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풀어낸 ‘오월광주’, 그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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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독립영화관, ‘5·18 38주기 특별전’ 열어

지난 5월 18일 전후,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 38주기를 맞아 각종 행사로 들썩였다. 17일 저녁에 열린 전야제를 시작으로 금남로 시민공론화회의, 오월정신계승 전국대학생 퍼레이드 등이 연일 이어졌다. 한편 금남로를 지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뒤편에 위치한 광주독립영화관에서도 5·18을 기념하는 ‘5·18 38주기 특별전’이 열렸다. 특별전 이튿날인 19일, 상영작 ‘광인’을 관람하기 위해 광주독립영화관을 찾았다.

광주독립영화관(GIFT)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 4월 11일 개관한 단관 극장이다. 동구 서석동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에 위치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화관 6층에 내리자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작은 휴게공간과 매표소가 맞아준다. 왼쪽 벽면으로는 독립영화와 광주독립영화관에 대한 설명도 눈에 띄었다. 영화관엔 이미 도착한 관객 몇 명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표를 살 필요 없이 바로 입장하면 된다는 직원의 말에 곧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91석 규모의 상영관은 아직 사람들이 몇 명 없는 거의 빈 상태였다. 이날 저녁 상영된 작품은 ‘광인’. 윤수안 감독의 ‘맛의 기억’과 조재형 감독의 ‘떠도는 땅’ 두 단편이 함께 묶인 작품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동안 총 7편의 독립영화가 상영됐다. 광주독립영화관 관계자는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영화들은 독립영화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오월 광주’를 담고 있다”며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이해와 사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영 시작 시각이 가까워지자 밖에 있던 관객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작은 상영관이 제법 찬 가운데,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다양한 시각의 새로운 5·18 작품 필요해

70분 동안 스크린에는 5·18을 둘러싼 현시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관객들도 사뭇 진지한 태도로 영상에 집중했다. 어느덧 영화가 끝나고, 무대에는 감독과 배우가 관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GV(Guest Visit) 자리가 마련됐다. ‘떠도는 땅’의 윤수안 감독과 신동호 배우, ‘맛의 기억’의 정경아 배우가 자리했다. 몇 년이 지나도 가슴 뜨거운 5월에 영화가 상영돼 감동적이었다는 신동호 배우의 소감을 시작으로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언제 처음 5·18을 마주했냐는 질문에 광주 출신 감독과 배우들은 각자의 경험을 풀어놓았다. 정경아 배우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어려서 집에서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대치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 등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신동호 배우는 “소문으로 제일 먼저 알게 됐다. 동네의 누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다더라 하는. 연극을 시작하면서 연구단원 신분으로 10일간의 항쟁에 대해 다룬 극단 작품을 보게 됐다. 그때가 매우 더운 계절이었는데 추워서 닭살이 돋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광인’이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윤수안 감독은 “운암동에 교통정리를 하러 종종 나타나시는 알코올중독자 아저씨가 계신다. 그분의 삶이 궁금해 어떤 분일까 고민한 데서 얘기가 흘러나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인 역을 연기한 신동호 배우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분과는 다르지만, 인물 구축을 하는데 참고한 동네 주민분이 있다. 그분은 확실히 부상자 동지회 회원이다. 주변을 다니며 이상한 언행을 하는 분이 있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 우리라고 제정신인지 어떻게 장담하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5·18을 바라보는 예술가로서의 견해를 밝히며 대화가 마무리됐다. 신동호 배우는 “예술가로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다양한 지점들을 작업 안에 충분히 녹여내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는 이미 수천 편이 있지만, 새로운 주제와 장르로 지금도 계속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5·18에 대해서도 예술가들이 할 일이 여전히 참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수안 감독 또한 “5·18은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어찌 보면 광주에서 일종의 권력일 수 있다. ‘5·18의 기득권에 매몰되어 광주가 보수화되고 있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며 “더 나아가 자성의 목소리도 갖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예인 기자 smu0401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