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계에서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하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가 주요한 논쟁거리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 이용자뿐만 아니라 여러 의원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이에 <지스트신문>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을 다뤘다.
확률형 아이템과 자율규제의 실패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의 뽑기와 같다. 이용자가 게임 내 재화나 현금을 사용해 원하는 아이템을 일정한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고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 측의 수익을 손쉽게 올려준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속적인 이윤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입원으로써 대부분의 게임사가 주요 수익 모델로 채택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최신 모바일 게임은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게임사 차원에서 공개하는 등 자율적으로 규제할 것을 약속했다. 쌓여가는 게임 이용자의 불만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러나 2014년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발표한 자율규제안에서는 전체 이용가 게임만 확률 공개의 대상으로 하는 등 허점이 많았다. 게임사들은 유료로 얻는 재료의 확률은 공개하지만, 해당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뽑기의 확률은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직접적인 뽑기 확률 공개를 회피했다.
이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여부를 감시하지만, 여전히 게임 이용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시를 믿지 못한다. 작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18세 이상 30세 미만 3,5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불신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게임 산업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관련 법 제정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간하는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9년 기준 15조 5천억 원으로 4년 사이에 1.5배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2006년에 제정된 관련 법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민주당 이상헌 의원 외 16인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작년 문체부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있던 ‘확률형 아이템 개념 조항 신설’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이상헌 의원 안은 게임산업법 제2조 13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직·간접적으로 게임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인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정의함으로써 확실하게 규제하도록 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구체적인 법안을 덧붙이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게임산업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1월 8일, 민주당 유정주 의원 외 9인이 확률형 아이템의 과소비와 사행성 조장을 문제 삼으면서 게임 이용자에게 아이템 확률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가했다. 지난 3월 5일, 민주당 유동수 의원 외 10인이 기존 게임에서 만연하는 컴플리트 가챠1)와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된 확률 조작을 금지하기로 했다.
게임업계와 이용자, 반응 엇갈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협회는 게임산업법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해 오래된 현행법의 개정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현 전부 개정안(의안번호 제2106496호)은 한국 게임산업의 진흥보다 규제를 위한, 게임 산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개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은 아이템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영업 비밀이므로 구체적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협회는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발자도 확률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아이템의 구체적인 종류, 효과와 성능 등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정의를 요구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의견서 제출 이후, 이용자는 국민청원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전면규제 ▲확률 전면 공개 ▲소비자에게 필요한 모든 게임 내 정보의 수치화와 공개 의무화를 청원했다. 지난 2월 16일부터 한 달 여 진행된 청원에 3만 4천 여명이 동의했다. 유명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이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부 이용자가 국회의사당 앞에 “확률 조작을 해명하고 확률을 공개하라”는 내용이 적힌 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 2월 26일에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의 법적 의무화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월 17일, 콘텐츠 미래융합포럼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확률정보를 공개, 감시할 수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계획 중이라 밝혔다. 게임법에 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