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RIKEN 등 한일 공동 연구팀, 『Science』 양자 제어 관련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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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삽화 제공 = 김유수 교수

GIST 화학과 이마다 히로시 교수와 김유수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학술 논문이 『Science』에 게재됐다. 이는 극한의 시공간 분해능으로 양자 상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관한 연구로 주목 받고 있다.

양자 상태를 통한 에너지의 변환과 STM 분광

두 교수가 이끄는 IBS 양자변환연구단은 단분자의 양자 상태 에너지 변환 과정을 통해 분자의 근본 성질의 규명을 연구한다. 에너지가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전달, 변형 등을 겪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에너지의 전체적 흐름을 Energetic process라 하며 연구단은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을 통해 이를 계측해 왔다.
STM은 원자 수준의 표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현미경의 일종이다. 측정 시료의 표면과 일정한 거리를 둔 STM 팁을 통해 전자를 주사하면 분자 내부의 전자가 들뜬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엑시톤이다. 엑시톤은 HOMO에서 전자가 들떠 정공이 생기고 LUMO에 들뜬 전자가 위치하여 공존하는 상태다. 매우 순간적인 엑시톤의 형성 후 LUMO에 위치하는 전자는 HOMO의 정공으로 내려오면서 발광, 전류, 화학반응 등의 신호를 방출한다. 이때 회로에 흐르는 전류나 발광하는 빛, 화학반응 등을 분석하면 표면과 팁 사이의 거리를 엄밀히 측정해 높은 공간분해능으로 분자의 모양과 반응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STM 방식은 공간분해능은 높지만 시간분해능이 낮다. 분자가 엑시톤 상태에 머물 수 있는 것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따라서 엑시톤 상태의 분자는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없고 기저 상태로 돌아올 때 방출되는 에너지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므로 STM을 이용하여 엑시톤 상태의 분자 상태를 분석하는 분광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배경이다.

Fig 1. 삽화 제공 = 김유수 교수

광 펄스를 통한 양자 변환의 시간분해능 개선

기존 연구의 한계는 분자에 일반적인 μs(마이크로초, 100만분의 1초) 이상의 단위를 가진 광자를 주사했을 때 엑시톤 상태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매우 짧은 단위의 자극을 주사해 전자를 주입하거나 방출시키는 조절 과정을 통해 엑시톤 상태를 정밀하게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ps(피코초, 1조분의 1초) 단위의 매우 강한 세기의 가시광선 영역 테라헤르츠(THz) 펄스를 사용한다. 테라헤르츠 펄스는 굉장히 다양한 위상(phase)의 전자기파들이 뒤섞인 덩어리다. 그런데 전자의 방출 주입 과정을 조절하기 위해선 덩어리로 묶인 펄스가 아니라 고도로 선택 조절된 위상(phase)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위상 조절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해 온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CEP 제어기를 이용해 하나의 위상만을 갖는 테라헤르츠 펄스를 주사했다.

펄스를 이용해 엑시톤을 만드는 과정은 두 가지로 나뉘며, 이는 위상 조절을 통해 제어된다. 정공과 여기상태 중 어떤 상태를 먼저 만들지에 따라 선택지가 나뉘고 이때 STM과 시료 사이 전류 방향이 달라진다. 첫째는 정공을 만들기 위해 먼저 HOMO의 전자를 제거하고 LUMO에 전자를 주입해 엑시톤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전자를 제거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므로 큰 에너지가 필요하며, 전류는 팁에서 시료로 흐른다. 반대로 들뜬 전자를 먼저 주입하는 경우, LUMO에 전자를 주입하고 HOMO에 위치한 전자를 빼내 엑시톤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은 비교적 적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전류는 시료에서 팁으로 흐른다. 음의 방향으로 전류가 흐를 때 엑시톤이 생성됨을 확인 할 수 있다. Tunnel 이온화 현상의 종류와 방향에 따라 가해주어야 하는 펄스의 세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전자를 조절하여 엑시톤을 형성해야 하므로 연구진들은 후자를 택했다.

Fig 2. 삽화 제공 = 김유수 교수

연구진이 택한 광 펄스 주입 메커니즘에 의하면, 위상이 조절된 하나의 펄스가 전자를 주입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거친다. 이는 fig.2에서 볼 수 있다. 양의 전류를 가졌을 때 LUMO로 전자가 주입된 후(1,3 과정) 음의 전류를 가졌을 때 HOMO의 전자가 방출된다. 이 과정을 알맞게 거치게 되면 테라헤르츠 펄스가 가해진 분자는 발광하게 되고, 음의 방향의 전류를 가지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ps의 속도로 전자를 조절하여 엑시톤을 형성한 것으로 추측했다.
실험은 Pd프탈로시아닌 분자를 절연체 막 위에 올려 진행됐으며 결과는 fig 3과 같다. 가장 전자를 잘 주입할 수 있는 위상은 π이다. 그러나 전자의 주입과 방출 모두 하나의 위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주입에 능한 위상이라 하여 가장 큰 발광을 일으키지 못한다. 연구진은 주입 능력과 방출 능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약 7π/6지점의 위상에서 엑시톤이 잘 형성돼 가장 큰 발광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류의 크기 또한 펄스를 주사했을 때 크기가 매우 미세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아 엑시톤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Fig 3. 삽화 제공 = 김유수 교수

연구진들은 공간분해능에 뛰어난 STM과 테라헤르츠 펄스를 결합해 높은 시공간분해능을 확보했다. 기존의 여기상태 이후의 반응만을 관찰하는 연구에서 분자가 엑시톤을 형성한 시점을 ps단위로 조절하고 관찰할 수 있는 성과를 이뤘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그들의 독창적인 STM 개조와 시공간분해능이 있는 분광법의 개발은 지난 2월 시마즈과학기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7회 시마즈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3월 6일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의 발전 가능성과 앞으로의 전망은
김유수 교수는 단순히 ps단위의 시간분해능에서 멈추지 않고 fs(펨토초, 1,000조분의 1초) 단위까지 시간분해능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김 교수는 빛 주입과 그에 따른 발광 상호작용에 더불어 스핀과 빛에 대한 상호작용도 연구에 적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장되는 연구는 양자컴퓨팅 시스템과 같이 빛을 매개로 하는 양자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기술에 적용됐을 때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분해능은 발전 단계지만 김 교수는 본래 자신 있었던 공간분해능 또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공간분해능을 공학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전기화학 등의 분야에서 표면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연구 또한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덧붙였다.
지스트신문 61호에 실린 김유수 교수 부임 기사에서 김 교수는 한일 공동 연구를 추진할 것을 밝혔고, 이는 그 계획의 첫 단추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IBS 양자변환연구단은 국제 파트너랩과 MOU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여러 기초과학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의 장을 형성해 갈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