽이 뜯겨 나와 소스라치게 놀라는 기자. 사진 =연구실 안전체험 교육장 제공>

이 부스를 만든 사람은 내게 ‘끝까지 방심하지 마라’라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출구 쪽으로 걸어가자, 보이는 것은 두 개의 문고리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부스에 들어가기 전 ‘손잡이가 뜨거운 것을 조심하라’는 박종영 행정원의 말이 떠올랐다. 실제 화재상황도 아니고, 손잡이가 뜨거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두 번 철봉에서 넘어지고, 벽이 뜯겨 깜짝 놀라기도 하니까, 손잡이가 진짜 뜨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싹오싹했다. 손잡이를 열기 전에 뜨거운지 확인하기 위해 툭툭 건드려볼 수밖에 없었다.

손잡이 온도는 당연하게도 차가웠다. 그렇게 확인절차를 한 후에 열었던 손잡이는 가짜였다. 그냥 벽에 손잡이를 붙여놓은 것이었다. 그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박종영 행정원이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밖에서 많이 웃었을까.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며 실제 화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부총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짜 만만치 않았다.

이날 체험했던 부스는 화재대피뿐만이 아니라, 완강기 체험, 국소배기 체험, 소화기 체험, 전기안전 체험 등 14가지가 있었다. 박종영 행정원은 가상현실 안전체험과 무인 Q&A 부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론적인 교육이 아니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 교육장이 생기므로 많은 학생이 즐겁게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준렬 기자 dynamic9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