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속에 번질 포근한 시 한 방울

0
91
·저자 : 정재찬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6.15
·저자 : 정재찬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6.15
·저자 : 정재찬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6.15

시의 아름다움과 낭만과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여야 한다는 것을.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소중하지만 또 얼마나 지나치기 쉬운 말들인지. 벅찬 일상 속에 우리는 쉬이 시의 낭만을 잊고 산다. 그러나 잠시 잊었을지라도, 시가 주는 감동과 여운은 우리가 다시 일상을 살아나갈 힘이 될 수 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정재찬 작가는 시를 잊은 모든 이들과 시 읽기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자신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학 교양 강의를 엮은 것이다. 책의 목차를 펼치면 익숙한 시인들의 이름과 시의 제목들이 독자를 반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도 보이고, 교과서에 실린 적 있는 시도 여럿이다. 작품들은 총 열두 개의 서로 다른 주제로 나뉘어 소개된다. 사랑, 눈물, 기다림 등 사람의 감정이 주제일 때도 있고, 별, 노래, 눈 같은 시의 제재들이 주제일 때도 있다. 각기 다른 시들은 공통의 주제 안에 하나로 녹아들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저자의 능숙한 이야기 솜씨이다. 그가 조곤조곤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무슨 뜻인지 갸우뚱했던 은유들도 어느새 그 의미가 와 닿기 시작한다. 여기에 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나, 삶에 대한 저자만의 통찰이 곁들여지면 시 읽기는 훌륭한 즐거움이 된다.

소설, 영화, 노래 등 다양한 매체들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함민복의 ‘눈물은 왜 짠가’라는 작품을 소개할 땐 일본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이 함께 등장한다. 섣달 그믐날 우동 한 그릇을 나눠 먹는 세 모자의 모습은 아들의 투가리에 설렁탕 국물을 부어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진다. 시의 정서는 친숙한 이야기와 만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슴 속에 스며들게 된다.

때로 저자는 교과서적인 해석에 딴지를 건다. 김수영의 ‘눈’이라는 시를 예를 들어보자. 이 시를 해석할 때, 대부분의 교과서와 참고서에서는 눈을 순수성, 깨끗함과 연결 짓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이해라고 말한다. 대신 그는 눈이 ‘살아있다’는 시인의 진술에 주목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눈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추락과 죽음, 생명의 표상이라는 새로운 함의를 읽어낸다.

이제 다시 시가 반가운 얼굴로 성큼 다가오기 시작할 것인즉, 그러니 그만 이 책을 덮고 부디 시집을 펼치시라. 시를 잊은 그대여

책의 마지막 장,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거꾸로 자신의 해석에 도전과 반발심이 생기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시를 읽어나갈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의 표지를 따라가야만 할 이유는 없다. 책의 역할은 시의 길 위로 당신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가 안내하는 여정을 따라 떠나볼 마음이 들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 책을 덮고 새로운 시집을 펼쳐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