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을 연못에 던지고 싶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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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 작가 사진 출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이산화 작가
사진 출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공학도에서 전향해 SF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산화 작가다. 그는 GIST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GIST대학원에서 물리화학 분야 석사 학위 취득 후 SF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필명인 ‘이산화’는 사람 이름처럼 들리면서도 전공과 관련되어 선택했다고 한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아마존 몰리」, 「증명된 사실」,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등 여러 대표작을 가진 작가 이산화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작가 이산화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F 작가 이산화입니다. 현재는 SF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보는 중입니다. 「증명된 사실」은 SF 호러이고,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SF의 하위 장르인 사이버 펑크에 속하면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새로운 장르를 찾아다니면서, 제가 어떤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다른 재미있는 분야는 없을지 꾸준히 시험해 보고 있습니다.

특히 추리/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해서 앞으로도 SF 미스터리는 계속 쓰고 싶습니다. 사건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 주가 된단 점에서 두 장르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기도 하고요.

글쓰기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하지만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때입니다. 소설 쓰는 게 취미인 친구를 만나서, 저도 따라 써 보기 시작한 거죠. 그때도 과학은 좋아했으니까 나름대로 SF 비슷한 소설을 썼던 것으로 기억해요. 고등학교 때에도 문예부에 들어서 계속 글을 썼고, 그렇게 쓴 단편을 모아서 대학 입시 때 창의성 증빙자료로 내기도 했습니다. 당락에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석사 학위 취득 후 연구를 지속하지 않고 작가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 남아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전공했던) 화학은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저만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게 즐거웠고, 남들에게 더 보여 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더욱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 싶었어요. 아마 연구를 계속했더라도 글은 취미로나마 쭉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하신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본격적인 작가 활동’의 정의를 먼저 내리고 시작하죠! 글을 써서 돈으로 바꿀 수 있으면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죠?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 본 건 학부 4학년 말이었습니다. 대학원 때도 공모전, 언론 기고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기회가 있었고요. ‘이산화’로서 정식으로 프로 작가 데뷔를 한 건 학위논문을 마친 뒤네요. 사람이 졸업할 때가 돼서 시간이 남으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표작들을 소개해주세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기술은 발전했지만 삶은 그다지 발전하지 않은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주인공 도나우벨레와 룸메이트 할루할로가 번거로운 사건들을 맞닥뜨리며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제 첫 장편소설이고, 표지 색이 정말로 예뻐요!
*「아마존 몰리」 : 페미니즘 SF로 기획하고 쓴 단편소설입니다. 과학기술과 젠더에 대한 이시연 교수님의 강의에 거의 전적으로 빚을 진 글이에요. 석사논문 쓰기 직전에 스트레스 속에서 구상한 소설이라 화자가 시종일관 좀 시니컬한데, 그 점이 특히 좋았다는 감상을 많이 들었습니다.
*「증명된 사실」 : 처음 책으로 출간되어 나온 단편으로, SF 호러 소설입니다. 영혼을 연구하는 시설에 부임한 이론물리학자 이야기예요. 평소에 쓰던 스타일과는 좀 다른 글을 시도해 봤는데 평가도 좋고 나름대로 화제도 되어 대단히 기뻤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 최근 SNS에서 갑작스레 인기를 끈 학창 미스터리 단편입니다.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썼는데 다들 그 시절에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에요. 학교 연못에 나트륨을 던져 보았거나, 꼭 던져 보고 싶었거나, 더한 짓도 해 보고 싶었던 분께 추천합니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아끼는 글을 딱 하나 꼽기는 힘들지만 여기서는 「스트로베리 필즈는 영원히」라는 단편을 고를게요. ‘좋아하는 소재를 좋아하는 이야기에 담아서 좋아하는 대로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덧붙이자면 저는 1960년대 히피 문화에 근본 없는 애착이 있고 그 시절의 갖가지 문화 현상을 좋아합니다. 또, 현실에선 종종 비웃음거리가 되는 허황한 이상주의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거나 위안을 찾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과학적인 장치가 들어간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요. 인물이 환각이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 빠진 모습을 일인칭으로 서술하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스트로베리 필즈는 영원히」에는 이게 전부 다 나와요. 그런 면에서 제 취향에 딱 맞는 소설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느낌의 글을 쓰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집필활동을 계속하신다면 어떤 주제를 담은 작품을 쓰고 싶으세요?

앤솔러지에 화학을 테마로 한 단편 하나를 실을 예정이고 새 장편도 차근차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꾸준히 살아남아 글을 쓰는 게 목표예요. 결국 제가 읽고 싶은 소설은 제가 직접 써야 하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SF의 언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사회적 경계선의 모호한 영역에 놓인 존재들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이 주제로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쓸 수 있지만 여기선 간략히만 설명해 드릴게요.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여성과 남성, 인간과 동물, 인간과 기계, 이성과 비이성 같은 분류들이 그다지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시광선 스펙트럼 위에서 빨간색과 주황색을 완벽히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요. 분류 기준을 아무리 잘 잡더라도 누군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경계선에 놓이게 돼요.

이런 혼종성을 가진 존재들은 SF 장르의 주요 소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이면서 기계인 사이보그, 인간과 다른 종이지만 인간처럼 지성을 가진 외계인, 생물학적 성 구분이 사라진 미래의 인간……그렇기 때문에 SF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강요되어 온 분류들(성별이나 인종 등)을 뛰어넘어 그 너머를 보기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호한 존재들을 부정하는 대신 그 자체로 인정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이 되는 거죠. 이것이 제가 최근에 관심이 있는 주제이고,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의 주된 테마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주제로 몇 편을 더 쓰게 될 것 같고요.

GIST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어떤 말을 해도 진부한 자기 계발 덕담이 될 것 같으니 대신 책을 추천하겠습니다. 한국 SF를 읽으세요! 『토끼의 아리아』 같은 곽재식 작가의 단편집이 이공계 대학생에게는 가장 읽기 즐거울 거예요, 고등학생 때의 감성에 다시 젖어보려면 전삼혜 작가의 『소년소녀 진화론』이 있고 한국 SF의 빼놓을 수 없는 버팀목인 DJUNA의 『태평양 횡단 특급』도 훌륭합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같은 앤솔러지를 먼저 읽고 맘에 든 작가의 작품을 쭉 찾아 읽는 것도 괜찮지요. 물론 제 글도 읽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GIST인에게 SF를!

최 윤 기자 choiyoon@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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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기자] 최 윤 (17, 기초교육학부)
경력:
2017년 2학기 입사
2018년 1학기 정기자
2018년 2학기~ 책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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