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의 왕국’에서 일으키는 지적 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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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백욱인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1.12
·저자 : 백욱인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1.12
·저자 : 백욱인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 2015.01.12

현재의 우리는 이미 인터넷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넘치는 블로그와 저작권을 침해하는 유튜브 동영상, 욕설이 난무하는 커뮤니티까지. 현재의 인터넷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인터넷 빨간책’에서는 왜곡된 정보, 무시되는 저작권법 등을 비판하며 인터넷 세계를 ‘가축의 왕국’이라고 부른다. 최근 인터넷 이용자들은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정보들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기만 하는 ‘가축’에 불과하며, 이 ‘가축’들은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왕국’에 살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소에도 우리가 종종 느끼고 있었던 인터넷의 문제점들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터넷이 ‘가축의 왕국’이자 ‘똥바다’가 되어버린 원인들을 낱낱이 짚는다.

‘인터넷 빨간책’은 여러 문학 작품을 패러디해 한국의 인터넷 사회를 신랄히 비판한다. 일례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부분에선 ‘빅 브라더’를 정부에 대입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정부가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여 ‘1984’의 ‘빅 브라더’처럼 여론을 통제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업로드하고, 그에 대해 다른 이용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모든 사생활 자료와 활동 데이터는 페이스북의 빅데이터가 되고, ‘빅 브라더’는 이를 통해 사용자들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또, 이 책은 매클루언, 베냐민 등 선인들의 입을 빌려 현재 인터넷 문화의 부작용을 꼬집는다. 각각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변형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한다. 하나의 예시로 매클루언이 1960년대에 잡지에 투고한 ‘미디어의 이해’에서의 원문을 변형한 것을 볼 수 있다. 고대 로마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한 문단을 현대인과 스마트폰의 관계로 변형하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모든 현대인이 스마트폰에 둘러싸여 있었다. (중략) 이용자들은 부지불식간에 내면적으로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소위 금기시되는 서적인 ‘빨간책’을 자처하며 다른 서적에 비해 과격하고, 엄밀하지 못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수치적으로 엄밀하고 딱딱한 논문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또, 이 책이 ‘심슨’, ‘아Q정전’, ‘봉이 김 선달’등의 익숙한 작품들로 현실을 묘사한다는 점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비판이 재치 있는 풍자가 된다는 면에서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독자는 우스꽝스러운 호머 심슨, 아큐, 김 선달의 행동이 인터넷 세계에서 나타나는 모습들 속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축’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축’들의 모습은 사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독자 본인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읽으면서 마냥 웃으며 넘어갈 수 없고,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선 이 책이 ‘현실에 대한 반동’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은 발전하나 이용자의 문화와 기업의 서비스는 후진되는 현실을 매도하고자 이 책을 썼음을 강조하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생각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다 넓은 시선으로 ‘가축의 왕국’을 바라보고 저자가 일으키고자 한 ‘반동’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정희찬 기자 hchwjd2017@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