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GIST 댄스 동아리 ‘막무가내’는 제2학생회관 요가실 사용 중단을 통보받았다. 안전사고 우려와 시설 관리 문제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이후 대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 동아리원들은 복도나 야외 공간에서 연습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댄스 동아리 활동에 적합한 안정적인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학교 측의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조율 방안 역시 논의되고 있다.
장판 교체 이후 갈등 시작
올해 3월, 제2학생회관 요가실 바닥 장판이 새로 교체됐다. 이전보다 얇고 고정되지 않은 장판 위에서 막무가내는 학기 초 활동을 시작했지만, 연습 도중 장판이 들리거나 밀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다.이에 따라 동아리는 꾸준히 제2학생회관측에 장판 문제제기를 했다.
4월 중순에 제2학생회관 총책임자와 면담이 이루어졌으며, 한 달간 맨발로 연습하며 상태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동아리는 이후 청소와 열쇠 반납을 강화하며 공간을 계속 이용했다.
5월 요가실 사용 중단 통보5월 8일, 동아리는 요가실 예약을 시도했으나 거절됐고, 정오에 제2학생회관 총책임자 면담이 진행됐다. 책임자 측은 장판 원상복구 미비, 기자재 훼손, 열쇠 관리를 문제로 요가실 사용 중단을 통보했다. 대안으로는 장판에 조금이라도 훼손이 생길 때마다 약 150만 원의 장판 교체 비용을 동아리가 부담하는 방안과, 인당 매달 4만 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제한된 시간만 사용하는 조건이 제시됐다. 동아리는 현실적인 이유로 이들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체 공간 확보의 어려움
막무가내는 기숙사 요가실, 야외 공터, 복도 등 다양한 대체 공간을 물색하며 연습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숙사 요가실은 공간이 좁고 거울이 짧은 면에만 설치되어 있어 단체 연습에 제약이 있었다. 방음도 충분하지 않아, 늦은 시간 연습 시 타 재학생들의 불만이 커졌고, 커뮤니티를 통해 비판도 제기됐다. 구관 지하 연습실도 후보로 검토됐으나 환기 문제와 높은 온도 탓에 격렬한 춤 연습에는 무리가 있었다. 야외 공터는 날씨와 환경 영향을 받았고, 거울 설치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대학C동 복도는 통행 학생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왜 이런 장소에서 연습하느냐”라는 온라인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학교 밖 공간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부원은 학사일정 때문에 오후 8시 이후에야 연습이 가능한데, 광산구청소년수련관은 저녁 9시에 문을 닫아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민간 연습실은 수가 적고 위치도 멀다. ‘나수경 댄스스쿨’은 도보로 20분 이상 소요되며 연습 전 매트를 해체하고, 끝난 후 다시 설치해야 한다. 비용과 이동 시간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연습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
학교 측, “차별적 지원은 형평성 문제”
막무가내는 GIST 네임데이, 과기원 연합 체육대회, 지역 문화행사 등에서 공연하며 학교의 외부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다수의 구성원이 자발성과 애교심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비전공자 대상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GIST에는 방음, 거울, 마루 바닥 등 댄스 동아리에 필수적인 요건을 갖춘 전용 공간이 없다. 막무가내 측은 KAIST, UNIST, DGIST 등 타 과기원과의 비교에서 공간 격차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학생팀은 본지에 “현재 학사과정 47개, 대학원 26개 등 총 73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으며, 학교 내 공간 대부분은 교육 및 연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동아리실 수요에 비해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예체능 동아리의 소음 민원 등도 존재하며, 특정 동아리에 대한 개별 지원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팀은 “각 동아리마다 공간이나 시설에 대한 요구사항이 다르고, 예산과 공간 모두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일부 동아리에만 시설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팀은 “본부에 지속적으로 동아리실 추가 확보를 건의 중이며, 향후에는 공동 예약제로 운영되는 동아리실을 마련해 특정 동아리가 독점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간은 학교가 관리하고, 학생회(동아리연합회)와 협의하여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이 역시 동아리실 추가 확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며, 현재로서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활동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필요
학생팀은 동아리 자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학생활동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GIST 총학생회 산하 동아리연합회가 회칙에 따라 동아리방 배정 및 예산 배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행정적으로 이를 지원하며, 활동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다만, 시설 관리와 안전, 재정 문제를 고려할 때 행정의 제한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간 배정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자치와 학교 행정 간 균형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자치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최소한의 연습 기반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제도적 조율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학생 활동은 학교의 문화와 공동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예산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구성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대학의 문화적 척도를 높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