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성 평등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과 이것이 차별 수사임을 주장하며 2주째 계속되고 있는 여성 집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유명 유튜버의 노출 사진’과 이 사건이 불러온 파장 등으로 SNS를 비롯한 각종 소통 창구에서는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의 연장선으로 GIST에서도 성 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다른 대학 여성 교수들이 GIST를 방문하여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어려움과 이에 대한 극복 과정 등을 공유하는 ‘찾아가는 여성 과학자’ 행사가 진행됐다.
5월 14일 중앙도서관 소극장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여성 과학자’는 물리학회 여성위원회가 주관하고 관련 여성 과학자들이 대학을 방문하여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경험, 고민이나 진로에 대해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행사다. 이날 대화에는 강원대 류미이 교수, 광운대 정란주 교수, 순천대 정옥희 교수, 경북대 조연정 교수가 참여해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 어린 시선, 과학의 특정 분야에 여성 과학자가 적은 이유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혼과 육아에 대한 실질적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 대해 C 씨(여)는 “소속과 성별 등에 상관없이 평소 본인의 생각, 경험과 궁금한 점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A 씨(여)는 “초빙된 여성 교수님들께서 질문에 답변하기에는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편견으로 인한 성차별을 다루는 자리에서 오히려 ‘여성들은 감정적이다’, ‘남성들은 눈치가 없어 직접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등 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별 비율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B 씨(남)는 “GIST의 전체 성비를 고려했을 때 남성들의 참가율이 심각하게 저조했다. 심지어 참가한 남성들도 대부분 여자친구와 오거나, 친한 여성의 권유 때문에 마지못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들어보니 매우 유익한 행사였는데 다음 행사에는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과학계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여성 과학자들이 여성이기 이전에 과학자라는 걸 생각해주지 않는 일부 남성 교수들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사 참석이 가장 필요한 대상은 남성 교수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참여는 두 명에 불과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남성들의 행사 참여뿐만 아니라 남녀 간에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D 씨(여)는 “남성 교수님들과 남학생들이 ‘여성 과학자’ 또는 여성에 대해 갖는 생각이 궁금하다. ‘남성 과학자‘ 또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의 경험 및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며 보다 적극적인 남성들의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후 비슷한 행사가 진행될 때 어떤 부분이 추가되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배우자, 부모, 지도교수 등의 도움으로 이미 성공한 여성 과학자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 과학자의 길을 포기한 분들도 강연자로 모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선택에 대한 배경 및 생각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성 평등을 다루는 공개적인 자리가 열린 데에 의의를 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C 씨는 “이미 2015년부터 GIST 내 교수님들께서 여성으로서 과학자의 삶을 사는, 혹은 앞으로 과학자가 될 여성들에 관심을 갖고 세미나나 수업을 진행하셨다고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거나 이 주제를 다양한 형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행사로 기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 주제와 관련해 밝히고 싶은 의견이 있냐는 질문에 D 씨는 “GIST의 여학생들이 교수님들과 유학 관련 상담을 했을 때 일부 교수님들로부터 되돌아온 질문은 ‘결혼은 어떻게 하려고?’, ‘아기는 언제 낳으려고?’였다. 우리는 ‘아내’, ‘엄마’를 꿈꾸기 이전에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었다”며 여성 과학자가 아닌 과학자로서 봐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최 윤 기자 choiyoon@gist.ac.kr
박유진 기자 yjpark0330@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