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총학 ‘총장직선제 보장 관련 공동 행동’ 제안, 우선은 보류ㆍ소극적 참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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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24 19:35]

우리 학교 총학생회가 부산대 총학생회에서 제안한 ‘민주적 총장직선제 보장, 국립대 교육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10.2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이하 10.2 공동행동)에 대해 ▲학생회 차원에서 공식적 집회참여 및 적극적 서명운동은 하지 않되 ▲학생회장 개인 차원에서 서명운동 참여가 가능함을 공지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의 추후 대응방안은 다음 운영위에서 논의ㆍ결정하게 되었다.

<긴급 운영위원회의 중, 박수현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10시 대학 기숙사 B동 다목적실에서 긴급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에서 협조를 제안한 10.2 공동행동에 대한 우리 학교 총학생회의 대응방안을 결정하기 위함이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10월 2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예정된 10.2 공동행동을 위해 전국 국공립대학 총학생회에 ▲1만인 서명운동 ▲유인물 배포 및 온라인 선전 ▲공동행동 선전 등의 협조를 제안했다. 이에 우리 지스트 대학 총학생회에도 참여 제안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이날 운영위원회에는 박수현 총학생회장, 박종훈 부총학생회장, 송대욱 하우스장, 정수재 여학생대표, 정서린 동아리연합회장, 최민준 문화행사위원회장, 김홍경 전기전산트랙 대표 등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현 총학생회장은 ‘당장 우리 학교, 우리의 일과는 큰 관련이 없더라도 대학생으로서 참가할 자유가 있다.’며 ‘적어도 몰라서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은 없어야 하므로 공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훈 부총학생회장은 ‘많은 국공립 학생회가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부끄러워질 수 있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지스트 대학은 교육부가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인데 현재 사태와 큰 관련이 있는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라는 의견과 ‘우리 학교 예규에는 원 내외에서 학생의 정당 및 정치적 목적의 활동을 금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주도하여 서명운동을 진행했을 때 학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려를 해봐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총학생회가 주도하여 서명운동한다면, 우리학교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공동행동에 찬성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가진 학생들도 있을 수 있고, 학생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으므로 총학생회 주도의 서명운동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시간에 걸친 논의 결과, 집회 당일(10.2)은 대학 축제가 예정되어있으므로 집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으며, 학생사회의 의견이 모이지 않았음과 과학기술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총학생회 주도의 적극적 서명운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학생회장 개인이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서명을 받아 전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의 추후 대응방안은 다음 운영위원회 때 논의 및 의결하기로 했다.

‘총장직선제’ 왜 논란인가

총장직선제를 두고 대학 사회에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자살로 말미암아 총장직선제 및 대학 내 민주화에 관한 논의가 촉발된 것이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의 유서 전문 하단 첨부]

이에 부산대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 보장문제와 관련, 오는 10월 2일 서울에서 전국 국공립대학생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18일에는 대학교수들이 대학 자율성 확보, 민주성 회복 등 위해 이례적 단독 거리 집회인 ‘9.18 전국교수대회’를 개최했다. 금일(24일) 부산대 학칙이 개정되면서 부산대의 총장직선제 시행이 확정되긴 했으나, 여타 국·공립대학에서는 관련 논의가 끝나지 않았으며 국·공립대학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정부의 재정 압박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012년부터 ‘학맥, 인맥, 지연 등 파벌 형성 방지’, ‘교수의 지나친 정치화 방지’, ‘공약 남발로 인한 등록금 인상 방지’ 등을 근거로 총장 직선제 폐지 및 간선제(추천된 총장 후보의 최종 승인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제도)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직선제 보장을 옹호하는 측은 이것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해 통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이며,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에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고 있고, 경북대 총장 후보의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그 사유를 밝히지 않아 문제가 된 바 있다.

다음은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의 유서 전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가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이 들어갔고, 오늘 12일째이다. 그런데도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총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충격요법밖에 없다. 메일을 통해 전체 교수들에게 그 뜻을 전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수끼리 보는 방법으로 이미 전체 교수 투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상황에서 별 소용이 없다. 늘 그랬다.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시국선언 등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도 그동안 이를 위해 시국선언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지만, 개선된 것을 보고 듣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8·90년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방식으로 유인물을 뿌리는 게 보다 오히려 새롭게 관심을 끌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을 마다치 않은 지난날 민주화 투쟁의 방식이 충격요법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그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근래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나 자신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그래도 그 희생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몫을 담당하겠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할을 부산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이 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질 것이다.

오상현 기자 osa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