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20대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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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찬호 ·출판사 : 개마고원 ·출간 : 2013.12.05
·저자 : 오찬호 ·출판사 : 개마고원 ·출간 : 2013.12.05
·저자 : 오찬호
·출판사 : 개마고원
·출간 : 2013.12.05

N포 세대, 청년 실신, 청년 고용 절벽… 수없이 많은 신조어들은 오늘날 20대들의 안타깝고도 처절한 상황을 대변한다.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청춘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그에 맞는 보상은 받지 못한다. 젊은 사회학자이자 책의 저자 오찬호 작가는 20대들을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 현재 사회구조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오찬호 작가가 본인의 논문을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핵심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재구성하고 보완한 것이다. 작가는 2000여 장의 에세이와 50여 번의 학생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20대 사회인과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명확하고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20대 청년들의 진솔한 독백이자 자화상이다.

이 이야기는 ‘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살펴보며 시작한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것이 ‘도둑놈 심보’라고 말했다. 자신들은 취직을 위해 엄청난 공부와 경쟁을 하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은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작가는 대학생들의 이러한 생각은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사회 때문이라 말한다. 성공하기 위해선 자기계발이 필요하며 강력한 자기 통제와 엄격한 시간 관리가 필수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것이다. 이 관념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20대는 어려운 상황을 본인의 자기계발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따라서 이들은 끊임없이 본인을 개발(開發)하며 자신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고 비판한다. ‘스스로’를 계발한다는 뜻의 자기계발이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더욱 강력한 자기계발로 몰아붙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한 작가는 학력 위계 주의 속에서 어떻게 차별이 정당화되는지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서열의 대학을 선호하고 차별대우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문대보다는 2년제 대학을, 2년제 대학보다는 4년제 대학을, 그 속에서도 높은 서열의 대학을 선호하고, 차별한다. 후자는 전자가 자신들만큼 자기계발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이 정당하다고 여기고 전자 또한 이를 인정한다. 많은 청년들이 남에게 평가받으며 열등감을 느끼고, 동시에 타인을 비판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이렇게 부활한 신분제 아래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작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힘들면 잠시 쉬다 가라’ 등의 말은 어쭙잖은 위로일 뿐이라 꼬집는다. 이러한 충고들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따라주는 사회에서나 효과가 있는 말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당연히 ‘덜’ 일하면 ‘더’ 공부할 수 있으나 현실은 ‘더’ 일하고 ‘덜’ 공부하게끔 한다. 공부할수록 가난해지고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이겨내고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20대 백수들은 지긋지긋한 시련을 겪었음에도 결실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이미 힘든 사람에게 지금의 고통을 버티고 더 큰 미래를 준비하라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차갑고도 슬픈 20대들의 민낯을, 잔인하고도 모순된 사회의 모습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는가?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20대의 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이 본인의 모습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자아 성찰을 시작으로 자기계발에 담긴 모순점을 깨닫고 당연시 되고 있는 과도한 경쟁에 의문을 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을 향한 첫걸음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