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벽, 높아지는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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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상(물리,박사)

최근 동문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GIST 졸업생들과 만나 AI대학원,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만났던 졸업생들은 주로 광주 내의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 사업가, GIST의 교수 등 여러 위치에서 활동하고 계셨고, 때문에 활동 영역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졸업생들은 그 주제 중 현재 낮아지고 있는 GIST의 위상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언론에서 실시한 대학평가 및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정성적인 평가에서 GIST의 위상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심지어 최근 GIST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도 공유되었다.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졸업생들로부터도 GIST가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고 있었던 독특한 위치를 점점 상실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GIST 문제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역사회에서 느끼기에 GIST는 ‘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셨다. 참석자 중 한 분께서 최근 광주시장을 하셨던 분과 함께 이야기하던 중, 자신이 GIST 출신이라고 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거기는 문턱이 너무 높아. 좀 낮춰야 돼, 벽을!’ 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정부 및 지자체와의 협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꼬집는 이야기였다. GIST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횟수가 광주의 다른 대학에 비해서 낮았다. 비록 GIST가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가 지역사회와 관련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해당 연구 분야와 지역 프로젝트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찾고 그것을 실행하며, ‘광주’라는 지역사회 및 ‘전라도’라는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하나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GIST와 광주·전남 대학교들 간의 공동연구를 이루어 낸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 GIST 출신 박사가 광주·전남에서 교수로 임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 오히려 전북대 혹은 다른 지방에서 GIST 출신 교수들이 많다는 점은 GIST와 지역사회 간의 벽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였다.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벽도 존재했다. 참석자 중 한 분이 학교 옆에 있는 쌍암동 성당에 출석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 성당은 약 1,000명 정도가 모이는 큰 공동체임에도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GIST 출신들은 그곳에 거의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몇몇 GIST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지역주민에게 자신이 GIST 출신이라고 하면 “오 대단하신 분. 그곳 분들과 우리 같은 사람은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달라서…’ 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과 구분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목적은 GIST 출신들을 대우해주고 존경해준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거리감을 느끼고 있고 또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 또한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주말에도 쌍암공원에는 사람들이 넘치지만 GIST 캠퍼스에는 사람들이 없다. 지역주민들에게 왜 GIST에는 들어가지 않는지 물어봐도 “거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 아니야? 하면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담벼락도 높고, 차량이 들어오려 해도 바리케이트가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자연스럽게 GIST는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가 성장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소위 “권력자”가 학교를 후원하고 밀어주어야 학교가 성장하는 것이다. 피상적 권력자인 지자체장 및 지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이 분들을 선출하는 본질적 권력자인 지역사회 주민 앞에서 GIST는 낮아질 필요가 있다. 위의 몇 가지 실례는 지금까지 우리 GIST는 이 모든 권력자들에게 거리를 두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 GIST의 집행부가 “We Are GIST” 라는 표어 아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더 적극적으로 GIST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역사회를 향한 벽을 낮추는 일에 신경 쓴다면 GIST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조민상(물리,박사)
조민상(물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