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IST대학 제9대 문화행사위원장이자 작년 4월부터 학생회장의 궐위로 2019년 임시학부대표를 맡았던 이상헌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제가 학부대표자가 된 과정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 늦게라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자치회장들이 모여 있는 기구인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고, GIST대학 학생회칙 제5장의 제38조 권한대행 항목을 근거로 총학생회 회장단의 직무와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습니다. 임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자치회에 몸담고 있었을 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학부에는 학생회, 하우스, 동아리연합회(동연회), 문화행사위원회(문행위) 등의 여러 자치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학생 자치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학교가 학생들의 모든 일을 책임질 수는 없고 학생들의 일은 학생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즉, ‘학교와 학생 양측 모두의 편의를 위해서’입니다. 반대로 자치회가 없다면, 학교와 학생 모두 불편을 겪습니다. 만약 동연회가 없었다면 동아리 예산 지원·분배가 어려웠을 것이고, 하우스가 없었다면 입사생의 관리를 위해 통금이 생겼을 수도 있고, 문행위가 없었다면 축제가 없었을지도 모르고, 학생회(혹은 학생대표)가 없었다면 작년 종강도 그대로 연기됐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를 인지하고 계십니까? 학교에서는 매년 자치회 출범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혹시 모를 자치회의 부재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는 3년 동안 자치회를 하는 내내 의문이었습니다. ‘없으면 불편하다’보다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짙은 것은 당연하지만, 간혹 전자를 아예 인지하지도 못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자치회를 쉽게 폄하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가끔 자치회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마찰을 완장질, 권력남용과 같은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특히 명백히 본인의 실책으로 인한 일을 자치회가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비꼬며 말할 땐 너무나도 역겹습니다.
자치회에 대한 비판이 칭찬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은 도를 넘어 비난에 이르기도 합니다. 자치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비판은 분명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자치회 구성원도 사람이기에 비판보다 칭찬에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 자신에게도 칭찬과 비판 중 무엇이 더 큰 원동력이었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칭찬받을 일을 해야 칭찬하지’, ‘칭찬받으려고 자치회 하나?’, ‘자기가 선택했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와 관련해 길게 말하진 않겠습니다. 본인의 상황에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 비난이 아닌 정당한 비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난은 어떠한 해법도 내놓을 수 없으며 서로의 기분만 상하게 합니다. 일례로 지난학기의 하우스 대나무숲 사건이 있습니다. 처음 몇 개의 글은 저도 공감할 만한 정당한 비판이었지만, 어느샌가 무차별적인 비난들이 올라오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익명으로 무례한 글을 쓰는 것은 삼가시고, 자치회의 세칙 및 공지와 같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비판해 주셨으면 합니다. 혹 본인의 지적이 틀렸을 땐 익명을 통해서라도 사과하시면 좋겠습니다. 자치회들은 정말 사소한 일에도 많이 사과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자치회장들은 툭 치면 억하고 사과문이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익명의 학생이 사과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과는 자치회장만의 미덕이 아닙니다.
위의 내용은 19년도 동연회장과 총하우스장에게 승인을 받고 작성했습니다. 타 자치회장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업무 자체에서보다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많다고 합니다. 물론 자치회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어, 자치회들이 힘을 얻고 일을 합니다. 이 글은 익명으로 불만을 무례하게 표출하거나, 자치회를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아니꼬워하는 분들, 자치회의 존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자치회가 여러분의 비판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듯 여러분도 자치회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