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강의, GIST 융합 교육의 새로운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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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강희주 기자

파격적인 시도인 만큼
학생, 교수, 학교 모두의 협력 필요해

삽화 = 강희주 기자
삽화 = 강희주 기자

최근 융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는 지금,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GIST 역시 융합 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스트신문>은 여러 교수들을 만나 융합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융합과 전공 사이의 균형
GIST대학은 4차 산업 혁명에 걸맞은 인재양성이 설립 목적인 만큼, 과거부터 융합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기초교육학부(Division of Liberal Arts and Sciences)의 취지도 ‘자연과학을 넘어 인문학, 사회과학까지 다양하게 교육하면 학생 스스로가 융합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GIST대학 학생들은 학과나 학부를 선택해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무학과 소속 하에서 전공을 선택한다. 자유롭게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rule of 12¹⁾, 폭넓은 인문과목의 개설 등 융합 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GIST대학에서 이뤄졌다.

설립 초기에 GIST대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융합적이었다. 설립 초기에는 현재와 달리 생명과학, 화학·소재, 응용물리, 전기전산 4개의 전공만이 존재했다. 또한 학생들은 지금처럼 하나의 전공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4개의 전공 중 2개를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에 불만도 있었다. 2개의 전공을 선택하다 보니 전공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후 4개의 전공이 7개의 전공으로 분화되고 그중 하나의 전공만 선택하는 대신, 부전공을 다양하게 다루는 현재의 제도가 탄생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과거처럼 융합 교육에 집중하다 보면 전공 교육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우려에 대해 GIST 김기선 총장은 “융합 교육은 결국 전공 교육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초가 탄탄히 쌓여야 융합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융합 교육 때문에 전공 교육이 약화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물리·화학부 김근영 교수 역시 “융합이 주가 될 수는 없다. 전공 코어 과목이 항상 살아있어야 한다. 융합은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삽화 = 강희주 기자
삽화 = 강희주 기자

융합 교육의 화두, 융합 강의
융합 교육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현재 GIST대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 중인 방식은 융합 강의다. 융합 강의는 하나의 주제나 문제 상황을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을 통합하는 강의다. 한 명의 교수가 이 강의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명의 교수가 협력해 강의를 꾸린다.

융합 강의는 한 교과목을 여러 명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팀 티칭 강의와 유사하다. 그러나 팀 티칭 강의의 경우 교수들 간 상호작용 없이 단순히 범위만 나눠서 강의한다. 이는 유기화학 I, II를 각각 다른 교수가 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 융합 강의의 경우 강의 주제와 교수의 전공 분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수들마다 주제를 향한 시각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교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결하는 것이 융합 강의의 특징이다.

그 시절 융합 강의는 어땠나
GIST대학에서 융합 강의가 활발하게 논의 중인 이유는 과거에 실제로 시행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GIST대학 초창기부터 2015년까지 ‘에너지와 인간’, ‘음식과 약’, ‘우주와 인간의 역사’ 총 세 가지의 융합 강의가 개설됐다.

융합 강의는 일반 강의에 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참여 교수들이 융합적인 수업 기획을 위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교수 간의 의견 조율, 공통된 강의 목표 설정, 수업과 평가의 공정성 등 모든 점이 논의 대상이다.

‘우주와 인간의 역사’를 담당했던 김근영 교수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당시에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융합적인 강의를 설계하기 위해 강의를 개설하기 몇 달 전부터 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의논했다”고 전했다. 또한 “교수님들이 자신이 맡지 않은 강의에도 참여하여 수강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토론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주와 인간의 역사’와 ‘에너지와 인간’은 각각 11명, 10명의 교수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 흐름이 융합적으로 구성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김근영 교수는 “처음부터 완벽한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분야의 내용을 공부하고 전체 수업을 융합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이 강의를 꾸준히 개설해 단점을 보완하고 수업의 완성도를 점점 올리고자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 교과과정 개편 이후 융합 강의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기존 기초교육학부에 소속됐던 물리, 화학, 생명과학 분야의 교수들이 대학원의 각 학부로 소속을 옮기며, 융합 강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동력이 사라진 융합 강의는 개설되지 않게 됐다.

‘에너지와 인간’ 수업에 참여했던 기초교육학부장 이시연 교수는 “학생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강의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는 피드백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여하는 교수의 수가 조금 적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가 지속되지 않았던 점은 크게 아쉽다. 2~3학기를 거치며 피드백을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해
성공적인 융합 강의를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시연 교수는 “GIST대학에 소속된 교수는 연 시수 기준인 18학점을 강의해야 한다. 교수들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이고, 오랜 기간 수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 분야의 수업을 여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융합 강의에 참여하게 되면 일반 강의보다 준비하기 힘들고 강의 시간은 적게 인정받는다”며 융합 강의에 참여하는 교수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에너지와 인간’ 수업에 참여했던 물리·화학부 유운종 교수 역시 “융합 과목을 여러 교수가 함께 강의한다고 해도 실제로 드는 노력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난다. 연구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교육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순수하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하는 것이지 교수 입장에서는 일반 강의를 여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융합 강의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런 요인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시연 교수는 “융합 강의에 참여하는 모든 교수들이 각자 한 강의를 맡았다고 봐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학점은 얼마나 줄 것인지 등 고민해야 될 것이 많다. 물론 강의에 참여하는 교수들 간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겠지만, 학교 측과 교수들 사이에도 소통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진 후에야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융합 강의가 개설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융합 강의, 학생들은 좋아할까?
한편 실제로 융합 강의가 이뤄졌을 때 학생들이 이에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융합 강의의 특성상 학생들이 레포트를 쓰거나 동영상 강의를 보는 등 기초 지식을 미리 공부해 오고, 수업 시간에는 이를 바탕으로 융합하는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는 일반 강의보다 융합 강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가을학기에 개설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기법(이하 HCI) 과목은 융합 강의의 파일럿 버전이다. HCI는 융합기술원의 김승준, 홍진혁 교수가 팀 티칭으로 강의했으며 대학원 연계 전공 과목으로 개설됐다. 이 강의를 수강 신청한 학부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현재 모두 수강 취소한 상황이다. 이에 이시연 교수는 “내용이 어렵고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일주일간 1시간 강의, 6시간 실습에 4학점을 받는 강의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사례처럼 실제로 융합 강의가 열린다고 해도 학생들이 얼마나 호응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이시연 교수는 “만약 융합 강의가 열린다고 해도, 일반 과목보다 공부량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융합 강의를 열었을 때 학생들이 따라와 줄 수 있을지 교수들도 궁금해한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라면 교수들은 힘들더라도 흔쾌히 수업을 맡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호응이 없다면 힘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IST대학에서는 여러 융합 강의들이 실제로 논의 중에 있다. 김기선 총장은 “학교 측에서 교육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융합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들을 구상 중에 있으며 빠르면 내년에는 여러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연 교수 역시 “기초교육학부에서도 실제로 신규 교과목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목소리다. 교수들은 “융합 강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인 만큼,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융합 강의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어떤 강의를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표현해줘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융합 교육은 학교와 교수진, 학생들 간의 소통이 기반이 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