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에너지공학과 주종훈 교수 연구팀이 수소 생산과 발전에 활용되는 고온 에너지 장치의 내부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연구는 에너지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치밀 전극 모델로 전극 내부 반응 분석 한계 극복
고체산화물 전기화학 셀(Solid Electrochemical Cell)은 수요보다 초과 생산된 잉여 전력을 활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생산·저장한 뒤 필요할 때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 에너지 변환 장치다. 고체산화물 전기화학 셀은 일반적으로 공기극(Cathode), 연료극(Anode), 그리고 산소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로 구성된다. 공기극에서는 산소 분자가 전자를 받아 산소 이온(O²⁻)으로 환원되며, 이 이온은 전해질을 따라 연료극으로 이동한다. 이후 연료극에서 산소 이온이 다시 반응에 참여하며 전자를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산소 이온의 생성, 이동 및 반응 속도는 전극 표면과 내부 구조, 그리고 계면 상태에 크게 의존한다. 셀을 장기간 사용하면 전극의 미세구조 변화나 계면 열화로 인해 산소 이온의 이동 경로가 제한되거나 반응 속도가 저하될 수 있고, 이는 전체 성능 감소로 이어진다. 이때 문제의 원인이 표면에서 시작되는지, 내부 구조 변화인지, 계면의 특성 변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원인을 규명해야 상황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전극 내부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전극의 산소 빈자리 농도(Oxygen vacancy)*나 표면 반응 속도와 같은 전극의 주요한 물리·화학적 요소를 각각 분리해 분석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산소 빈자리 농도는 열중량분석(Thermal Gravimetric Analysis, TGA)이나 화학적 방법으로 평가하고, 표면 반응 속도는 임피던스** 측정이나 동위원소 교환 기법 등을 통해 확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방법은 실제 고체산화물 전기화학 셀이 작동하는 환경과는 차이가 있어 반응을 그대로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다공성 전극은 기체가 잘 드나들 수 있지만 구조가 매우 복잡해 성능 저하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다공성 전극 대신 벽돌을 촘촘히 쌓은 것처럼 치밀한 구조의 전극 모델을 제작해 실제 작동 환경에서 전극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실험 모델을 제시했다. 치밀 전극은 기공이 거의 없고 구조가 단순해 전극 표면 반응과 내부 산소 이동을 더욱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복잡한 전극을 그대로 보는 대신 핵심 반응만 잘 보이도록 단순화한 모델 전극을 만든 것이다.
치밀 전극 구현을 위한 재료 설계 및 제작 공정
연구팀은 치밀 전극을 구현하기 위해 대표적인 공기극 재료인 페로브스카이트(LaSrFeO3) 산화물을 전극으로 사용하고, 전해질로는 세리아(Ceria)*** 계열 소재를 적용했다. 치밀 전극은 소결****을 통해 제작되는데, 공정 난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시도 사례가 많지 않은 구조다. 연구팀은 이러한 치밀 전극을 구현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 치밀 전극은 분말을 합성한 후 슬러리***** 형태로 가공해 세라믹 소재를 얇고 균일한 필름으로 제작하는 테이프 캐스팅과 이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적층 공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이후 고온 소결을 통해 전극과 전해질을 치밀하게 결합한다. 단순히 재료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조가 잘 정의된 모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공정까지 정교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전극 열화 원인 정밀 분석과 확장 가능성
이번 연구는 전극의 성능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임피던스 분석으로 전해질 저항, 계면 저항, 표면 반응 저항을 각각 분리해 평가했다. 이를 통해 성능 저하가 표면 반응 속도에 따른 것인지, 산소 빈자리 농도 변화 때문인지, 계면 안정성 저하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전극도 열화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분리해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실제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맞춰 안정화 코팅, 조성 설계, 열화 억제 전략을 더 정확하게 세울 수 있고, 장치 수명을 늘리는 진단 도구로 기능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분석 기법이 고체산화물 전기화학 셀을 넘어 다양한 전기화학 시스템으로 확장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전극의 반응 저항과 결함 상태를 연계해 해석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어 유사한 작동 원리를 갖는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나 수전해 셀, 산소 분리막, 혼합 전도성 산화물 기반 촉매 시스템 등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되며, 궁극적으로 표면 반응과 내부 결함 구조가 성능을 좌우하는 여러 에너지 소재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재료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재료의 결함 화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극 구조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실제 다공성 전극과 같이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보정과 모델링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의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복잡한 전기화학 시스템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에 대한 시사점도 함께 제시한다. 환경·에너지공학과 주종훈 교수는 고체 전기화학 분야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복잡한 수식이나 해석보다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가?”, “어디서 반응이 느려지는가?”, “왜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핵심이 잘 보이는 단순한 모델을 통해 핵심적인 원리를 먼저 파악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장치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도 더욱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체 전기화학이 수소 생산과 배터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센서,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만큼, 응용 이전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끝까지 묻는 기초 원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전기화학 시스템의 내부 반응을 실제 작동 환경에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극 성능 저하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진단할 수 있게 돼 향후 고체산화물 전기화학 셀의 성능 향상과 수명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다양한 에너지 소재 및 전기화학 시스템으로 확장 적용될 수 있으며,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목된다.
* 금속 산화물 또는 산소를 포함하는 기타 화합물의 격자 내에서 산소 원자(산소 이온)가 분리돼 형성된 결함
** 전기회로에서의 저항과 리액턴스를 포함한 양
*** 희토류 금속 세륨(Ce) 산화물로 이뤄진 물질
**** 분말 입자들이 열적 활성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덩어리로 되는 과정
***** 웨이퍼 표면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고 공정 제어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접촉면에 도포하는 연마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