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오전 10시 검찰은 최순실 사태에 대한 공소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하고 헌법상의 불소추특권으로 인해 기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담당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 검찰의 직접조사 협조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5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하야, 퇴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로 알려진 청와대의 ‘버티기’ 입장의 재확인이었다.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과 최근 대통령이 국정으로 복귀하려는 시도들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나온 이유를 청와대가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보인다. 청와대가 최순실 정국에서 얻은 교훈이 아무것도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호들은 대한민국을 사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다는 오만함의 표현이다.
실제 대한민국이 사적으로 운영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검찰의 인사들이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라는 말이 돌고, 팔짱을 낀 피의자가 다소곳하게 손을 모은 담당 수사검사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국가의 현주소를 단편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위로는 장·차관, 낮게는 과장까지의 공무원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대한민국 행정부의 사적운영이다. 대기업들이 최순실·정유라에게 돈을 보내고 국가로부터 특혜를 기대하는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국가의 사적운영 시스템이다. 최근 발표를 들을수록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국가·행정부의 사적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고집을 가진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한편 최순실 정국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지지도는 삼 주째 5%를 기록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약 100만 명의 시민들이 전국적인 대통령 퇴진요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저의 국정 수행지지도와 전국적 촛불의 이유는 간단하다. 100만의 촛불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브로커를 사이에 두고 재벌과 결탁을 맺었으며 민주주의 시스템을 철저히 악용한 것에 대한 분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버티기’와 ‘모르쇠’를 선택해 민주주의 시스템의 악용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 다시금 민주주의 악용으로 답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끈질긴 기만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현 상황을 이어가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보며 암담함이 들 뿐이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그것을 지켜나가야 하는 자리이다. 이토록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한 대통령이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임기를 이어나가는 것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허탈함을 느낀다. 최순실 일가, 재벌과 결탁해 사적 이익을 실현하고도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해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에서의 민주주의는 ‘그들만의 민주주의’다. 정부가 평화시위와 전국적 촛불로 표현된, 성숙한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신들만의 민주주의’는 그만 내려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