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펜드, 취지 좋지만 실정 반영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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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노희호 기자

<지스트신문>은 2019년 9월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 GIST Stipend(이하, 스타이펜드)에 대한 원내 대학원생과 교원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2020년 스타이펜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2월 24일부터 2월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총 대학원생 234명과 교수 18명이 설문에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서 각각 ±5.72%(대학원생), ±22.07%(교원)이다.

스타이펜드는 매월 최저 학생지원금을 보장함으로써 대학원생이 연구와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원내 일부 연구실에서 2019년 3월부터 시범 운영된 후 9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과 교원들은 이 제도의 취지에 동의하는 한편 스타이펜드가 연구실 실정과 맞지 않는다며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삽화=노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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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장려금 보장으로 안정적 생활비 지원
스타이펜드 시행 전 대학원생은 매월 학생지원경비와 연구과제인건비를 따로 받았다. 학생지원경비는 GIST에서 매월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조교수당, 학자금, 외국인체재보조비, 급식보조비를 포함한다. 연구과제인건비는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학생이 받는 인건비로 연구실의 과제 수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스타이펜드는 참여한 과제 수에 상관없이 학생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함으로써 학생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매월 학부 차원에서 지급하는 기본장려금 이상의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기본장려금은 학생지원경비와 연구과제인건비로 구성된다. 연구과제인건비는 교수회의를 통해 지정된 금액을 매달 각 연구실에서 학부로 모으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즉, 스타이펜드를 시행하고 달라진 점은 각 연구실에서 연구과제인건비 중 일부를 집금해 원내 대학원생에게 균등히 분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장려금은 과제를 수행해서 받는 인건비라기보다 학업 및 연구를 장려하는 장학금의 성격이 더 크다.

실제로 스타이펜드 시행 후 생활이 안정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구과제 중단으로 인한 생활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스타이펜드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불안감을 줄여주고 안정감 있게 학위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삽화=노희호 기자
삽화=노희호 기자

스타이펜드 시행 6개월, 불만족 비율 높아
그러나 스타이펜드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이펜드의 전반적인 만족도에 대해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이라고 답한 학생은 51.8%에 달했고,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을 택한 학생은 21.7%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하향 평준화된 임금, 연구 환경 악화, 불공정성 등을 꼽았다.

충분치 않은 기본장려금, 없거나 적은 연구장려금
기본장려금은 석사 1년 차 월 60만 원, 석사 2년 차 월 70만 원, 박사과정 월 100만 원이다. 석박통합과정의 경우 1년 차와 2년 차는 석사과정으로, 그 이후엔 박사과정으로 기본장려금을 적용받는다. 석사 1년 차 학생은 연구 활동보다 교육 활동 참여가 크므로 석사 2년 차와 차등 지급하지만, 박사과정은 연차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스타이펜드로 책정된 기본장려금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하기에 충분치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장려금의 액수에 대해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을 택한 학생은 52%에 달했으며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을 택한 학생은 21%에 불과했다.

한편, 학생들은 기본장려금 외에 연구장려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연구장려금은 지도교수가 과제에 참여한 학생에게 자율적으로 지급하는 인건비다. 기본장려금 재원으로 쓰이는 연구과제인건비를 납부하고도 인건비가 남는 연구실에서는 지도교수가 연구 기여도에 따라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차등 지급할 수 있다.

단, 기본장려금과 연구장려금을 더한 학생지원금은 학위 과정별로 제한된다. 학생지원금은 석사과정 월 180만 원, 박사과정 250만 원 이내로 지급된다.

그러나 스타이펜드 시행 후 연구장려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연구장려금을 받은 경우에도 그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타이펜드 시행 후 받은 평균 연구장려금을 조사한 결과 ‘받지 않는다’고 답한 학위 과정 내 응답자는 80명(45.5%)으로 가장 많았고, ‘1~10만 원’, ‘11~20만 원’, ‘21~30만 원’이 각각 26명(14.8%), 21명(11.9%), 13명(7.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과제 업무량엔 변화가 없는 반면 학생지원금이 크게 줄었다며 불만을 표한 학생들도 많았다. 한 학생은 “과제량은 그대로인데 인건비는 연구실 전체가 반 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임금 담합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학과 내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기본장려금만을 주기로 한 것 같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대학원생의 임금을 최소 기준에 맞추는 것이 이 제도가 지향하는 점은 아니다. 그런데 교수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기본장려금으로 쓰이는 연구과제인건비를 확보하려면 인건비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교수는 “연구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연구 책임자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하한액 이상 지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6개월 단위의 연구참여확약서를 작성하게 되면 인건비 지급의 융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정과 맞지 않는 제도에 우려를 표했다.

