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은 진로 고민의 끝 아닌 새로운 시작”

0
837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 강리현 학생 인터뷰

강리현 학생은 처음부터 상냥함이 인상 깊은 사람이었다. 인터뷰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도 배려가 묻어났고, 대화하는 내내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귀여운 강아지가 그려진 맨투맨 티를 입고 열성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모습에서는 후배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IMG_5477(1)

GIST대학의 수많은 학생이 그렇듯 강리현 학생의 대학 생활도 진로 고민의 연속이었다. 대학 입학 당시의 진로계획을 묻자 “조금 더 얘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라며 말을 꺼냈다.

“중학생 땐 교원인사 행정 전문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이 있었어요. 먼 미래에는 승진해서 장관도 되겠다, 막 이런 엄청난 포부를 갖고 있었고요. (웃음) 말하자면 원래 사회과학 쪽에 관심이 있었던 거죠.”

인문 분야의 진로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소 강압적인 아버지의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과학고에 지원했다. 마침 입학사정관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돼 면접만 보고 운 좋게 과학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GIST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이공계 대학원 진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들을 고민했다.

“1학년 때부터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재미있게 배우고 있던 화학과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죠. 처음엔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을 고려했는데 이곳은 학문적인 성향이 짙더라고요. 저는 좀 더 실무적인 것을 배우고 싶어서 더 알아보다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을 접했어요. 이곳은 (응용 분야가 다양한)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고, 취업 전망도 좋았어요. 그리고 그곳에 GIST대학 선배들이 계셔서 정보도 얻기 좋았고 추천서도 필요 없었고요. 고민 후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으로 마음을 굳혔어요.”

그가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으로 진학을 변경한 계기는 4학년 1학기에 들은 김희삼 교수의 ‘교육의 경제학’강의였다.

“제가 워낙 진로 고민이 많아서 기말 에세이 주제를 진로교육으로 했어요. 근데 에세이에 담긴 제 진로 고민에 관심을 갖고 따로 코멘트를 주신 거예요. 교수님께선 경제학의 전망, 경제학의 유용성과 범용성, 커리큘럼 등을 근거로 경제학과 진학이 더 도움 될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한 후 그때부터 준비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경제학부 진학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 입학을 위해선 경제학 전공과목 시험 3개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그는 치열한 경쟁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주위의 응원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결정으로 이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휴학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시생만큼은 아니지만 온종일 공부만 했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전공 교재들 사서 공부하고 연습 문제 풀고. TEPS 성적도 필요해서 공부했고요.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산업 관련 뉴스를 되게 열심히 듣고, 책도 읽었어요.”

“외부 강의들도 도움이 돼요. 원래 집이 목포인데 시험 준비하면서는 계속 서울에 있으면서 KDI, 창비 등이 주최하는 세미나나 강연도 많이 들었죠. 해당 기관 홈페이지나 뉴스를 보면서, 또 온오프믹스라는 강연 정보 제공 플랫폼을 검색하면서 강연 정보를 알아봤어요. 대부분 무료이거나 5000원 정도의 가격이에요. GIST대학 포스트휴먼 융합학문연구팀에서 여는 강연도 챙겨 들었고, 복학 후에는 졸업논문과 병행해서 입시를 준비했어요.”

경제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본인의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중점인 GIST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에 진학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개설되는 인문 강의 수가 종합대에 비교해 적어서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제가 화학과 대학원으로 갔다고 가정하면 유기화학과 물리화학만 듣고 간 거랑 똑같은 거거든요. 타 대학 인문 전공 강의와 비교했을 때도 담고 있는 내용이 적은 수업도 있고요. 대부분의 GIST대학 인문 교수님들이 일반 시민이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전공수준은 아닌 정도로 강의를 하시거든요.”

그는 학교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함을 언급하고, 대신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말했다.

“코세라(Coursera)같은 곳에 들어가서 해결할 수 있어요. 근데 여기서도 잘 짜인 커리큘럼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어떤 개념을 알아야만 다음 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또, (강의 내용이) 겹치는 경우엔 습득 효율성이 떨어지죠.”

그는 후배들에게 분야에 상관없이 유용하게 활용되는 범용적 능력(Transferable skill)을 기를 것을 조언했다.

“경제학에서도 세부 분야에 따라 프로그래밍 스킬이 중요할 수 있어요. ‘R’이나 ‘MATLAB’, ‘python’도 잘 다루면 좋죠. 또, 이론적으로 하는 부분에서는 실변수해석학이랑 위상수학, 그래프이론 등을 굉장히 잘해야 해요. 이런 것이 범용적인 스킬이고, 다른 전공으로 가더라도 그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잘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신입생들에게 학점 관리에 소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학점은 어딜 가나 중요하고, 그 이상으로 수업을 들으면 분명 얻어가는 게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지식이 자기 머리를 스쳐 간 느낌밖에 없어요. 한때 제가 학점을 믿고 안주한 것이 굉장히 후회되기 때문에 제발 저 같은 실수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또한 이공계외의 진로를 결정할 때 신중할 것과 변경한다면 일찍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공계 외의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은) 그것이 도피성 진로 변경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공계 대학원에 가기 싫어서 이제 조금 관심 가지는 수준의 인문사회계/예체능계 등으로 변경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전이라는 맥락에서요. 또, 전공 바꿀 생각이 있는 친구들은 일찍부터 해당 전공 학부생이 배우는 주요한 것들을 익히고 가면 좋겠어요. 석사 때 시작해도 따라잡을 수 있긴 하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연구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최윤 기자 choiyoon@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