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리포트] 대형강의, 왜 생긴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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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입력 2015.10.07 20:56]

  이번 학기(2015년 가을학기)들어 대형강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모집정원이 40명 이상인 강의 개수가 지난 학기 7개에서 이번 학기 12개로 늘어난 것이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봄학기의 대형강의는 주로 인문사회 과목이었지만, 이번 학기에는 기초필수과목인 다변수해석학, 일반물리학2, 일반화학2 과목을 비롯해 유기화학, 무기화학 등 실수요가 큰 강의들이 대형강의로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개설교과목 현황 비교는 다음 표와 같다.

<수강정원이 40명 이상으로 배정된 강의 비교>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학생 커뮤니티(페이스북 ‘지스트 대학생’ 그룹)를 살펴보면 어떤 학우는 ‘학생들을 위한 판단은 아니’라고 표현했고, 다른 학우는 학교가 학생들을 ‘우롱’했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학교의 기본이념 혹은 학교 홍보내용과 상충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초교육학부 재학생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전임교원 충원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출처: 대학알리미)>

  이처럼 강의 정원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된 원인은 입학생 증가에 따른 교원 부족이다. 올해 200명의 신입생이 입학했으나 이에 비해 교수 충원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기초교육학부 교과과정 평가위원회는 지난 6월 3일, 교수의 수업부담 과중을 이유로 대형강의 개설을 의결했고, 그 결과 이번 학기 들어 대형강의 수가 부쩍 늘어났다.

  학교 측이 교원충원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학사지원팀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기초교육학부 교원 충원을 주요 추진 업무 중 하나로 선정했고, “학생정원 증가에 따라 필수과목, 인문사회 과목 등을 소규모(20~30명) 강의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교원 충원이 필요”라고 적절히 지적하였다. 앞으로의 교원 정원 운영계획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초교육학부 교원충원이 2015년 학사지원팀 주요추진업무로 제시되어있다.

교원 정원 운영계획도 살펴볼 수 있다. (출처: 2015 부서별 사업계획)>

  이처럼 대학 측은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교원충원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이공계 교원충원이 다소 적게 계획된 점이다. 과학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큼에도 학사지원팀은 이공계보다 인문분야 교수 초빙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위의 운영계획 및 현재 모집분야 참고) 그 결과 이번 대형 강의 개설이 대부분 기초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둘째는 예산배정 및 승인문제이다. 대학의 운영계획은 과기원과 정부의 의사결정 및 예산심의 과정에서 수정된다. 그러므로 교수 임용 시에 현실적 제약이 있고, 대학 측이 원하는 만큼의 교수를 단번에 채용하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기초교육학부 서지원 교수는 “학교도 항상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학생들의 너른 이해를 부탁했다.

  셋째는 적격자의 지원여부다. 학교가 모집공고를 내더라도 항상 적절한 지원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교원충원 계획이 예정보다 지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영학 교수는 2년 동안 공고를 내고 있지만 채용된 바 없고, 심리학 교수도 1년 이상 모집공고만 올라온 바 있다. 학사지원팀 박인철 직원은 “교수 임용 시 학교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주 높으나, 대학의 특성 및 여건 등으로 인해 항상 그에 적합한 지원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있었던 ‘2015 경영진-학생 간담회’에서 박수현 학생회장은 관련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경영진 측은 “극히 일부의 강의만 대형강의로 시범운영 해보는 것”이라고 밝히며 “문제가 크면 다시 소형강의로 되돌릴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대학 초기처럼 모든 강의를 20명 정원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40~50명 정도의 강의 개설은 불가피하다”라며 “수강정원을 늘림으로써 교수들이 다른 강의를 열 수 있는 등의 장점도 있다. 강의정원 증가가 꼭 학생들에게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하진 말아 달라.”라고 덧붙였다.

  오상현 기자 osa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