추가 지원금 없으면 연구 환경 악화할 수 있어
지금처럼 정부 또는 학교의 추가 지원금 없이 스타이펜드를 운영하면 오히려 연구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과제인건비 마련에 치중하다 교육과 연구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연구실에서 매달 기본장려금 재원으로 이용되는 연구과제인건비를 납부하면서 재정적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수는 스타이펜드 준수를 위해 무리하게 과제를 유치하며 학생들에게 소홀해지고, 학생들은 자기 연구와 관련성이 낮은 다량의 과제를 수행하며 정작 본인 연구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이펜드로 인해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에게 지도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스타이펜드를 준수하지 못하는 교수의 연구실은 운영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학생들의 연구실 선택의 폭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스타이펜드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과제를 많이 수주한 연구실의 연구과제인건비로 과제가 적은 연구실 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자기 연구만 하는 학생과 과제까지 하느라 바쁜 학생이 비슷한 인건비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연구과제인건비 확보를 위한 과도한 과제 유치는 연구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학생은 “스타이펜드 시행 후 연구실에서 급하게 많은 과제를 맡게 된 후배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하고 싶지 않은 과제까지 수행하며 연구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기본장려금 재원 구성 요소와 랩비 집행, 모니터링 필요해
장학금은 원칙적으로 기본장려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총장장학금과 국가장학금 등은 장학금 도입 취지와 장학생의 권위 유지를 위해 기본장려금과 별개로 계산된다. 다만, 장학금 이중 수혜가 불가한 일부 장학금의 경우 해당 장학금이 장학생의 기본장려금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장학금 또는 수업·실험 조교수당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기본장려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학생은 “스타이펜드 조건에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조교 활동을 반강제로 하게 됐다”며 조교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기본장려금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랩비 집행에 대한 주장도 있었다. 일부 연구실에서는 스타이펜드에서 책정된 기본장려금을 학생들에게 지급한 후 현금으로 수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박사과정생 인건비 끌어쓰는 조삼모사 제도?
박사과정생의 인건비가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사과정생은 석사과정생보다 하는 일이 훨씬 많은 데에 비해 기본장려금 차이는 작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4년 차 박사과정생이 석사과정생보다 학생지원금을 적게 받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이펜드 시행 후 실질적으로 박사과정생들의 인건비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응답도 여럿 있었다. 한 학생은 “스타이펜드 시행 전 우리 연구실 박사과정생은 학생지원경비를 제외하고 매월 15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스타이펜드 시행 후 기본장려금인 100만 원을 딱 맞춰 받게 됐다”며 “실질적인 연구과제인건비는 60%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사과정 기본장려금도 석사과정 기본장려금처럼 연차별로 차등을 뒀으면 좋겠다”, “석사과정생과 박사과정생의 학생지원금 차이가 너무 작아 연구 의욕이 떨어진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연차초과자
연차초과자는 스타이펜드 시행 후 더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차초과자는 학생지원경비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연구과제인건비만을 받는다. 그러나 스타이펜드의 시행으로 연구과제인건비의 일부를 기본장려금 재원으로 사용하며 연차초과자에게 주는 인건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연차초과자는 학위과정 내 학생과 달리 등록금도 면제되지 않고 학생지원경비도 받을 수 없어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불만도 많았다. 한 학생은 “박사과정을 4년 만에 졸업하는 케이스가 흔치 않다”며 “나머지 1~2년을 학교 지원 없이 다니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연차를 초과한 것이 학생 본인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학생은 “교수가 논문을 못 쓰게 해서 졸업이 늦어졌는데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생팀 민경숙 선생님은 “석사과정 2년차와 박사과정 4년차까지만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연차초과자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이펜드의 구체적인 운영지침 제정안은 내부 의견 수렴 중에 있다. 우리 원은 스타이펜드에 최적화된 전산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오는 4월부터 연구실마다 특정 금액을 학부 단위의 통합관리계정에 이체하게 된다. 안정적 학생지원금 지급 체계가 마련돼 GIST의 연구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삽화=노희호 기자
삽화=노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