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에 ‘세포물리생물학(Physical Biology of the Cell, PBoC)’이라는 Caltech 교원초청 계절 학기를 수강했다. Caltech에서 오신 Rob Philips 교수님이 진행한 일주일 단기 집중코스였는데 생물학적인 요소들을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분석하고 배우는, 일종의 융합 수업이다.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물리전공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세포를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 꽤나 호기심이 생겼다. 또 여름방학과 다르게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고, 지스트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무려 칼텍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지원해봤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기초교육학부를 막 벗어난 학생이고, 대학에서 생물학을 배운 적이 없었으며, 물리학적 지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선발되었을 때 의문과 함께 살짝 당황했다.
선발이 되고 나선 부족한 생물학적 지식과 코딩 능력에 대한 한탄이 밀려들어왔다. 실제로 수업 전날 python 기초 강의를 들을 때 수업시간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 이런 걱정들은 기우였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먹을 때쯤 끝나는 수업 일정이 피곤했고, 영어로 된 생물학적 용어를 이해하는 것이 쉬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업이 재미있어서 졸 수가 없었고, 세포를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수업이었던 만큼 내가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꽤 많았다. 교수님과 조교님들이 어려운 부분을 친절히 도와주시기도 했다 (더불어 착한 선배들도 나를 도와주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습을 통해 바로 확인해보는 작업은 실로 흥분되는 일이다. 세포와 관련된 숫자들(DNA·ATP·리보솜 개수)을 추정해보거나 생물학적 무차원 상수들, 화학적 확산에 관한 확률방정식을 다루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관심이 있었던 내용은 통계물리를 이용해 억제제와 촉매제가 있는 상태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살펴본 것이다. 유전자 발현에 관해 수업시간에 배운 그래프를 python을 통해 재현하는 작업은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성취감이 들어 짜릿했다. 그 외에 조교님들과 진행한 실험수업도 흥미로웠는데 광 핀셋(Optical Tweezer)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특정 조건의 대장균 배지 사진을 찍어 분석해보기도 했다.
1주일간의 짧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한 학기간의 긴 수업이었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평상시 접하기 힘든, 여러 학문이 섞인 응용학문을 접해 식견을 넓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떠한 현상을 물리학적인 것들로 나타내 프로그래밍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이 수업을 모두에게 추천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느낌이다. 자신이 아직 저학년이더라도, 혹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지스트에 다니면서 한번쯤은 들어볼만한 수업임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