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과학기술=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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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이후, 우리나라는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폐허였던 우리나라가 금세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데다, 심지어는 빠른 발전에 세계가 놀란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기도 합니다. 발전과 혁신은 계속돼, 얼마 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이 금세 일상이 됩니다. 우리가 주머니에 대수롭지 않게 넣어 다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혁신들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도록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발전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행복할까요?

작년 OECD 국가들의 ‘삶의 만족도 평균’은 6.5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8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저 이 통계만의 결과라기엔, 우리는 삶에 지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험공부와 학점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동기부터, 인간관계 때문에 우울해하는 친구까지,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전에 없던 엄청난 수준의 기술이 삶의 곳곳에 계속해서 스며들어 편한 삶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도, 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라도 말이죠.

이런 세태를 보고, 여러분을 위한 질문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만약 기술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한다면, 지금 존재하는 기술이 없었던 때는 과연 불행했을까요? 스마트폰 없이도 잘 살았던 10년 전의 우리들을 떠올려 보면,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살았기 때문입니다. 뭔가가 없는 것이 표준이라면, 그게 없다고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그게 없다고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방금 질문에 대한 답은 ‘No’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까와 비슷하지만 정반대인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불행을 불러오게 될까요?

요즘은 북한과 우리나라의 계속되는 대립이 이슈입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고, 이런 북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안팎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원자폭탄도 수소폭탄도 결국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과학자들이 노력해서 만든 결정체를, 지금은 국제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군사력을 포기하려 하지 않아, 한편으론 더 파괴력이 강한 폭탄과 전투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경쟁에 뒤쳐질 수 없어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그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커질지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인류 멸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겠다는 예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직 과학기술로 뒷받침된 비극이 대규모 전쟁으로서는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테러가 끊이질 않아,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비극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엄청난 기술 발전의 산물들이 악한 의도와 만나면 얼마든지, 지금껏 열심히 기술을 만들고 유지하려 애쓴 우리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학기술은 이례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인류에게 이득이 될지 알 수가 없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기쁨은 얼마 안 가 식어버린 후 그저 그런 일상이 되고 있고, 기술이 언제 우리에게 등을 돌릴지 몰라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구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그 당사자로서, 이제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기술적 우월함만을 추구할 때가 아닙니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경쟁의 한 수단으로서의 기술이 아닌, 진정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한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조절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과학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계속 발전하며 몸집이 점점 불어나 그 관성이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져서 감당할 수 없어지기 전에 방향을 틀어 주어야, 행복이라는 목적지로 쉽게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의 목표만을 보지 말고, 놓치고 있던 중요한 많은 것들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전하윤

전하윤(기초,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