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논란‧‧‧아시안게임에서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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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강희주 기자

예술체육요원제도 개선여론, 전문연‧산기원에도 영향 미치나

삽화 = 강희주 기자
삽화 = 강희주 기자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병역특례 여부가 이슈가 됐다. 특례제도의 전면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특례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긍정적 목소리도 있다. 병역특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면서 2016년 이후 잠잠했던 국방부와 산업계·이공계 간 대립도 다시 붉어졌다.

현재 병역법 제33조 7 제1항에 따라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은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다.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의 경우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2년 10개월 동안 예술‧체육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하지만, 사실상 면제에 가깝다. 예술‧체육요원기간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선수 생활이나 코치, 감독 등으로 활동하면 복무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특례를 받는 인원은 축구 20명, 야구 9명 등 총 42명이다.

하지만 병역특례법이 처음 제정됐던 1973년과 현재의 시대적 환경은 사뭇 다르다. 그중 하나는 예술‧체육 분야 특례기준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다. 병역특례기준에 명시된 국위 선양은 ‘나라의 위세를 널리 드러냄’을 의미하는데, 과거에는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이미 프로리그가 자리를 잡은 현재 예체능 분야의 경우, 선수들이 개인의 성공을 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국가 위상보다는 자신의 경력단절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예술‧체육요원의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성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병역특례제도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 역시 크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단 한 번이라도 획득한다면 병역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부는 누구나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병역특례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할 일부 선수들은 특례제도를 합법적 병역기피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심까지 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받은 오지환 선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입대 후 국군체육부대(상무) 혹은 경찰야구단에서 활동하며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지환 선수는 아시안게임 전까지 입대를 스스로 거부했다. 일부는 오지환 선수가 아시안게임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병역을 기피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고, 이 때문에 병역특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늘어나기도 했다.

분야 및 종목에 따른 불공정성 문제도 있다. 우선 스포츠 분야의 병역특례가 특정 체육 종목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주장이 있다. 아시안게임의 육상이나 수영 등 비인기 종목의 경우 순위권 안에 들기 어렵지만, 금메달이 아니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특례 대상이 정통예술 분야에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대중예술 분야 등에서 국제대회 입상과 동등한 성과를 내더라도 그 특혜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일부는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며 K-pop을 널리 알린 ‘방탄소년단’도 특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예체능 분야 병역특례의 불공정성 때문에 대다수의 여론이 병역특례 기준 변화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에 몇몇 국회의원들은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개선을 논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러 분야에서 한류를 일으킨 이들을 특례대상으로 인정해주기 위해 ‘세계 1등 청년 병역특례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또 ‘병역특례 마일리지 제도’라는 개선안도 제시됐다. ‘병역특례 마일리지 제도’란 각종 대회의 순위에 따라 선수에게 마일리지 점수를 부여해, 특정 기준을 넘을 경우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예술‧체육에 몰린 여론, 큰 틀에서 바라봐야
문제는 일부가 예술‧체육요원이란 한 부분을 병역특례제도 전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제성이 큰 스포츠 선수들이 여론에 주는 영향력에 비해 예술‧체육요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10년간 병역법 및 시행령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인원은 총 458명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31일 기준, 2만8286명이 병역특례요원 자격으로 복무 중인 것을 감안하면 병역특례를 받는 인원 중 예술‧체육요원은 극소수다. 그런데도 여러 매체에서 노출된 아시안게임 병역특례의 부정적 모습만을 근거로 병역특례제도 전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들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예술‧체육요원의 문제를 포함해 다른 병역특례 분야의 문제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기능요원 제도에는 법의 허점으로 인해 특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산업기능요원이란 기술 자격이나 기술 면허를 가진 청년들이 국내 기업에 근무하며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정보기술(IT)산업 등 특정 업종에만 적용되는데, 문제는 같은 산업분야의 기업이라도 어떤 업종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특례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외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인 ‘센트비’는 그 예시 중 하나다. 기존에 정보기술(IT) 스타트업으로 분류됐던 센트비는 산업기능요원의 제도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채용해왔다. 하지만 외환 거래법 개정으로 인해 금융업으로 편입되면서 이 특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센트비는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미적용으로 인해 개발인력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역특례제도, 폐지 논란 속 눈치싸움
현재 국방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 시대에 접어들어 2023년에는 약 2, 3만 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에서는 2016년부터 병역특례 인원의 감축 및 폐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병역자원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을 대비해야 하며, 국방개혁의 추진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현역판정비율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전환복무자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 인력자원은 국방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향후 대체복무에 대한 인력지원 규모도 국방부 및 관련 기관과 협의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병역특례 제도의 감축 및 폐지 방안에 이공계와 산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이공계에서는 국방부가 이공계 인재부족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안을 내놓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존 전문연구요원 선발 인원 축소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 기업의 전문가들도 “국방의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와 산업발전에 더 이바지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며 입장을 전했다.

병역특례 논란이 계속되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이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2020년까지 육군, 해병대는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로 단축이 완료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병역 부담을 완화하고 장병들의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겨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병역특례제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소, 벤처기업의 R&D 인력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군 복무 단축이 병역특례제도 폐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방의 의무’, ‘인재육성과 산업발전’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지는 징병제를 시행 중인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삽화 = 강희주 기자
삽화 = 강희주 기자

남유성 기자 dbtjd6511@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