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이렇게 중요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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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접한 갑작스러운 뉴스, 이공계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려 한다는 국방부의 검토 내용을 앵커가 전한다. 이건 무슨 소리? 사회적 반응을 한번 보려고 국방부에서 언론에 흘렸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와보니 당장 학생들의 동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성장 시대. 201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접어들었고, 올해는 2%대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국가가 돈을 못벌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장의 시대인 1960-1980년대에는 1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누려 왔었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교수는 『거대한 침체』란 책에서 쉽게 따는 과일(low-hanging fruit, 쉽게 얻을 수 있는 경제 성장 동력)은 지금 모두 없어졌다고 이야기 한다. 과거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무상의 토지는 지금 없고, 노동력은 더 이상 끌어 올 곳이 마땅치 않다. 의무교육, 맞벌이, 이민자 수용 등 노동력 확대를 통한 성장은 한계에 달한 것이다. 자동차, 전화기, 의약품, 비료,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과학기술 발전이 토지와 노동력 다음으로 꼽히는 과거의 성장 동력이었고, 이 성장 동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바이오신약 등이 최근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 성장 동력이었고, 그럼 다음은 무엇일까 모두들 생각을 한다. 동시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비전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바로 지난주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회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성장 동력을 잃은 우리 경제의 유일한 대안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에 있다”고 하였다.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의약품, 에너지, 광기술, 그리고 이들 사이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창출을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4차 산업혁명을 정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들어 나갈 주역인 학생들, 특히 미래 이공계 연구실, 기업 연구소, 벤처 회사에서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을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정의하게 될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지 따라갈지를 결정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혁신적 과학기술에서 출발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국가 안보가 최우선 가치가 되어 왔지만, 그 가치를 위해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진학하여 미래 과학기술에 인생을 건 인재들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포기하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2016년 현재 63만인 대한민국 국군, 그리고 그 중 52만명의 대군을 거느린 대한민국 육군에서 한해 겨우 3천명의 병력을 더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해군과 공군이 중심이 된 미국이나 일본 군대를 보면서, 인구 절벽을 과거에 예측하면서 우리도 병력 숫자에 의존한 육군 보다는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한 군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이 있어 왔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에 동감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혁신적 과학기술을 이야기 한다. 요즘은 ‘innovative’란 말 보다, ‘disruptive’란 단어가 좀 더 와 닿는다. 쉽게 딸 수 있는 과일들이 없어졌기에 기존의 틀을 깨는 ‘disruptive’한 아이디어가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이다. 새로운 시도와 접목, 과감한 아이디어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유연한 사고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숙련된 손발의 노동력보다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한 세상이다.

타일러 코웬 교수는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고, “과학분야의 일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이렇게 중요한 적이 없었다”고 하며 책을 끝맺는다. 젊은이들에게 신나게 과학기술의 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보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미국이나 중국. 그 나라들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과학기술에 걸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래 과학기술에 인생을 건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이렇게 중요한 적이 없었다_서지원

 

지스트 대학원 화학과 서지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