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광주과기원 문학상 공모 수상작 ③: 시 부문 당선작
안개꽃
서정현(물리전공,19)
세상이 빗소리와 안개향으로 가득 찰 때면 저마다의 완급이 있는 빗방울들의 낙차를 생각한다. 아직 떠내려가지 않은 어미 청개구리의 봉분에도 빗방울은 악을 쓰며 기어이 부딪히겠지. 들숨과 날숨의 사이보다는 짧고 운과 율의 사이보다는 기다란 당김 쉼표의 공허. 눅눅한 오후 발을 잡아채는 삶의 안개에 홀로 허우적거릴 때면 우울이 모래처럼 빗발친 당신의 손가락에 가만히 깍지를 끼고 싶다. 뺨 위에 내려앉은 물결치는 별들과 바래지는 낮달처럼 그 마음에 파문을 불러오는 당신의 한숨을 삼킬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우리 사이 낙차는 세로로는 얕아도 가로로는 한없이 넓은지라 가닿기 위해 필요한 것은 끝없는 헤엄, 끝없는 헤아림. 자정 근처 달이 저무는 소리를 들으며 끝내 깍지끼지 못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다. 그 얼굴에서 미열처럼 피어오르는 안개는 극지방의 냄새를 풍기고 빗방울들이 만들어내는 동심원처럼 빙글빙글, 동그랗게 말려들어 꽃을 틔운다.
허공에서 춤추는 민들레 씨앗들처럼 저무는 개밥바라기별처럼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어도 나는 링반데룽에 빠진 조난자처럼 허우적거릴 뿐 가문비나무 함정에 빠진 스키어처럼 숨막히는 눈부심에 몸을 그저 맡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