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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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호 (기초교육학부 교수)

동네 식당에 가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손님을 볼 수 있다. 움츠렸던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듯하여 가슴이 뿌듯하다. 재난지원금으로 식사비를 지급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모습에서 재난지원금이 영세자영업 활성화를 통해 소비 회복에 기여함을 확인할 수 있다.

14조 2,448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재난지원금은 29일 기준, 수급 대상의 약 95%가 지급신청을 마쳤다. 전체 가구에 4인 기준 100만 원을 지급하는 이 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부에서 소비하라고 돈을 주니 우선 반갑고 고마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에게도 정말로 즐거운 소식일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새로운 경험이다. 이러한 비상시기에 경제 성장의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난지원금은 설득력이 있다. 고소득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이므로 전체 가구를 지급대상으로 하되 본인이 희망하면 기부토록 한 것은 정치적 묘수로 보인다. 그러나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하는 경제학자로서 현행 지급방식의 효율성에는 의구심이 든다. 고소득자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겠지만 과연 이들의 총지출도 증가할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들은 다른 지출을 줄여 총지출은 결국 그대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 사회의 메가트렌드는 소득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다. 소득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은 당위성을 가진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후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취업소득은 지속해서 정체하거나 감소했다.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같은 이전지출이 하위 계층의 감소한 취업소득을 상쇄했다는 통계청 발표를 살펴보자. 이 통계는 취약계층의 감소한 취업소득을 정부의 현금 지급으로 보충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소득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을까? 우리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차가운 머리를 요구한다.

같은 규모의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소득 하위 50% 국민, 특히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지급하면 어떨까?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2020년 기준 약 14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러한 금액을 투입하고도 높은 상대빈곤율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지출은 이미 113.0조 원 증가했고, 2019년 발표된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세출 급증과 세입 증가 추세 완화로 2023년까지 매년 3% 이상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계획되어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2023년 GDP 대비 국가채무는 46.4%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번 1, 2차 추경에 이어 대통령이 지시한 ‘전시(戰時) 재정’에 준하는 30~40조 원 규모의 3차 추경이 편성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현 정부 출범 3년 만에 36%에서 올해 말 46%를 초과하게 된다. 이렇게 급증하는 국가채무는 결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한다.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65세 이상의 노인 비중이 2060년에는 43.9%로 세계 최고가 될 전망이다. 또한,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50년대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2018년 2.7%, 2019년 2.0%를 기록한 후 2020년에는 마이너스가 되리라 전망한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지출의 효율성이 담보되도록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감한 규제철폐와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식어가는 경제성장 엔진을 살릴 수 없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늦추고 우리 학생들이 짊어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코로나 사태를 경제 개혁을 위한 계기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김 상 호 (기초교육학부 교수)
김 상 호 (기초교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