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대한 몇 가지 질문-조성은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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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성 은 (지스트 상담경력개발센터 상담실장)

질문 1. 상담실에 사람들 많이 와요? 질문 2. 보통 어떤 문제로 상담해요? 질문 3. 이상한 애들은 몇% 정도 돼요?

내가 듣게 되는 가장 흔한 질문들이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분의 이해를 돕 기 위해 용어 몇 가지 먼저 정리하고 싶다. 상담자란 ‘상담을 해주는 사람’ 이며 내담자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을 말한다. 자, 그럼 질문의 답을 정리해 보자.

질문 1의 답. 상담실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은 많다. 우리 센터의 경우 2013년 6월 개소한 이후 2013년 770 건, 2014년 1,578건, 2015년 2,165건 10월까지 1,814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질문자는 “아, 그래요? 생각보다 이용자가 많네요. 그런데 왜 내 주변에는 상담실 간다는 사람이 없지?”라 고 말한다. 상담실 간다고 SNS에 공지하지는 않을 테니 다른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질문 2의 답. 어려운 문제다. 오직 단 한 가지 문제로 상담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내담자에게 가장 신속하고 긴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한가지 일 수 있으나 사실 그 문제는 다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취업 or 대학원 진학으로 고민하며 상담실을 방문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이것은 단순히 진로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진로문제는 성적과 깊이 관련 되어 있으며(학업 문제), 가족들의 기대와 갈등(가족 문제), 개인적 성향(성격 문제)도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2번 질문을 받게 되면 “음 여러가지 문제로 와요”라고 애매하게 답할 수밖에 없다. 명쾌한 답을 드리지 못해 질문 자에게 죄송하다.

질문 3의 답. 이것은 더 어려운 질문이다. ‘이상한 애들’의 정의가 무엇일까부터 힘들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다. 일반적으로 표준화 검사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진단하게 된다. 표준화 검사는 정상분포를 가정하여 설명하기 때 문에 T 점수 50점을 평균으로 40~60 점을 정상으로 진단한다. 즉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는 것은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내가 비슷하다는 뜻일 뿐이다. 조금 비틀어서 설명하자면 다른 사람과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나의 심리적 고통이 줄어들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보면 인구 중 우울이 몇%,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이 몇%라는 통계치를 본다. 이러한 값은 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좋은 자료 이지만 개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 을 수도 있다.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과 같은 표준화된 정신질환 구분은 치료자를 위한 구분일 뿐이지 환자(내담자) 개개인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억지스러운 점이 많다. 사실 시대적으로 정신질환의 병명이 늘어나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심리검사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나도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를 이해하 기 위해 여러 검사를 사용한다. ‘내담 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가서, 정상이란 어떤 것일 까. 사람들은 본인이 처해 있는 환경 에 따라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능력이나 자질, 품성, 정신력을 요구 받는다. 예를 들면 우주비행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한 체력이 필요하고 상담자는 더 깊은 공감 능력이 필요하 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혼자 오랫 동안 생활해야 할 때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상담자는 누군가의 심각한 문제를 함께 하면서 겪는 심리적 소진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수적이다. 아마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가장 적절한 잣대는 자신의 업무와 생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연구나 공부’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지식에 대한 이해력 및 암기력뿐만 아니라 높은 집중력과 인내심, 창의력, 비판력, 상당한 체력까지 요구되는 일이다. 당연히 힘들고 지치고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심리적 문제로 자신의 업무와 생활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다면 이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움을 받는 일은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절대 아니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일 뿐. 자. 그럼 질문의 정답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 아.. 정답이 아닐 수도 있 겠다. ‘정답에 근접한 답’ 정도로 해두 고 싶다. 힘들면 도움을 청하자. 그리 고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자. 성숙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