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트렌드 되돌아보기 – 지난 10년간 소비트렌드 변화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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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란?
소비트렌드는 소비 행위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동조하여 다수의 소비자가 따르는 흐름을 의미한다. 소비트렌드는 한 공동체의 사회·경제·문화의 거시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서,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전국적으로 유행한 인형뽑기방이다. 전국의 인형뽑기방은 전년 대비 68배 증가하여 1,433곳(2017년 4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이하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의 주머니가 줄어든 것을 인형뽑기방의 확산 원인으로 제시했다.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에 유희를 즐기고 싶은 소비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입시와 취업 등 경쟁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작은 성취로 대리만족하려는 심리 역시 제시된 원인 중 하나이다.

소비트렌드의 3대 원인 : 경제, 기술 발전, 인구 감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지난 10년간의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분석해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경제, 기술 발전, 그리고 인구 감소가 있다.

먼저, 경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소비자들은 낙관적인 미래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곧바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소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1990년 이전까지 연간 GDP를 기준으로 대략 10% 이상의 성장을 이뤘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3%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흔히 젊은 세대의 유행어 중 하나인 ‘헬조선’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로부터 유래되었다.

다음으로, 나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소통과 인간관계의 방식을 바꾸었다. 특히, SNS는 지난 10년간의 소비트렌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NS는 한국사회가 전통적인 공동체 중심의 문화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를 우선시하는 개인 중심의 문화로 변모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개인 중심의 문화는 자기지향적 소비트렌드로 연결된다.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개인화가 앞으로 더욱 심화되어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리라 전망하였다. 개인주의의 가속화와 SNS의 일상화는 소수와 오랫동안 깊게 관계를 맺기보다 다수와 짧고 얇게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인구의 감소도 소비트렌드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연결되고, 이는 개인 지향적인 가치관과 일상생활로 귀결되었다.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은 소포장 상품의 인기, 24시간 편의점의 성장, 그리고 혼술· 혼밥 등 ‘혼’으로 시작하는 소비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트렌드 변화(1) 개인화
①자기 지향적 소비
한국인의 소비의 지향점이 과시에서 가치로 변화하는 등 소비가 자기지향적으로 변모하였다. 소비의 중심과제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서 ‘나 자신에게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는가’로 변화된 양상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명품이 대한민국 소비시장을 지배했었다면, 최근 10년 동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상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② 소비트렌드의 다원화
한국은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사회적 규범이 강한 나라 중 하나이다. 눈에 띄는 돌출된 행동은 사회의 금기였으며, ‘다들 하는 일’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획일적인 소비트렌드로 반영되었다. 명품과 같이 다른 사람들이 구입하는 유명브랜드의 제품은 경쟁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과거의 대한민국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개인화·다원화가 가속되면서 개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가 갈수록 관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소비트렌드도 역시 다양해졌다.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고정된 소비 경향이 깨지고, 매년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등장한다.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이에 대한 예시로, ‘픽미 세대’1)와 ‘워라밸 세대’2)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③ 자존감 회복과 개성 표출
개인중심의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현대인의 자존감은 위축되고 있다. 계급 사다리는 끊어지고 한국인은 ‘수저론’에 분노한다. 계층 이동의 기회 상실은 청년층의 자존감을 낮추는 주된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인은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려는 욕망과 개성을 표출한다. 그 예로, 최근 도서시장은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은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등의 스스로 자존감을 세우라는 자기계발서로 가득 차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신이 새롭게 뜨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문신을 하였지만, 지금은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결합되면서 주된 트렌드로 부상하였다.

트렌드 변화(2)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최근 달걀과 생수 등 기본 식재료와 생활화학제품 사고가 연이어 화제였다. 소비자트렌드 분석센터는 이러한 최근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대해 소비자들은 큰 불안을 느끼고 있고, 그것이 불신사회와 과잉근심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불신사회의 배경에는 여러 사회적·기술적 요인이 있다. 먼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경제적·사회적 안정된 기반이 사라졌다. 더욱이 개인화는 심화되고 가족 간의 연대마저 약해지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의지할 곳이 없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작은 재난이나 사건·사고도 빠르게 전파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같은 규모의 사건도 더 심각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위기 대처능력과 신뢰 제고 능력 때문이라 설명하였다. 이러한 저신뢰 풍조 속에 국민들은 각자가 혼자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다. 2016년 경주의 지진과 2017년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도발 이후, 자연재해와 핵전쟁의 위기 대처를 위해 생존배낭, 전투식량, 방독면의 구매가 증가하 였다. 또한, 기본 식재료의 안정성에 위협을 느낀 소 비자가 스스로 제품 성분을 확인하는 ‘체크슈머’도 늘 고 있다.

트렌드 변화(3) 힐링
휴식과 힐링 관련 키워드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효리네 민박>과 <윤식당> 등 힐링 예능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꾸밈없는 소박한 일상의 가치와 일상에서 오는 작은 성취감을 대중에게 전해준다는 공통점이 있 다. 이러한 힐링 관련 상품이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이끄는 이유로 과열된 경쟁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이버 국가고시 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의 경쟁률은 46.5대 1로 기록됐다. 생존을 위해 현대인은 불가피하게 자신을 경쟁으로 내몰고 탈진한다. 한국인의 소진(burn-out)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중 전체 응답자의 81.3%가 평소 심신의 피곤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힐링 관련 상품은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오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피난처가 된 것이다.

‘패스트힐링’은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패스트힐링이란 패스트푸드처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스트힐링 업체로 힐링카페, 수면카페, 만화카페, 한방카페 등이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전체 패스트 힐링 시장 규모가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도 하반기 사이에 평균 135%가량 성장했다. 힐링 소비트렌드는 더욱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앞으로의 대한민국 앞으로 다가올 대한민국은 개인화, 저신뢰, 과열된 경쟁이 심화되리라 전망된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암울한 경제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현재의 즐거움을 누리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공동체 중심의 행복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개인 중심의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본 기사는<트렌드 코리아 2018>을 토대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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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픽미 세대 : 일상의 작은 일탈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20대 생활양식
2)워라밸 세대 :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 세대의 생활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