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세상에서 똑똑해지기, 그리고 경제성장률의 의미
2007년 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이후 불과 10여년 만에 우리는 모바일의 세상에 살게 됐습니다. 모바일 세상에서는 누구나 세상사에 대해 자유롭게 한 마디씩 하고 이것이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갑니다. 공들여 쓴 기사나 전문가의 글을 정독하기보다는 한줄 뉴스 같은 간단한 정보나 지인이 올린 촌평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향도 생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만 해도, 가령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고용쇼크 등 논쟁 이슈들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시간도 들고 공부도 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본 짧은 글이 나의 견해처럼 된다면, 편리하지만 취약하고 때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의 취지는 <지스트신문> 독자들께서 세상, 특히 경제에 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와 연결된 남의 생각이 아니라, 자료와 논리, 그리고 조금 욕심을 내자면 간단하지만 검증된 이론에 바탕을 둔 나의 식견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설이 길어졌지만, 앞으로 제가 쓸 내용을 읽는 것보다 이런 마음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은 <지스트신문> 편집장이 4회분 고정 칼럼을 요청하면서 저를 설득한 기획 취지이기도 합니다)
첫 회분 주제는 성장, 즉 경제성장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섰습니다. 인구 5천만명을 넘는 나라 중에서는 7번째입니다. 그런데 언론기사 중에는 3만불 돌파 시점에서 성장률을 견줘보니 한국이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6년 만에 최저라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습니다.
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연간 증가율을 말합니다. 참고로 GDP란 한 나라(국민이 아니라 영토)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중고거래 제외)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중간 투입물 제외)의 시장가치(암시장, 가사노동 등 제외)입니다. 국민(총)소득(GNI)은 GDP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요소소득과 무역거래의 순익을 반영할 필요), GDP의 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김상호 교수님의 ‘거시경제학’ 수업에서 배우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성장률이 왜 중요한 것일까요? 72를 1인당 실질 GDP 성장률로 나누면 1인당 실질 GDP가 2배 되는 데 걸리는 햇수가 나옵니다. 과거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에는 연평균 1인당 성장률이 8% 정도 됐으니, 그때는 9년마다 1인당 소득이 평균 2배씩 증가한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나이 차가 27년이라면, 같은 나이에 경험한 생활수준의 차이가 8배나 되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성장률이 3%로 떨어지면 생활수준이 2배 높아지는 데 24년 걸리고, 2%로 떨어지면 36년, 1%로 떨어지면 72년 걸립니다.
예를 들어 1900년에는 일본보다 아르헨티나가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100년 간 일본이 연평균 2.76% 성장하는 동안 아르헨티나는 연평균 1.88% 성장하여 성장률 차이가 1%p도 안 났지만 장기화되자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100년 동안 일본은 소득이 18배 증가했지만 아르헨티나는 7배 증가에 그쳐 지금처럼 경제력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도 GDP 1%p의 감소 충격은 상당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실질 GDP가 1,556조원이었는데 그 중 1%인 15.56조원이 증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예컨대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연 매출 30억인 중소업체 5,000개가 도산해서 15조원의 생산이 줄어든 것이라면 몇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계 곤란에 처하게 됐을까요?
우리 개인 일상에서는 1%p가 그렇게 큰 의미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특히 성장률을 생각하면, 1%p 높고 낮음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KDI나 한국은행 같은 데서 성장률 전망치를 고심하여 발표하고 수정치를 내고 하는 것도 이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경제성장률 기사가 나올 때 조금 더 눈여겨봐야겠지요?
물론 독자들께서 환경파괴, 가사노동, 지하경제, 과로사 등이 반영되지 않는 GDP 개념의 한계를 지적할 수도 있겠지요. 양적 성장 외에 분배나 포용 등 균형발전 또는 질적 성장과 관련된 문제들은 다음 칼럼에서 다뤄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