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거리, 화려한 상점가 간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검은 전광판이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성적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공평합니까?’
<광주폴리 투표(Vote),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작가 잉고 니어만(Ingo NierMann)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충장로거리에 이 작품을 배치해 그저 걷는 것만으로 개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록들은 온라인으로 전송되어 길을 걷는 모두에게 공유된다.>
광주 구시청가를 걷다보면 만나는 이 낯선 건축물과 장소는 광주폴리(Folly)다. 광주폴리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시작된 문화 사업이다. 제1차 사업에서 ‘광주의 사라진 역사복원’을 주제로 11개의 폴리가, 제2차 사업에서는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8개 폴리가 설치됐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에 설치된 이 건축물에서의 공연, 전시, 등의 비영리활동들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폴리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말한다. 광주폴리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적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다. 광주폴리를 보면 지금까지 봐 왔던 건축물과 디자인 작품과는 다른 독특함에 놀라게 된다. 이는 도심디자인의 본질적 의미를 들추어, 도심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과 단절된 미적 디자인보다는 그들의 삶의 관심을 기울이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열린공간’은 전통건축의 현대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했다. 실제로 유동인구가 많은 구시청 사거리에 위치한 ‘열린공간’에서는 주말 저녁마다 공연이 열리고 있다. ‘열린공간’ 근처 상가들은 이곳이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홍대거리’ 같은 곳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세훈, 김세진 건축가는 광주읍성의 일부를 현대적 감각으로 복원했다. 길 위에 떠있는 돌들은 과거 안과 밖을 분리하던 성벽에서 벗어나 ‘열린장벽’을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녁에 찾아가면 이 돌들은 아름다운 조명이 되어 길 위를 밝힌다. >
광주폴리작품 ‘유동성조절’이 위치한 금남로 5가역에서 관리요원으로 근무하는 추성동(65) 씨는 금남로공원과 ‘유동성조절’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쓰일 수 있는 장소이고 도심지의 경관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광주폴리만을 보러 찾아오지는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축제·공연을 해야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3월 27일 광주시내 한 실용음악단체가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Alejandro Zaera-Polo)의 광주폴리작품 ‘유동성조절’ 근처를 미니콘서트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그냥 지나치는 곳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야외공연을 하고 싶은 다양한 단체들이 ‘열린공간’ ‘유동성조절’ 등의 광주폴리작품을 활용하고 있다고 근처 상가와 주민들은 전했다.>
3월 27일 ‘유동성조절’에서 미니콘서트를 열어 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서준호씨는 “청년들이 모이는 대학로나 유흥가보다도 어르신과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인 이곳에서 공연해, 이곳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일요일 오후 금남로 공원에서 열린 미니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였다. 광주폴리가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화를 즐기는 ‘봄바람’이 부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김지원, 김수호 기자 soohoda0501@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