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국방부는 병역자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복무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결과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문연구요원제도의 경우 불과 3년 뒤인 2019년부터 완전히 없애겠다고 하였다. 당연히 전방위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 이공계 및 의과 대학생들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 같은 정부 기관에다가 중소기업중앙회를 위시한 민간기관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야말로 국방부 홀로 외롭게 외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병역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심지어 1982년 9월 27일자 <동아일보> 2면에도 비슷한 취지의 기사가 실려 있을 정도로, 오래되다 못해 박물관에라도 모셔둬야 할 법한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에 대비할 수 있었던 지난 30년의 긴 세월 동안 국방부는 진정 최선을 다했는가?
물론 국방력 유지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병역자원을 더 확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일환’으로 전문연구요원까지 일반 병력으로 활용하겠다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게 너무도 큰 나머지, 국방부가 ‘지능적 종북’으로까지 불리지 않을까하는 걱정마저 든다.
전문연구요원들과 그 제도는 개인, 대학은 물론 기업과 국가에까지 막대한 편익을 제공해왔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주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연구개발 인력을 충당해 왔는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수조 원에 이른다. 한편 국내 이공계 대학원은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원래라면 해외로 나가버렸을 인재들을 유치해왔다. 국방부 스스로조차 과학기술인으로 하여금 일반적인 병사로 복무토록 하기보다는 ‘과학기술 전문사관’ 등의 제도를 통해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해왔다.
따라서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과 국방과학기술 수준에 크나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 모든 ‘쇠퇴’를 북한은 가만히 앉아 빙긋이 지켜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폐지하여 사병을 무려 ‘1%’나 늘리려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지능적 종북’이나 할 법한 자해인 셈이다.
사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특혜’라는 비판이 있었고, 국방부는 그것을 입장에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제도를 마냥 특혜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혜라고 칭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요원 본인들만 이익을 보고 전체 사회 모두가 손해를 보거나 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하였듯 해당 제도는 무엇보다 기업과 국가에 유익한 제도이지 않은가?
물론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개인의 학업’에 대한 혜택이라는 주장 또한 큰 오해이다. 국가 전반에 유익하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연구비를 지급하는 것이고, 그 유익함이 매우 크니 장학금까지 지급해서라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단순한 ‘개인’의 ‘학업’이라기보다는 ‘국민 생활 향상’을 위한 ‘투자’인 것이다.
국방력 저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는 소탐대실이다. 심지어 ‘개인 학업에 대한 특혜’인 것도 아니다. 국방부는 병력이 부족하다며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대신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의 ‘신뢰받는 혁신강군’이라는 슬로건이 더욱 실감있게 되길 바란다.
유재덕 (지스트대학 기초교육학부·1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