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이 결정되었다. 해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은 KBS 사옥을 둘러싼 경찰과 전경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당한 채였다. 2010년 2월에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이사진의 압박 끝에 사장직에서 쫓겨나듯이 사퇴했다. 공석이 된 두 사장의 자리는 김인규 전 MB 캠프 방송전략실장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던 김재철 전 청주 MBC 사장이 대신했다. 2017년 8월 17일 개봉한 영화 ‘공범자들’은 그 후 진행된 언론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MBC에 새로 부임한 김재철 사장은 4대강 사업, 정부의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보도했던 PD수첩의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하고 임원들을 각기 다른 부서로 발령시켰다. 억울하게 해고당한 사람 중에는 본 영화의 감독인 최승호 PD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재철 사장의 편파적 보도 편성 및 제작 자율성 침해가 계속되자 MBC 언론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임과 공정방송 쟁취를 주장하며 2012년 170일의 장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투쟁 끝에 2013년 3월 김재철 사장의 해임이 결정되었으나, 노조가 바랐던 언론의 자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김재철 사장의 후임이 5년간 약 수백 명의 방송인을 해고하고 징계하는 역할을 맡은 안광한 전 부사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장직에 오른 후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을 모두 몰아내고, 길거리를 채운 촛불 시위 방송 보도를 의도적으로 피한 채 눈 가리기 용 보도만 내보냈다.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안광한 전 부사장은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하여 영화 ‘공범자들’의 상영을 막으려 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권력과 언론의 연대 속에서 공정방송이 자리 잡을 곳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본 영화의 최승호 감독을 포함한 쫓겨난 방송인들, 그리고 국민이다. 쫓겨난 방송인들은 한 데 모여 ‘뉴스타파’를 설립해 공영방송이 내보내지 않는 정부의 어두운 면을 공개했다. 시민들은 뉴스타파를 후원하며 그들을 응원했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분노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여 100 만개의 촛불을 들었다. 김민식 PD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의 부당 해고행위에 반대하며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MBC 사옥 한가운데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고, 그것은 며칠 후 100명이 넘는 PD, 기자, 엔지니어들의 외침으로 번져나갔다.
‘공범자들’은 10년간 진행된 언론의 역사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는 끝을 맺었지만, 언론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올해 9월 4일, KBS-MBC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각 방송사 로비에서 김장겸 현 MBC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편파 방송을 반대하며 실행되었던 2012년의 총파업과 시행 사유는 같지만 규모는 훨씬 크다. 2012년 170일의 장기 파업이 수백 명의 언론인 해고라는 결말을 초래한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될 총파업의 결과가 어떨지는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에 나왔던 언론의 투쟁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지금, 영화 ‘공범자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공범자들’의 공범자들이 될 것인가, 혹은 맞서 저항할 것인가?
오정원 기자 jungwon9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