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대학을 지성의 요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지성이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 고성 따위의 지적 능력”이라고 한다. 지성으로 인간은 지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문명의 유지와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지성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가. 대학에서 탄생한 지성인들은 우리의 문명을 훌륭히 발전시키고 있는가.
한국창조과학회라는 단체가 있다. 생명의 발생이 기독교의 신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이를 과학적 사실이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이다[1]. 생명체의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기에 지적 존재의 설계가 아니라면 자연에 나타날 수 없고 그 지적 존재가 다름 아닌 아브라함계 종교의 신이라고 말하는 단체이다[2]. 과학계와는 유리된 단체로 여겨지겠지만 이들은 멀리 있지 않다. 지스트인들 사이에서도 창조과학 세미나, 창조과학 특강 및 캠프가 진행된 적이 있다[3][4][5].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한 활동이 있었고, 2017년에도 동종의 행사인지는 불명이나 ‘학부생들이 섬기는 사이언스 캠프’가 진행된 바 있다.[6] 그 중 최소한 2014년[7]과 2015년[8]에는 창조과학동아리가 운영되었다. 2010년, 지스트대학의 설립과 동시에 창조과학 사역이 시작된 셈이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있다.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이 ‘치료’될 수 있는 개념이며 또한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9]. 성소수자 차별 문제가 인권 문제가 아니고 성소수자의 등장이 “사회기강이 흐트러지고 성윤리도덕이 무너지는 사회와 국가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10]. ‘동성애를 치유하려 하는 행동’이 불법화될 것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11]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면 사회 질서가 무너진다며” 성 평등 개념을 거부하는 이들이다[12]. 해당 단체는 전국교수연합을 구성해 223개 대학(서명 참가 교수 소속 대학)명단이 담긴 성명서[13]를 제출한 바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역시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학계의 주류 패러다임과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들을 반지성주의자라고 말하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창조과학을 위시한 유사과학자들의 말마따나 “학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단지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들을 반지성주의자로,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인지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아서도, 그들이 직접 연구를 수행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당한 권위나 왜곡된 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그런데도 정보에 접근하는데 제한이 있는 일반 대중에게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꾸미는 데에 능하기 때문이다.
머리말에 자료를 선별했음을 명시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특정 분자가 지각 능력이 있고 그것을 결정의 형태로 표출한다고 믿는다. 식물을 설탕, 혹은 식초에 절이거나 달여내면 ‘효소’가 추출된다고, 그 추출물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약이나 백신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단식하며 소변을 마시는 게 훨씬 낫다고 믿고 아이들에게 시행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유명한 책의 저자로, TV의 건강 프로그램에, 거대 커뮤니티의 운영진으로, 공신력이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악영향을 직접 미칠 수 있는 자리에, 대학 나온 것이 자랑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하나 심지어 때로는 대학의 임직원, 교수, 총장이라는 모습으로.
지성의 요람, 문명의 유지와 발전을 도모하는 지성의 산실, 그리고 대학의 권위를 빌리고 학문의 이름을 가장하여 대중을 호도하는 이들, 지금의 대학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완진 (16, 기초교육학부)
출처
[1] http://www.creation.or.kr/bbs/view.asp?tn=news&key_id=7396&b_no=7165&category=1
[2] http://www.creation.or.kr/library/itemview.asp?no=6142&keyword=%C1%F6%C0%FB%20%BC%B3%B0%E8&isSearch=1
[3]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60049&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2022834
[4]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53644&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1541649
[5]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60049&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1634651
[6]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60049&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2259525
[7]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60049&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1947819
[8] http://www.gistchurch.hompee.com/bbs/bbs/view.act?menuId=60049&topMenuId=4&menuType=1&newMenuAt=false&pageNow=1&bbsNo=1995810
[9] http://www.antihomo.net/~move_breakhomo/view?p=1&article_id=159
[10] http://www.antihomo.net/~statement/view?p=1&article_id=65
[11] http://www.christiandaily.co.kr/news/%EB%8F%99%EC%84%B1%EC%95%A0-%EB%8F%85%EC%9E%AC-%EC%B4%88%EB%9E%98%ED%95%98%EB%8A%94-%ED%8F%AC%EA%B4%84%EC%A0%81-%EC%B0%A8%EB%B3%84%EA%B8%88%EC%A7%80%EB%B2%95-%EC%A0%9C%EC%A0%95-%EB%B0%98%EB%8C%80%ED%95%9C%EB%8B%A4-75406.html
[12] http://www.antihomo.net/~info01/view?p=1&article_id=196
[13] http://www.antihomo.net/~info01/view?p=2&article_id=97
[14]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4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