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시민’의 한 장면, 극중 변종구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한 표를 원하는 후보들이 온 거리와 TV를 자기홍보와 광고로 메운다. 언론은 각 후보들에 관한 루머와 스캔들을 쏟아낸다. 익숙한 풍경이다. 어떤 이들은 매번 반복되는 이런 익숙한 상황들에 지쳐 선택을 포기하거나, 누구를 뽑아도 똑같다고 단언해버린다. 우리는 왜 선거를 해야 하는지, 누구를 선택해도 같다면 누군가의 한 표에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도 있다. 4월 26일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 ‘특별시민’의 주인공 변종구는 세 번째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현직 서울시장이자 노련한 정치인이다. 변종구는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들어 선거에서 보다 유리해지기 위해 젊은 광고전문가인 박경을 영입한다. 초반에 유리한 입지였던 그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상대 후보들의 공세와 본인 진영 내에서의 암투 및 스캔들로 인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정치인 변종구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광고전문가 박경을 통해 선거와 관련한 정치인들의 다양한 암투와 전략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선거운동은 현실에서 후보들의 문제 발언, 단일화 논란, 그들의 자식들과 관련된 스캔들 등 유독 선거철만 되면 논란이 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스캔들을 선거에 이용하는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란거리들을 앞다투어 보도하는 언론인들의 모습 역시 영화에 담겼다.
주인공 변종구는 선거란 ‘자신이 늑대라고 하면 사람들이 늑대라고 믿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오른팔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시 선거를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변종구가 말하는 선거란 자신이 거짓을 말해도 유권자들을 속여 진실이라고 믿도록 하는 정치인의 인식을 대변한다. 심혁수의 말 또한 똥물처럼 수많은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운동에서 진주라는 권력을 얻는 것만이 선거라고 생각하는 권력 지향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타락한 정치권과 선거의 모습만을 제시하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혐오를 부추기지는 않는다. 타락한 선거운동을 바라보면서 박경은 내적갈등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박경을 통해 그들이 무시하던 유권자야말로 지금의 선거를 바꿀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유권자가 한 표를 실행할 때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실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특별시민’ 은 누구나 선거에서 자신만의 한 표를 실행할 때, 비로소 ‘특별시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