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30일 생명과학과 김용철 교수와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의 GIST 공동연구팀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돕는 TPST2 효소를 억제하는 신물질인 ‘77c’에 대한 논문을 Journal of Medical Chemistry에 게재했다.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TPST2 억제제를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대비 종양 크기가 약 1/4 수준으로 감소함을 확인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낮은 초기 반응률과 TPST2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항암제의 한 종류로,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한다. Anti-PD-1과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초기 반응률은 평균 15%~45%로 매우 낮다. 초기 반응이 일어난 환자의 63%가 5년 이상 생존했기 때문에 초기 반응률을 높일 수 있다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초기 반응률을 높이는 것이 면역항암제 개발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연구팀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TPST2와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nterferon-γ(IFNγ) 신호 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IFNγ 신호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사멸을 증가시키며, 면역 세포인 T세포에 종양 항원을 제시하는 과정을 강화한다.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Anti-PD-1의 문제점인 낮은 초기 반응률은 일부 암종에서 TPST2로 인한 IFNγ 신호 감소로 인해 나타난다고 실험팀은 예측했다. 일부 암에서 발현이 특히 증가한 효소인 TPST2는 이 IFNγ 신호를 약하게 한다. 이와 같은 작용은 종양의 유형이나 미세환경 조건에 따라 암세포의 면역 회피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TPST2의 작용을 억제하면 IFNγ의 신호가 강해질 것이고,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과정을 강화해 면역관문억제제의 낮은 초기 반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IFNγ 신호를 강화하기 위해 TPST2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고자 연구를 기획했다.
친수성을 가진 77c의 개발 과정
연구팀은 초기 *히트 화합물로 44a를 선정했다. 44a는 한국화합물은행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의 화합물 중 효능 평가 결과 TPST2 효소 억제 능력이 가장 우수한 물질이다. 특히 44a는 약효를 결정하는 핵심 구조인 코어 구조 또한 가지고 있어 약물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 구조 유사체 합성 연구에 유리하다. 그러나 44a의 구조적 요소들이 평평한 판 모양으로 돼 있어 극성을 띄지 않아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44a를 기반으로 한 경구약을 만들었을 때 혈액에 녹지 못해 혈관을 통해 신체 내에서 움직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활성화 관계 (SAR)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친수성 치환기를 도입하고, 기본 구조에 **피페라진과 같은 다른 화합물들을 삽입해 판상구조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결과 다양한 구조 유사체 중 44a의 용해도와 흡수율이 개선된 77c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77c를 통한 면역 반응 강화와 항암 효과
C-X-C 모티프 케모카인 리간드 10(이하 CXCL10)은 IFNγ 유도 단백질10(IP-10)이라고도 불리는 단백질로, IFNγ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신호에 반응해 단핵구, 내피세포 등에서 분비된다. CXCL10은 면역세포인 T세포, 대식세포, NK세포 및 수지상 세포에 대한 화학적 유인을 통해 항종양 활성 등의 역할을 한다. 77c의 작용을 통해 TPST2가 억제되고, IFNγ 신호가 회복돼 CXCL10의 mRNA 발현이 점점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CXCL10이 증가하면서 ***CD8+ T세포의 수가 늘어났고, 종양의 크기 또한 대조군에 비해 더 감소했다.
실험의 결과인 위 이미지의 CXCL10과 관련된 그래프를 보면, 77c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CXCL10에 해당하는 mRNA 발현이 증가하는 농도 의존적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날짜에 따른 암의 크기와 관련된 그래프에 따르면 총 4가지의 꺾은선 그래프를 분석했을 때 대조군, 77c 혹은 Anti-PD-1 단독 처리군, 그리고 77c와 Anti-PD-1를 병용 처리군 순으로 더 작아지는 것이 관찰 됐다. 그리고 CD8+ T세포 수의 경우 위 순서대로 더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77c는 IFNγ 신호를 강화해 CXCL10 mRNA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이 더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77c는 Anti-PD-1 치료에 병행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이 관찰됐다. 77c의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는 다음 내용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77c’를 활용한 TPST2 저해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시너지 효과
77c의 표적 물질인 TPST2 효소는 특정 암에서 발현이 증가한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의 증식에 TPST2의 영향이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짐작했다.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서는 이 두 암종뿐만 아니라 두경부암, 난소암, 위암, 자궁내막암 등 여러 암종에서 TPST2 발현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앞서 나열한 특정 암들은 Anti-PD-1을 이용한 PD-1 치료를 진행한다. 77c를 기반으로 한 TPST2 저해제는 PD-1 치료에 도움을 준다.
PD-1 치료에서 암세포가 사멸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해 암세포를 제거한다. 그러나 암세포의 표면에 있는 PD-L1은 T세포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억제한다. T세포의 PD-1 단백질과 결합해 T세포가 기능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항체인 Anti-PD-1은 T세포의 PD-1 단백질이 PD-L1과의 결합을 차단해 T세포의 기능 억제를 완화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TPST2 억제제는 위 치료 과정을 더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TPST2의 신호가 약해지면 암세포는 IFNγ에 민감해져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게 해주는 과정인 항원제시를 위한 분자들의 발현이 증가하도록 한다. 정리하면 TPST2 억제제는 항원제시 분자를 늘려 항원제시 과정을 돕고, 면역항암제인 Anti-PD-1은 세포독성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다.
Anti-PD-1 치료에 대한 저항성은 단순히 T세포의 기능 부전뿐만 아니라,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 억제적 변화, 표면 항원의 소실 등의 다양한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TPST2 억제제가 Anti-PD-1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생긴 환자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Anti-PD-1 치료 과정에서 반응이 없거나 저항이 생긴 경우, 그리고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 환자들의 면역세포들이 다시 암세포를 인식할 때 TPST2 억제제가 도움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이하 TNBC)의 경우 이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고 본다. TNBC는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낮은 암종이다. 이 환자에서 TPST2 억제제를 병용하면 항원제시와 T세포의 침투를 동시에 높여줄 수 있는 보완 전략이 된다고 예측했다.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시에 안전성 우려로는 자가면역 반응이나 과도한 염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있다. IFNγ 신호를 지나치게 올리면 조직 손상이나 전신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TPST2 억제는 전신 면역계를 자극하는 것보다 종양세포의 IFNγ 반응성을 높이고, 항원제시 및 T세포 인식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TPST2 억제제의 면역 조절은 주로 종양세포의 IFNγ 반응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한다.
이후 연구 계획
연구팀은 77c의 후속 물질로 약물 최적화를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후속 물질은 약물의 활성과 물성 모두 77c보다 개선된 지표들을 보여 추가 연구를 통해 후보 물질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TPST2 단백질은 동물 연구에 따르면 생식선 및 갑상선에 많은 발현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마우스를 이용한 ****유전자 녹아웃 연구 결과 TPST2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갑상샘저하증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임상 후보 물질이 도출될 경우, 외인성 약물에 의한 독성을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임상 후보 물질 단계의 약물을 합성할 경우 독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히트 화합물:표적 단백질에 대해 처음으로 유의미한 약리 활성을 보인 초기 물질
**피페라진: 반대 위치에 질소 원자를 포함한 6원 고리의 유기 화합물
***CD8+ T세포: 세포독성 T림프구라고도 하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 세포 등의 비정상 세포를 직접 인식하고 제거하는 세포
****유전자 녹아웃(knockout): 어떤 유기체의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유전학적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