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교수 연구팀, 폐암의 ‘종양 친화적’ 미세환경 형성을 규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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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GIST 유다연 학
사진 제공 = GIST 유다연 학생

GIST 생명과학과 최진욱 교수 연구팀이 폐암의 ‘암이 자라기 쉬운 환경’ 형성 과정을 규명했다. 폐암이 본격적인 종양으로 성장하기 이전부터 주변 조직이 암 성장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밝힌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암 예방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2026년 4월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암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암은 우리 몸의 세포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무분별하게 증식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암 연구는 오랜 기간 암세포의 돌연변이 및 증식 과정에 집중했다.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EGFR*, KRAS** 유전자의 변이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세포만으로는 종양의 형성·유지가 어렵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암은 단순히 돌연변이 세포 하나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질환이 아닌,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성장하는 질병이다. 암세포 주변에는 혈관세포***, 섬유아세포(fibroblast)****, 대식세포(macrophage)*****,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등 수많은 구조물과 세포가 존재한다. 이러한 주변 환경 전체를 통틀어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라 부른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암세포가 주변 조직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섬유화(fibrosis)와 암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섬유화는 조직 손상 후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치유 반응이다. 그러나 염증 반응이 만성화될 경우, 섬유아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돼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로 이어져 정상 조직 구조를 파괴한다. 폐 섬유화 환자에서 폐암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존 암 연구는 대부분 이미 만들어진 종양 자체 또는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데에 집중하며 초기 단계에서 주변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진은 후자인 초기 변화 과정에 집중했다.

 

폐 섬유화 연구에서 시작된 질문

이번 연구는 폐섬유증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연구 중 발견한 현상에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폐에 손상이 발생하면 줄기세포*******가 활성화되고, 일시적인 중간 분화 단계인 이행 세포 (transition cell)를 거쳐 정상 폐세포로 분화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폐 섬유화가 진행된 조직에서 줄기세포가 정상 폐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행세포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무른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인간 폐선암 환자 조직을 분석한 결과, 폐암 조직에서도 유사한 ‘일시적 세포 집단(transient cell population)’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폐섬유화와 폐암이 일부 공통된 조직 변화 과정을 공유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암보다 먼저 형성된 섬유화성 미세환경

암세포는 본격적인 증식 이전, 주변 환경을 ‘종양 친화적 미세환경’으로 바꾼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경을 ‘섬유화성 미세환경(fibrotic niche)’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KRAS 변이를 가진 폐포 상피세포인 AT2(alveolar type II)******** 세포 주변에서 정상 섬유아세포의 병리적 상태의 섬유아세포로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섬유화 및 조직 재구성 관련 신호들이 증가했으며, 폐 섬유화 조직에서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한 특징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특히 이러한 섬유화성 미세환경이 단순히 종양 발생 후의 부산물이 아니라, 암 성장을 돕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변형된 섬유아세포는 이후 대식세포를 유도하고, 염증성 대식세포 및 종양 관련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 TAM) 형성과 연결되며 염증성 미세환경을 강화한다. 결국 상피세포, 섬유아세포, 대식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이 ‘자기 강화적 회로’를 만들며 미세환경이 지속적으로 증폭되는 구조를 만든다.

 

KRAS 변이 세포는 주변 조직을 어떻게 바꾸는가

연구진은 KRAS 변이를 가진 AT2 세포가 단순히 스스로 증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주변 조직을 재구성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은 KRAS 변이 상피세포에서 분비되는 AREG(amphiregulin, 암피레귤린)이다. AREG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신호를 활성화하고, 조직 재생과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 물질이다. KRAS 변이를 가진 AT2 세포가 AREG를 분비하고, 이것이 주변 섬유아세포의 EGFR 신호를 활성화한다. 이후 섬유아세포는 정상 상태에서 섬유화성 상태로 재프로그래밍된다. 이렇게 변화한 섬유아세포는 세포외기질 재구성과 염증성 신호 전달을 촉진해 조직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주변 미세환경을 계속해서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우선 KRAS 변이를 가진 상피세포 자체가 먼저 변화하고, 이후 AREG가 분비되며 섬유아세포가 섬유화성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어서 변화한 섬유아세포는 대식세포를 모집해 염증성 미세환경을 형성하고, 이 환경은 다시 상피세포의 변화를 지속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염증성 환경이 지속적으로 강화된다.

연구진은 AREG-EGFR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섬유화성 미세환경 형성이 억제되고, 초기 폐암 발생 또한 크게 감소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폐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초기 폐암 조직을 정밀 추적하다

연구진은 어떤 세포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 cell RNA sequencing)과 면역 형광 분석법(immunofluorescence analysis)을 사용했다. 기존의 벌크(bulk) RNA 분석법은 조직 전체의 평균적인 유전자 발현을 보기 때문에 세포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어떤 세포가 변화하는지 등 단일세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단일세포 RNA 시퀀싱은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초기 폐암 조직에서 어떤 세포 상태가 형성되는지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KRAS 변이를 유도한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폐암이 시작되는 초기의 조직 변화를 시간대별로 추적했다. 그 결과, 종양 형성 전부터 주변 섬유아세포와 대식세포가 변화하며 종양 친화적 미세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인간 폐선암 조직과 정상 폐 조직을 비교 분석해 마우스 모델에서 관찰된 섬유화성 미세환경 형성이 실제 인간 폐 조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인간 AT2 세포 기반의 삼차원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 모델을 통해 KRAS 변이 세포가 주변 섬유아세포를 재구성하며 섬유화성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을 검증했다.

 

폐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이전의 암 치료 대부분은 종양 제거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초기 발견이 중요해지고 있다. 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할수록 생존율은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서 초기 폐암 과정에서 AREG가 매우 높게 나온 점을 활용해, 초기 발견의 마커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더불어 치료 방식의 발전 가능성도 열었다. 폐암의 변이에는 크게 KRAS와 EGFR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임상적으로 EGFR 변이에는 EGFR 표적 치료를, KRAS 변이에는 KRAS 표적 치료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는 KRAS 변이 암세포가 주변 환경을 바꿀 때 EGFR 신호(AREG)를 이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최 교수는 “KRAS 변이 폐암이라 할지라도 초기에 EGFR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암세포가 주변 미세환경을 재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을 억제할 수 있어, 폐암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폐와 면역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폐에 손상이 생겼을 때, 줄기세포들의 복구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줄기세포와 미세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조직에서 발생한 손상을 뇌에서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주요 목표다. 또한, 조직 손상이나 초기 염증의 경험이 이후에도 세포와 미세환경에 ‘기억(memory)’ 형태로 남아, 미래의 손상 반응 또는 질병 발생 과정에 영향을 주는 원리에 대한 연구를 궁극적인 목표로 꼽았다.

 

 

* 세포 표면의 수용체 단백질 생성 유전자로, 돌연변이 발생 시 세포가 무한히 분열
**세포 성장과 분열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 내 분자 스위치로, 돌연변이 발생 시 세포의 무제한 자율 증식 및 암화를 유발
***혈관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세포
****동물 조직의 구조적 틀(기질)을 생성하며 상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인체 면역세포의 일종, 체내에 침입한 병원균이나 유해 물질 등을 처리하는 세포
******세포 밖 공간을 채우고 있는 구조물 및 분자들의 집합
*******아직 분화하지 않아 다른 세포로 분화 가능한 세포
********폐포를 구성하는 상피세포
*********상피세포 표면에 위치하여 세포의 성장, 분화 및 생존을 조절하는 세포막 단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