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질 줄 모르는 톨게이트 사태

0
41
수납원 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촛불문화제에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도로공사 대 비정규직 수납원,
자회사 놓고 정면충돌

수납원 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촛불문화제에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수납원 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촛불문화제에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5월부터 요금수납원과 정부가 갈등하는 이른바 톨게이트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도로공사가 요금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갈등이다.

이번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정책이 부딪히며 발생했다. 첫 번째는 스마트톨링(무인화)이다. 이 정책을 시행할 경우 인력이 적게 필요해 수납원들을 해고해야 한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수납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해고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자회사 설립이다. 현재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자회사 소속이라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다.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고용불안은 계속되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7월 운영을 목표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 5월부터 국토부, 노동부, 기재부가 차례로 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허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노조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톨게이트 사태가 불거졌다.

2008년 전에는 수납원들이 정규직으로 도로공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2008년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3교대를 하며 최저시급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왔다. 도로공사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하면서 매년 300여 명씩 수납원들을 해고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을 해온 것이다.

수납업무 축소와 무차별 해고에 노동자들은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수납원들은 2015년 1심, 2017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올해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도로공사는 처음에 법원판결에 따라 해고된 노동자들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자회사 설립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대법원판결이 나오기 전인 올해 7월 1일에 자회사가 설립됐다. 이날 도로공사는 자회사 설립에 반대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이때부터 해고자들은 청와대 앞과 서울 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노숙 시위를 하고 있다.

8월 29일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승소자들만 고용하고 나머지 수납원들은 직접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사태가 계속되며 여러 문제가 대두됐다. 몇 개월 동안 지속한 톨게이트 사태를 4가지 쟁점별로 정리했다.

두 얼굴의 자회사
자회사는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모회사가 지배하는 기업을 뜻한다. 계열사와 달리 모기업에서 파생됐을 뿐만 아니라 자본적인 지배도 받는다. 공공부문에서의 자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출자한 자회사는 인사, 사업 계획, 임금, 근로조건 등 거의 모든 점에서 모회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중요한 이유는 높은 효율 때문이다. 회사를 따로 만들고 각자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사업 부문별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회사가 90개가 넘는 카카오는 자회사 중심의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한편 노동자들이 자회사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급여와 복지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은 모회사에 비해 매우 낮다. 심지어 같은 업무를 할 때도 임금 격차가 나타난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이류 노동자 취급을 당하며 이에 따라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수납원들은 자회사가 용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도로공사는 이미 DB정보통신, 하이플러스카드, 드림라인 등의 자회사를 매각한 적이 있다. 매각된 회사는 민간 업체 소속이 되므로 일정한 일거리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도로공사가 자회사에 감원 지침을 내리면 피고용인들이 무더기로 해고될 수 있다. 이처럼 자회사가 만들어지면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노동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문제에서 인권 침해 문제까지
이번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9월 10일 김천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민주노총 여성 노조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다. 다수 노동자가 탈진, 요통,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음에도 경찰은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상의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농성했다.

10월 16일 경찰이 도로공사 사옥을 점거한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물품 검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속옷이나 생리대를 헤집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노동자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도로공사가 여성 노동을 경시하기 때문에 여성 비율이 높은 수납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정의당 여성본부는 9월 10일 도로공사가 여성업무를 단순 비숙련 업무로 여기고 이들을 주변적 업무에 배치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장애인 노동자에게 기존 수납업무가 아닌 조경 관리나 도로정비 등의 업무를 지시하는 장애인 차별 문제도 대두됐다. 청주에서 일하는 중증 지체장애인 A씨는 몸이 불편함에도 7~8차선 거리의 지하 통로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도로공사가 장애인 고용 수당을 얻으려고 장애인 노동자를 돌려썼다는 지적도 있었다.

합의안의 본질, 노동자 갈라놓기
10월 9일 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가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라 고용 지위확인 소송 2심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이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에서는 이를 노동자 분열 책동이라고 비판하면서 합의안을 전면 부정하고 농성을 계속했다. 정규직이되는 사람과 여전히 비정규직인 사람이 서로 단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회사를 거부해 해고된 1,500명 전원의 즉각적인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노동자들은 중재안에 크게 실망했다. 이번 합의에서 2심 계류 중인 노동자까지 직접고용 대상을 확대했으나 대상자는 116명뿐이기 때문이다. 중재안이 대법원 승소자들만 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의 기존 태도와 아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또한 2015년 이후에 입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추가 소송을 통해 복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노동자들은 “같은 이유로 소를 제기해 사실상 같은 판결이 나올 것인데도 도로공사가 일부 합의를 고집한다”며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민주일반연맹 강동화 사무총장은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자들과 아닌 자, 2심 판결자들과 아닌 자, 2015년 이전 입사자들과 아닌 자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 후에도 여러 논란 지속
도로공사는 10월 21일 발령이 난 대법원 승소 수납원 중 절반 이상을 기존 근무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전환 배치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지부 박순향 부지부장은 “전환 배치의 배경에는 도로공사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전국 56개 지사로 나누어놓으려는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래 일하던 곳과 다른 곳으로 갑자기 이동된 만큼 주거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일반연맹은 “도로공사는 주거 안정 지원 대책을 약속했지만 숙소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도로공사로부터 컨테이너 또는 지사 대기실에서 생활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대법원 승소자들은 일터로 복귀했음에도 1,500명 직접고용을 위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종교계 인사인 이주형 신부는 “복귀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실직 상태였던 사람이 대부분이다”라며 노동 조건이 악화하면 농성을 포기하고 회사에 협조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