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작아서인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소문이 많이 돈다. 모 군 모 양의 사랑 이야기부터 학교 커리큘럼의 실체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가십은 흘려들으면 되지만 진로 고민과 관련된 소문은 골치가 아프다. 이 선배는 모 전공의 커리큘럼이 엉망이라 하고, 저 선배는 다른 학교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어떤 소문들은 너무 오래돼 지금은 유효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름에도 계속해서 유통된다. 그렇다 해도 모두의 입에서 나와 모두의 귀로 들어가니 책임의 소재는 알기 어렵다. 이럴 때 ‘팩트’를 알려줄 기관이 없어, 학생들은 그저 답답하다. 소문은 많지만 정보는 적었다. 개인의 힘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일에 대해선 소문에 의존할 뿐이다. 달리 방도가 있겠는가.
자성의 목소리와 비판이 부재한 것도 아쉬웠다. 대표적인 예시는 13학번 버클리 사건이다. 매년 GIST에서는 2학년 학생들에게 UC버클리 여름학기를 다녀올 기회를 주고 있다. 기존의 요구 공인영어성적은 토익 685점으로 문턱이 낮지만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13학번이 다녀온 이후 UC버클리에서는 영어 커트라인 100점 상향을 요구했고, 14학번이 충분한 학점을 받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의문도 많고 불만도 많았지만, 아무도 통보까지의 경위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제안하진 못했다. 5년 후에 후배들은 왜 요구 성적이 785점이 됐는지 알까? 아니, 제대로 된 기록과 자성 없이 5년이나 더 이 프로그램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학교 공식 언론사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반가웠다. 나는 <지스트신문>이 위의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공식 언론의 취재력으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학생들이 어떤 정보를 필요해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정확하고 잘 쓰인 기사라도 독자들이 관심 없다면 무의미할 것이다. 또한 시의적절한 의제설정을 기대해본다. 학내 시사 문제에 대해 날 선 문제의식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버클리 여름학기의 예시처럼 마음 아프지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어 지스트가 곪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독립언론 <지스캐치>였을 때와는 다르게 학교 예산을 받기 시작하고 발행에 총장 승인이 필요해지게 됐는데, 잘못하면 어용 학보가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창간준비호에서 신문사 스스로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밝혔지만, 안심되진 않는다. 독자들이 항상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초심을 지키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식 언론이 됐으니, 새로 생긴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으면 좋겠다. 종이신문이 캠퍼스 주요 장소에 비치되면서 공신력이 생기고 독자층이 확대됐다. 덕분에 학부생뿐만 아니라 직원과 교수, 대학원생의 의견도 전에 비해 수월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생각이 서로 통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잘해준다면 더 의미 있는 학보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학내 신문이 없어 안타까웠던 점들을 적어보니 ‘우리 학교에 학보가 꼭 필요했구나!’하고 생각이 든다. 타 대학에서는 학보 자체를 아주 폐간하거나 종이신문을 폐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지면으로 창간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지스트신문> 창간을 응원하며 하루빨리 지스트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종훈 2015년도 GIST대학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전기전자컴퓨터공학, 1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