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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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무인기 1대가 시험비행 중 추락했다. 추락 원인은 연구원의 실수. 바람의 방향이나 크기를 측정하는 센서를 정반대로 연결했다.

연구원들은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문제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사소한 문제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직무 태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좋은 연구는 연구할 환경이 잘 마련되어있는 것이 바탕이 된다.

연구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구실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연구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연구실 분위기나 담당 책임자, 교수의 성격이 그 주제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는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연구자는 지원 없이는 연구를 할 수없다. 그것이 연구자를 ‘을’로 만드는 이유다.

연구에 실패했을 때 연구원의 자비로 비용을 물어낸다는 발상은, 발상 자체부터 틀렸다. 국가가 과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을 강제로 사채를 쓰게 하는 것과 동일하게 만드는 발상이다.

흔히 국가는 ‘돈이 되는 연구’만 지원한다고들 한다. 당장 필요한 연구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지원을 받기 어렵다. 매번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연구에 대한 책임을 빌린 돈에서 느끼게 한다면 구태여 그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증명하라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무인기 추락으로 인해 인당 13억 정도의 돈을 국가에 배상하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앞으로 몇 년을 일해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국가는 추락한 무인기 가격을 연구원들이 배상할 돈으로 메꾼다. 어쩌면 연구원 자리는 다른 과학자로 채워진다. 국가가 필요해 진행한 연구에 국가의 책임이란 없다.

많은 과학자들은 연구 그 자체를 위한 연구를 꿈꾼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사회는 아직 꿈꾸기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