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 속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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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미하엘 엔데 ·출판사 : 비룡소 ·출간 : 1999.02.09
·저자 : 미하엘 엔데 ·출판사 : 비룡소 ·출간 : 1999.02.09
·저자 : 미하엘 엔데
·출판사 : 비룡소
·출간 : 1999.02.09

대다수의 현대인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간다. ‘빨리’, ‘어서’ 등의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는 격려보다 ‘느려터졌어’ 같은 재촉을 더 듣게 된다. 소설 모모는 이렇게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바쁘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을의 한 오래된 원형극장에는 모모라는 소녀가 살고 있다. 성도, 부모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소녀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모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렇게 평화로운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난다. 회색 중절모와 양복, 구두를 차려입은 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 살아가는 존재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종용한다. 이 말에 홀린 사람들은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열심히 일하고, 동시에 그들은 황폐해져 간다.

이러한 마을의 모습은 현대인들의 바쁜 삶과 닮아있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것들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데 집중한다. 수많은 자산가가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자기계발서에선 매 순간 열심히 움직이라고 말한다. 그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공을 쟁취하는 것만이 미덕이 된 세상이다.

책 속의 표현처럼 ‘지금 시간을 아껴서 언젠가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현대인들의 영혼에 마치 독화살처럼 박혀버린 것 같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꺼이 희생하는, 아이러니한 삶이다.

소설 속 호라 박사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는 시간이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다며 사람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모모’는 이탈리아어로 ‘지금’이라는 뜻이다.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모모처럼, 미래의 행복을 찾기 전에 현재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중요성을 알고, 순간을 가슴에 담는다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모모는 행복하기 위해 살라고, 열심히 행복하게 지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의 청소부 베포는 자신에게 할당된 거리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청소한다. 다음 발자국을 내디디기 전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내디디고, 숨 쉬고, 쓸고, 숨 쉬고, 내딛고, 숨 쉬고… 어느 날 그가 모모에게 말했다. “아주 먼 길을 청소하려면 그 거리를 한 번에 다 생각하면 안 돼. 오직 바로 다음 한 걸음, 다음 한숨, 다음 비질 한 번에만 집중해야 해. 이렇게 하면 일을 즐길 수 있어. 일은 그렇게 해야 해.”

누구나 앞날을 생각하면 막막함에 조바심을 내게 된다. 조바심을 내면 더 빨리 일하고, 더 바빠지고, 더 숨이 차서 결국은 멈추게 된다. 그러니 바로 다음 순간에만 집중하고, 때때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차근히 그리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결과만을 향해 달려왔는데 그 끝이 허무하게만 느껴진다는 여러 사람의 말을 거울삼아, 때론 바람을 느끼며, 길가의 꽃들을 보며 목표를 향해 여유롭게 다가가면 어떨까 한다. 오늘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자. 느긋하게, 숨 한 번 내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