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탈락 이후, 변화의 기로에 선 대한축구협회

0
11
삽화 = 박호형 기자
삽화 = 박호형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비교적 유리한 조 편성과 대회 환경 속에서도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은 감독 선임 과정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월드컵 탈락으로 다시 불거진 대한축구협회 논란

대한민국은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A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진행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요 선수들이 출전했으며 조 편성 역시 비교적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은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배하며 1승 2패로 최종 탈락했다.

지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특정감사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선임한다. 그러나 2024년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 당시에는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후보 면접과 추천 과정에 관여한 문제가 있었다. 또한 홍 전 감독의 내정 사실을 먼저 발표한 뒤, 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정식 선임한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체부는 감독 선임을 비롯한 협회 업무에서 총 27건의 위법 및 부당 업무처리를 확인하고 관련자 문책과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후속 논의

문체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관련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후속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기술총괄이사가 새로운 후보를 추천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추천된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며 문체부의 판단에 반박했다. 또한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협회는 그들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인해 후속 조치가 미뤄진 상황 속에서 현재까지 항소를 유지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지난 7월 30일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월드컵 성적과 감독 선임 과정, 협회 운영 등에 대한 질의에 답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이 협회의 구조적 문제보다 경기에서 패한 이유를 추궁하거나 기존 현안 질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반복하면서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6일 경찰은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협회 임원 등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축구회관 등을 압수수색 했다. 여기에 더해 과거 국제 경기를 맡은 외국인 심판에 대한 부적절한 접대 의혹 등 과거 협회 운영과 관련된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월 8일 최근 이어진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조직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이기 위한 쇄신을 약속했다.

 

변화에 나선 한국 축구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운영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지난 7월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했다. 혁신위에는 이영표, 박주호 등 축구계 인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축구 전반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혁신위는 기존 200여 명 수준이었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약 2만 명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차기 회장 선거를 시행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제한된 인원이 회장을 선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선거의 대표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대한축구협회도 차기 회장 선거와 함께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7월 30일 임시 감독 공개 선발 전형의 절차와 일정을 발표했으며, 8월 중 선임을 마칠 계획이다.

 

월드컵 이후 감독과 회장이 모두 물러나고 협회 운영 방식의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그러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경찰 수사와 과거 협회 운영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추진 중인 제도 개선이 실제 협회 운영의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주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