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4월부터 ‘현금 없는 시내버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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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장은우 기자
삽화 = 장은우 기자

광주광역시가 지난 달 1일부터 ‘현금 없는 시내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현금 대체 수단으로는 계좌이체, 버스 내 선불교통카드 판매, 모바일 카드 발급 등의 제도가 마련됐다. 시행 이후 큰 혼란은 없었으나 여전히 디지털 약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지난 달 1~2일 첨단92번, 첨단94번, 지원52-1번, 충효 188번 등 비교적 이용률이 적은 간선버스의 현금함이 철거됐다. 광주시는 오는 7월까지 102개 노선 1천대의 현금함 철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층을 배려해 노인건강타운, 재래시장, 농촌외곽 등 노선은 6월과 7월 사이에 철거된다.

이번 사업은 안전성과 배차 정시성,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시내버스 운전원은 현금 정산 절차에 의한 운행 시간 지체, 안전사고 우려 등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광주시는 ‘현금 없는 시내버스’ 도입으로 안전 운행이 가능해지고 배차 정시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금함 유지관리가 필요 없어 연간 5억여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월16 버스 기사 곽 씨는 “일 마무리할 때 현금통을 반납해야 하는데 현금통을 없애니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라고 답했다. 현금함 철거 후에는 계좌이체, 차량 내 선불 교통카드 구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을 통해 요금을 낼 수 있다. 현금 대체 수단으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질문에 곽 씨는 계좌이체 안내나 교통카드 판매로 인해 조금은 바쁘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금 대체 수단이 디지털 및 교통 취약계층에게 실효성이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교통카드, QR코드 사용에 익숙치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이체를 위해 은행을 따로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GIST 학부생 A씨는 첨단09 버스를 이용하던 중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에게 현금을 줄 테니 교통카드를 대신 찍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지인이 교통카드를 가져오는 걸 깜박해 대신 비용을 내주기도 했다”라며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교통카드 충전을 잊어 잔액이 부족한데 현금을 사용할 수 없어 난처한 경우도 종종 있다. 또 다른 학부생 B씨는 “어떤 어르신께서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해 현금으로 요금을 내려고 했으나 현금 없는 버스라 거절당하신 걸 목격한 적이 있다. 기사님과 어르신 사이에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적응이 어려운 소수자를 위해 기존의 것도 남겨둬야 하지 않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교통카드 충전은 버스 내에서는 불가하며 편의점이나 도시철도 8개 역(학동증심사, 남광주, 금남로4가, 돌고개, 화정, 상무, 광주송정, 평동)에서만 가능하다.

곽 씨는 “새로운 현금 대체 수단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계시긴 하지만 사업 홍보가 잘 돼 방법을 안내드리면 잘 따라주신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사업이 과도기에 있는 만큼 불편함이 있더라도 기사와 승객이 서로 노력해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광주시는 버스조합·노조, 10개 버스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어르신들이 미리 교통카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타운, 경로당, 재래시장 등을 중심으로 ‘광주 G-패스 발급 안내’ 캠페인을 열고, 디지털 문해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