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트륨 감지 신경, 초파리 장 내에서 발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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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prandial sodium sensing by enteric neurons in Drosophila – 「Nature Metabolism」

 

GIST 생명과학부 김영준 교수를 포함한 카이스트•미국 UC San Diego 공동 연구팀이 초파리 장에서 나트륨을 감지하는 새로운 장관 신경 세포를 발견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4월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에 실렸다.

 

R10H08 R59H02 gene이 GFP로 표지된 INSO 신경 세포를 담은 공초점 현미경 사진이다.

 

새로운 나트륨 감지 세포, 초파리 장 내에서 밝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나트륨 농도 균형은 근수축, 세포 삼투압 조절, 혈압 조절 등 우리 몸과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나트륨은 이온화돼 물과 반응성이 한층 줄어든 소금의 형태로 우리 몸에 섭취된다. 이를 위해 구강 내 미각 세포에는 소금의 양과 짠맛을 측정하는 나트륨 수용체가 존재한다. 소금에 의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세포는 말초에서 뇌로 들어가는 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하지만 입에서 짠맛을 감지하는 미각 세포 외에 다른 나트륨 감지 장치는 우리의 몸 안에 있을 것으로 추측만 됐을 뿐,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었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 초파리의 장 신경들(enteric neurons)의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의 위장 신경 중에 나트륨을 감지하는 뉴런이 존재함을 실험적으로 밝혔다.

 

나트륨 감지 능력을 측정하는 행동 실험

KAIST 생명과학부 서성배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구강(protosis) 미각 세포 외에 소금을 감지하는 내수용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각 세포의 기능이 제거된 Ir76b 돌연변이를 이용한 실험군을 설정했다. 그리고 초파리가 소금을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소금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소금이 없는 배지에 초파리를 72시간 동안 두었다. 이후 소금이 든 설탕 배지와 설탕만 든 배지가 있는 환경에 초파리를 두니 초파리는 미각 세포 돌연변이로 인해 짠맛을 못 느끼는데도 소금이 든 배지를 찾아가는 행동을 보였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초파리의 몸 안 어딘가 미각 세포 외에 소금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가 존재함을 알아냈다. 나아가, 감지 사실이 뇌에 전달돼 소금을 찾는 행동이 일어났을 것이라 추측했다.

 

3개 학교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INSO 신경 세포를 발견하다

GIST 생명과학부 김영준 교수는 국책 연구소인 한국 초파리 연구자원 은행(KDRC)을 운영하고 있으며, KDRC가 보유하고 있는 초파리 GAL4라인의 장관 발현 양상을 조사하는 K-GUT 프로젝트를 서울대•카이스트•성균관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INSO 뉴런 표지 방법을 개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GIST 생명과학부가 운영하는 KDRC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파리 연구자원 은행으로,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자넬리아 연구 캠퍼스의 Fly Light Split-GAL4 Driver Collection을 포함한 약 1만 개의 초파리 종들을 매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각 종들은 저마다 특정 세포를 특정 시기에 만드는 GAL4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이들은 이번 INSO 신경 세포 발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Split GAL4 시스템으로 장관 세포 특이적 형질 전환체 개발해

본 연구에서는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 기법을 이용해 소금 감지 신경 세포인 INSO 신경을 발견했다. 해당 실험 기법은 유전자 발현과 기능을 알아볼 때 매우 유용한 연구 방법이다. 이 실험은 전사 인자를 암호화하는 효모의 GAL4 유전자를 비롯해 프로모터 부분(region)의 짧은 서열이면서 GAL4가 결합하는 서열인 UAS로 구성된다.

실험의 핵심 원리는 UAS 서열 뒤에 GFP를 연결한 UAS 초파리와 프로모터 뒤에 GAL4 유전자를 연결한 GAL4 운반(driver) 초파리를 교배(combination)하는 것이다. 교배로 얻은 자손들은 원하는 유전자(target gene)가 발현된 특정 세포만 GFP로 표지돼 태어난다. 이후 형형색색의 GFP 항체 염료(dye)를 처리하면 초파리의 근육 세포, 신경 세포, 핵, 세포 골격(cytoskeleton)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행동 관찰(Behavior Screen)과 원인 규명(casuality establishment)

KAIST•GIST 공동 연구팀은 초파리의 신경 세포들을 하나씩 억제한 뒤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배지 선택 실험에서 초파리가 소금 배지를 찾아가는지 알아보는 행동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소금 선호 현상이 사라지는 초파리의 유전자 라인이 발견됐다. 이들은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도 소금에 대한 선호도가 거의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원인 규명을 위해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을 수행한 결과, 연구팀은 내부 장 뉴런(anterior enteric neurons)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초파리들이 소금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지 않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그중에서도 INSO 신경 세포가 소금을 감지하는 세포이자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소금 선호도를 증가시키는 매개자임을 발견했다.

 

연구의 의의와 한계점

초파리와 인간은 필수 유전자의 약 70%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소금 감지 메커니즘과 관련된 분자나 유전자를 찾으면 인간의 내수용 감각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태까지는 몸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신경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같이 내수용 감각에 대한 연구는 소금과 같은 인간에게 중요한 영양소를 어떻게 감지하고 반응하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이 분야는 고혈압과 같은 관련 질병 치료 약물 개발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여 김영준 교수는 INSO 신경 세포 내 나트륨을 감지하는 특정 분자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각 세포에서는 Ir76b 수용체가 소금을 감지하는데, INSO 신경 세포는 Ir76b 수용체가 없다. 이에 김 교수는 INSO 신경 세포가 어떤 기작을 통해 소금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향후 연구, 김영준 교수에게 묻다

김영준 교수는 “이번 논문을 통해 장관 신경에 관심이 생겼고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장관 신경 세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장관 신경 세포 중 알코올에 반응하는 세포를 찾았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신경 세포를 찾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분야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이 많았음을 깨달았고 내수용 감각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분자유전학 동물 모델을 활용한 향후 후속 연구의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준 교수는 과학 연구에서 “질문을 잘 설정하는 것과 생물학적인 기본 원리를 적용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실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소금 섭취가 부족한 초파리는 소금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증가한다는 현상을 활용한 실험 방법 개발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KDRC 은행장인 김영준 교수는 지난 2~3년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초파리 종들의 조작 가능한 형질전환 세포 분석을 전부 마쳐둔 상태다. 이번 연구는 김영준 교수 연구팀이 초파리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해서 내수용 감각 신경 세포의 기능을 찾은 KDRC 프로젝트의 초기 연구 성과 중 하나다. 김영준 교수는 공동 연구를 통해 동물 내부 소금 감지 신경 세포 존재를 밝히며 생명과학의 드넓은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규서 기자

leegyuseo@gm.gist.ac.kr

 

1 신경 세포(neuron):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나트륨과 칼륨과 같은 이온 통로를 발현해 다른 세포와는 달리 전기적인 방법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2 INSO: Internal sodium-sensing의 약자.
3 UAS(upstream activation sequence): 효모에서 발견되는 조절 염기서열로, 프로모터와 구별돼 인근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4 GFP(Green Fluorescent protein, 녹색 형광 단백질): 자외선 범위의 빛에 노출될 때 녹색 형광을 나타내는 단백질로, 해파리에서 처음 추출됐다. GFP는 발견 이후 동물이나 다른 종에 도입돼
유전자 변형 기술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5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 유기체에 신체의 내부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감각의 모음으로, 신체의 생리적 상태를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