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학내 지구·환경공학부 건물 213호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다. 연구실에서 구성원들이 실험에 사용한 화학약품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아 화학반응이 발생하여 폭발이 일어난 안전 불감증 사고였다. 현재 그 사고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지스트의 안전은 어떻게 바뀌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
지구·환경공학부, 생명공학부 건물 복도, 쌓인 많은 실험기구들
“치우라는 시정조치, 법적 강제성 없다”
올해 9월 20일 지구·환경공학부와 생명과학부 건물의 복도엔 많은 실험기구들이 쌓여있었다. 심지어 비상샤워기, 전기 배전반, 소화전과 같은 안전시설의 앞에도 실험기구들이 놓여있었다. 익명의 한 학생은 “비상상황 시 신속한 조치 및 대피가 어려울 것 같다”며 학내의 안전불감증을 우려했다.
학내 연구실 안전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안전센터 직원 박종영 씨는 지구·환경공학부와 생명과학부 건물의 복도에 실험기구들이 쌓여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안전센터는 작년 2월의 폭발사고 당시 연구실 전담 안전부서의 부재로 인해, 사고 직후 대응 및 예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박종영 씨는 “지구·환경공학동과 생명과학동의 복도에 실험기구들이 쌓여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지적받아왔던 사항이었다. 하지만 소방서의 지침에 따르면, 통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이 되는 한 복도의 실험기구를 치우라는 요청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실험기구들이 복도에 쌓여있어야 통행에 지장이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종영 씨는 매월 4일 안전 점검의 날로서 연구실이 있는 학내 각 건물을 돌아보는데, 그때마다 적어도 비상샤워기, 소화전, 전기 배전반 앞에 실험기구를 두는 것은 자제할 것을 각 실험실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상샤워기, 전기 배전반, 소화전이 있는 바닥에는 노란색 테이프로 된 세이프존이 있다. 그 세이프존까지 실험기구가 놓여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박종영 씨는 “적어도 세이프존은 확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스트 연구실 안전점검, 특별히 문제 되는 연구실은 없어
연구실 안전을 확인하는 안전점검은 크게 ▲일상점검 ▲정기점검 ▲특별안전점검의 3가지로 분류된다. 일상점검은 매일 연구실의 안전점검내역을 캘린더에 학생들이 작성하고, 교수님들이 확인하는 것이다. 정기점검은 일 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진다. 이때 정기점검은 미래부에서 선정한 안전 점검 대행업체에 맡기게 된다. 정기점검에 해당하는 항목은 ▲일반안전 분야 ▲기계안전 분야 ▲전기안전 분야 등 총 8개의 분야가 있으며 분야마다 4개씩의 항목이 있다. 특별안전점검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점검이다. 2015년에 실시한 정기점검 결과에 따르면, 학내에 연구실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해야 하는 4·5등급 연구실은 없었으며, 모든 연구실이 3등급 이상으로 평가되어 전체적인 안전에 큰 영향은 없으나 일부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혀졌다.
사이버 안전교육 보완할 콘텐츠 개발
학내의 <연구실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학생 및 연구활동 종사자들은 한 학기에 6시간씩 연구실 안전교육을 수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구안전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 주로 사이버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특정 분야의 학생들에게는 오프라인 교육으로 각 분야에 해당하는 알맞은 안전교육을 받게끔 하고 있다. 박종영 씨는 “안전교육을 6시간 수강하지 않는다면 학생증으로 건물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며 “타 대학은 안전교육 이수율이 30~40%지만, 지스트의 이수율이 80~90%가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박종영 씨는 “단순히 사이버 안전교육의 이수율이 높다고 해서 학생들이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이버 안전교육의 효율이 낮다는 것을 우리도 인식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완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고, 체험교육장을 만들어 지루한 안전교육에서 흥미로운 안전교육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준렬 기자 dynamic98@gist.ac.kr
삽화=이성주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