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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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진(융합기술학제학부,석사과정)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과거의 경험과 선택을 마치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들로 일관되게 편집하는 게 중요해진다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삶을 돌아보니 나의 경험과 선택에는 참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뚜렷한 목표나 하나의 직업을 생각하며 달려온 것도 아니고 그저 선택의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섰다. 그래서 전공을 바꾸거나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우리 삶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며 이야기마다 작가의 장르와 필체가 있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가 가치 있는 거라고. 지금 우리가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일 테니 기대하며 도전하라고.

2011년 지스트 대학 입학 후 전공 선언 시기가 다가올 무렵 나는 갈 수 없다고 생각되는 과목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은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래서였을까. 좋아하는 공부가 아닌 해야 하는 공부를 하며 찾아온 스트레스는 몸을 아프게 했고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휴학을 선택했다. 첫 번째 휴학에서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요리학원에서 배우고 싶은 요리를 배우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두 번째 휴학에서는 유럽 여행 중 아쉬움이 남았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3개월 동안 살아보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휴학 중 여행이 내게 알려준 가장 큰 깨달음은 세상엔 다양한 사람과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성공에 대해 정해진 답도, 행복한 삶을 위한 공식도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한 삶을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는 데 낭비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가치 있고 빛났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주변 환경과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말하고 표현하는 것에 솔직하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삶의 방향과 태도를 설정하고 나니 당장 전공,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주변의 기회와 새로운 가능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교로 돌아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던 때, 새롭게 부임하신 최원일 교수님을 만나 졸업 후 2년간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처음 공부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과거의 나라면 취업을 하거나 박사과정 중인 동기와 비교하며 학위 없이 실험실에서 공부하는 그 시간을 불안하고 아깝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랬다면 하고 싶은 공부에 빠져보는 경험과 좋은 연구자로 성장하는 기초를 다지는 귀한 시간을 놓쳤을 것이다. 그 후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며 인간-기계 상호작용(HCI)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융합기술학제학부 인간중심시스템연구실에서 작년부터 석사과정을 하고 있다. 이 분야는 컴퓨터공학 기반의 학문으로 생명, 인지심리학을 공부했던 나의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가끔 사람들이 어떻게 전공을 그렇게 쉽게 바꾸냐고 물어보곤 한다. 물론 새로운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 느끼는 장벽과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나에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도전은 마치 여행에서 새로운 관점을 배워 나가며 식견을 넓히는 것과 같다. 실제로 여러 전공 안에서도 연결점을 찾을 수 있으며 실제로 그걸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것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나만의 강점이 되기도 하며 어쩌면 융합적 사고가 더 요구되는 현시대에 피할 수 없는 방향일지 모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1년 후, 5년 후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지 못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보다 기대가 앞서는 것은 뻔하지 않은 나만의 온전한 이야기가 쓰이고 있다는 것과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내 필체로 쓰인 경험 가득한 이야기처럼 더 많은 지스트 후배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는데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멋진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성은진(융합기술학제학부,석사과정)
성은진(융합기술학제학부,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