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초등교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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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활동 마지막 날, 도덕초 6학년 멘티와 사진을 남겼다.

푸른등대 NH농협 대학생 재능봉사 캠프 수기

교내활동 마지막 날, 도덕초 6학년 멘티와 사진을 남겼다.
교내활동 마지막 날, 도덕초 6학년 멘티와 사진을 남겼다.

1월 6일, 전국에서 대학생 90여 명이 농·산촌의 9개 초등학교로 모였다. 푸른등대 NH농협 대학생 재능봉사 캠프(이하 농협 캠프) 참여를 위해서다.

한국장학재단(이하 재단)에서는 국가(우수)장학금 수혜 대학생이 교육 소외지역의 청소년에게 교육 봉사를 진행하는 대학생 재능봉사 캠프를 방학마다 개최한다. 필자는 대학생 멘토로 캠프에 참여해 전라남도 고흥군의 도덕초등학교(이하 도덕초)에서 3주간 활동했다.

대한민국은 다민족 국가다
도덕초는 전교생이 40명 남짓인 시골의 작은 학교다. 이번 캠프에는 도덕초 4~6학년 26명이 참여해 함께 활동했다. 시골의 특성상, 도덕초의 학생들도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았다. 이를 처음 안내받을 때부터 다문화가정 멘티를 어떻게 대할지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다문화가정 멘티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필자가 의도치 않게 다문화가정 멘티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뒤로한 채 도덕초 도서실에서 처음으로 멘티를 만났다. 한눈에 봐도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아이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다민족 국가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아이들을 만난 지 얼마 안 돼 사라졌다. 아이들은 다문화가정 친구에 대한 편견 없이 같이 어울려 지냈다. 아이들에게 다문화가정 친구는 그저 다 같은 친구였을 뿐이고, 따돌림이 아닌 따뜻한 마음만이 있었다.

아이들의 성숙한 태도 덕분인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을 콤플렉스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의 나라를 당당히 소개해 주기도 했다.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편견을 가졌던 필자가 부끄러워졌던 순간이었다.

사랑은 변화의 원동력이다
다들 어릴 때는 말썽꾸러기였듯, 멘티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지 못하는 멘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멘티, 멘토에게 버릇없이 구는 멘티 등 다양했다. 도덕초 선생님도 미리 이 점을 알려주고 폭력과 욕설을 제외한 모든 훈육을 허락했다.

그런데 멘티들과 지내보니, 이러한 멘티의 말썽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굴거나 버릇없이 구는 것은 관심을 받기 위함인 것 같았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가 된 것은 주위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친구들에게 다가갈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멘토들은 문제가 있는 멘티들을 엄한 말로 다그치기보다 사랑으로 감싸줬다. 필자는 초등교사나 교육대학 재학생이 아닌 만큼 서툴기도 했지만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멘토들이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은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아이들의 입장에 공감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조그만 것들이 아이들이 원했던 것인지, 몇몇 멘티들은 점점 행동이 달라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멘티는 한 6학년 여학생이었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첫날의 아이스 브레이킹에도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말도 전혀 하지 못했다. 마음의 한구석이 심하게 다친 느낌이었다. 하지만 멘토들이 옆에서 친근하게 대해주었고, 그 덕분인지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했다.

멘토의 노력은 교내활동 마지막 날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체육대회서 친구들과 함께 피구를 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많은 학생을 지도해야 해서 모든 학생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기 어려운데, 멘토가 채워준 부족한 사랑이 변화를 이끈 것 같았다. 사랑은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시선을 아이들에 맞춘다는 것
교육봉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멘티의 시선에서 끊임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멘티의 이해도를 파악해야 멘티의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르친 멘티는 6학년 A, B 학생이었다.

두 학생은 학업 수준의 차이가 컸다. A학생은 초등학교 교과 내용을 대부분 이해하고 있었지만, 문제 풀이 중 계산 실수를 많이 했다. B학생은 교과 내용 자체의 이해가 부족했다. 필자는 두 멘티의 학습 지도 방법을 다르게 하고 수업 내용을 따로 준비했다.

B학생에게는 적은 내용을 확실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가르친 내용은 원의 넓이였는데, 원을 잘게 잘라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과정을 천천히 설명했다. B학생이 부족했던 것은 사고력이었기 때문에 학습 자료에 가벼운 질문을 계속 던져 사고를 유도했다.

A학생에게는 계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문제 풀이 위주로 수업했다. 계산이 비교적 많은 소수의 나눗셈 단원을 활용했다. 문제 풀이 과정 하나하나마다 소문제를 출제해서 A학생이 실수하는 부분을 정확히 알도록 했다.

이렇게 노력했지만 가르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대한 맞춰준다고 생각해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 원의 넓이를 설명하는 데만도 3일이나 걸린 것이다. 새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워졌다.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낫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는 속담이 있듯, 가끔 아이들의 행동에서 깨달음을 얻곤 했다.

도덕초에서는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걷지 않는 대신, 쉬는 시간에만 사용을 허용한다. 그래서 가끔 필자가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꺼내면 아이들은 칼같이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휴대폰 쓰면 안 돼요”라고 말했고, 그때마다 머쓱해하며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이런 소소한 일 외에도 꽤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바로 다양한 과자와 물엿을 사용해 작은 집을 만드는 과자집 만들기 활동이었다.

멘토는 활동 전날 미리 예시 작품을 만들었다. 멘토들은 무게의 균형, 안정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서 집을 만들었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멘티들은 순수하게 집을 꾸며 나갔고, 그 결과물은 멘토의 작품보다 훨씬 더 크고 예뻤다. 굴뚝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집도 있었다. 동심을 가진 아이들이 더 멋진 작품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화를 냈던 순간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화를 낼 상황이 생긴다.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는 것은 최대한 말로 타이른다고 해도, 화를 못 참는 상황은 따로 있다. 바로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순간이다.

멘토는 멘티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므로 멘티들의 건강과 안전에 늘 신경을 써야 했다. 그래서 버스로 이동할 때는 멀미가 있는 멘티를 확인해 멀미약을 받아오고,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는 알레르기가 있는 멘티를 확인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했다.

멘티 중에는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이 있었다. 교외 활동 중 식사에 새우가 들어간 음식이 나온 적이 있는데 멘토에게 식단표가 공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미리 알 수 없었다. 그때 필자가 음식에 새우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멘티는 위험해질 수 있었다.

필자는 멘티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것에 정말 화가 나서 캠프 관계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그때서야 식단표의 알레르기 관련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평소에 화를 거의 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멘티의 안전이 위험해지자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틈만 나면 전화하시는 부모님의 행동을 가끔 과잉보호라고 생각했지만, 보호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이런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비록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초등학교 선생님이 돼 보니, GIST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꼈다. 멘티를 성장시키며 얻는 성취감은 물론, 활동을 함께 기획하며 얻는 협동심, 초등학생과 교류하며 얻는 소통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다른 학우들도 기회가 된다면 교육봉사에 참여해 삶의 진귀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