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GIST 기초교육학부 소속 김희삼 교수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이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에 <지스트신문>에서 김희삼 교수를 만나 앞으로의 자문회의 활동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는 국민경제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헌법상 자문기구다. 본 자문회의는 ▲거시경제분과 ▲민생경제분과 ▲혁신경제분과 ▲대외경제분과의 4개 분야로 구성된다. 김희삼 교수는 거시경제분과에서 1년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Q.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린다.
A. 기초교육학부 6년차 교수이고,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GIST에 부임하기 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0년간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Q. 이전에도 정책자문 활동을 많이 했던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A. 평소에 연구해서 제안했던 내용이 결국 정책에 반영되어 세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했다고 느꼈을 때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독자적인 연구와 통찰을 통해 정책에 대해 의견을 냈을 때 그것이 당장 정책으로 시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일관되게 언론 등을 통해 주장을 펼치고 주변 전문가와 공무원을 설득하면 언젠간 그 내용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책 방향이 된다. 그것이 대선 공약 등에 채택되면 정책으로 실현된다. 물론 제안부터 정책 실현까지 길면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Q. 자문위원직을 수락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이번 자문회의는 그동안의 정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다는 의미가 있다. 정권 초기에는 정책의 추진력은 있지만, 공약 이행에 집중하다 보니 성찰의 자세가 부족하다. 그렇지만 지금 4기 자문회의는 현 정부의 마지막 자문회의다. 그렇기에 그동안 펼쳤던 정책의 공과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보고 방향을 이야기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자문위원 위촉 의뢰가 왔을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Q. 자문활동의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A. 자문회의의 분과별 활동은 각 분과 위원들이 논의하여 선정한 정책 이슈들에 관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한다. 분과회의 후, 부의장은 의견들을 정리해 의장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한다. 각 분과회의와 별도로 전체 합동회의도 열린다. 이때는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함께 참석해 자문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도 있다.
Q. 그동안 자문회의에서는 어떤 안건들이 다뤄졌나?
A. 지금까지는 주로 금융, 재정 관련 안건들을 다뤘다. 우선 지난 7월 7일 첫 분과회의에서는 각 자문위원이 앞으로 논의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안건들을 자유롭게 제안했다. 7월 19일 분과회의에서는 디지털 금융시대 취약소비자 보호, 코로나19 금융지원정책 정상화, **ESG투자 활성화 등을 주제로 다뤘다. 8월 6일 분과회의에서는 코로나19 재정정책에 대한 평가, 재정분권에 기초한 복지재정 전달체계 개편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9월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문제를 주로 다룰 것이다.
분과 간 합동회의에서도 여러 분야에 걸친 문제들을 다룰 것이다. 11월에는 거시분과와 민생분과가 함께 부동산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또한 가장 최근인 8월 24일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과학기술금융-혁신의선순환과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어 과학기술과 경제 양대 분야의 자문위원과 전문가들이 공동의 국가적 목표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드문 자리를 갖기도 했다.
Q. 관심이 있는 분야와 생각하고 있는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인적자본의 향상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 양적인 감소를 보완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학습능력을 갖추고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중고령세대들이 소외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무인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지고, 금융 사기를 당하지 않는 등 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 갖춰야 한다. 이는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향후 더 오래 일해야 할 중고령층이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직장에서도 소외되지 않게 할 것이다.
이처럼 인적자본의 질은 중요하지만 양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인구가 유지되는 대체출산율(대략 2.1)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합계출산율이 1 정도로 지속되면 100명의 부모세대가 50명의 자녀세대를 낳고 50명의 자녀세대가 25명의 손자녀세대를 낳는다. 그렇게 되면 자녀세대 50명이 주된 부양인구가 됐을 때 노인 100명과 아이 50명을 부양해야 하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복지, 교육, 국방 등의 국가 시스템도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 급변한 인구구조에 적응해야 하겠지만, 변화의 속도를 조절해 적응 충격을 완화하려면 주된 출산연령대의 인구가 상당한 규모로 유지되는 향후 10년 동안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살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혼에 대한 부담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젊은 세대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값 폭등 사태와 같은 부동산 문제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민들의 절망과 좌절, 욕망이 가장 많이 응축된 곳이 부동산시장이기 때문에, 자문회의도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지역별로 주택 공급의 시기와 전망, 인구의 규모와 연령 비율, 금리와 대출규제, 임대차 관련법, 부동산 관련 세제, 기대심리와 투기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따라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정책의 오류를 성찰하고 앞을 내다보며, 집값 안정과 버블 붕괴 시 대응 등에 관한 정책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Q.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힘을 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보자고 얘기하고 싶다.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큰 위기인데,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새로운 기회들이 보이게 된다.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많았던 기존의 시스템을 개혁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대학의 판도가 변할 것이다. 한 명의 학생이 대학의 담을 넘어 여러 대학에서 여러 명의 교수를 선택하며 같은 과목을 배우거나 외국 교수의 수업을 듣는 것도 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바뀌는 교육 환경에 유연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학습자들은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잡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전향적, 미래지향적, 그리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잘 인식하고 디지털 전환 등 세상의 변화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이는 학생 개개인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인적자본 생산성도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불균형도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 학생들이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미래를 잘 준비해서 세상에 이바지하면서 자신도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