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전문연 제도 ‘학생 패싱’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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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말썽이다.

지난 2월 5일에 국회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 정책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토론회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전문연 폐지 논란이 시작됐을 때 조직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였다. 당시 토론회를 취재했던 <지스트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국방부가 여러 다른 기관 부처들과 협의 없이 단독적으로 전문연구요원제도 개편을 진행한다는 루머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당시 실린 기사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과학기술계를 들썩이게 했던 2016년 <대체복무제도 축소 계획안>이 지난해나 2년 전처럼 여전히 계획뿐인 모양새는 아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축소되고, 폐지까지 논의중이라는 이야기도 여전하다.

매년 병무청이 조정하는 각 대학의 전문연구요원 배정인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배정 인원과 수요 인원 사이에는 이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원 중 하나인 GIST는 더 이상 기존과 같이 희망자 전원이 전문연구요원 편입을 보장받기는 힘들어졌다.

병역 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은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전까지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확정적이었던 과학기술원 대학원생들은 더욱 타격이 크다.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가능했다면 없었을 2년간의 경력 단절을 고려해야 하고, 진로나 취업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과학기술원 학부생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원과 달리 학부는 입학만으로 전문연 편입이 확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입학 시기부터 자대 대학원 진학 후 전문연 편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정 인원을 조정하는 데 어느 부처들이 조율에 참여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조율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국방부의 입장처럼 다른 기관 부처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편 혹은 조정이 이루어진 것일 확률 역시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당사자인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 존폐, 혹은 축소 문제는 제도 자체가 가지는 이점이나 문제점, 또 병역 인원 감소 문제의 해결책 등으로만 논의될 수 없는 문제다. 제도에 변화를 주었을 때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해를 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인원이 무조건적으로 생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흔히 논의에 꼭 참여해야하는 개인, 단체, 국가 등이 ‘열외’ 취급을 받는 것을 패싱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제도 개편 과정은 제도와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 제도에서 마치 패싱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국가 정책이 현장이나 관련인의 의견을 전부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문연 제도 폐지는 없다는 정부의 발표나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같은 것들이 반발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일 뿐이었다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도 2년 가까이가 흘렀다. 당시 국방부의 <대체복무제도 축소 계획안> 발표 이후 교육부와 미래부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제는 또 다른 문제다. 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관련된 정부 부처간의 합의 뿐 아니라 미래가 직결된 당사자들과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편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또 적절한 합의점을 향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학생 패싱’은 멈추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