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과 도전으로 이뤄낸 성과, 김혜진 동문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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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대학 물리학과 연구실 앞에서 밝게 웃고 있는 김혜진 동문의 모습이다.

<동문회 사람들>은 GIST 선배와 가벼운 수다를 떠는 시간입니다. 쉽게 만날 수는 없지만,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먼저 길을 걸어간 그들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코넬 대학 물리학과 연구실 앞에서 밝게 웃고 있는 김혜진 동문의 모습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GIST 학부 졸업생 146명 중 해외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은 3명이다. 해외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GIST 학부생에게는 막막한 현실이다. <지스트신문>은 지난 8월에 학부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코넬 대학교의 Ph.D 프로그램에 진학한 김혜진 동문(물리, 18)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머신러닝과 융합한 응집물질물리학자, 김혜진 동문

김혜진 동문은 GIST 물리학 학사를 취득하고 코넬 대학 물리학과(Department of Physics)의 Ph.D 프로그램(*)에 진학했다. 김혜진 동문의 주된 관심 분야는 응집물질물리학 중 강상관계와 위상 상전이에 관한 연구다. 응집물질물리학은 입자 간 상호작용이 강해 응집된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강상관계는 구성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계를 말하며, 운동에너지보다 상호작용 에너지의 효과가 훨씬 크게 작용한다. 김혜진 동문이 진학한 연구실은 강상관계, 위상 및 양자 임계점을 주로 연구한다.

김혜진 동문의 연구실에서는 응집물질물리학과 여러 분야의 융합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 동문은 “현재 맡은 프로젝트는 구글과 협동해 양자 컴퓨팅과 머신러닝을 다루는 연구다.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최신 주제다”라며 분야를 소개했다. 학부 졸업 연구로 강상관계에 머신러닝을 접목한 연구를 진행했던 김 동문은, 해당 분야의 연장선상에서 연구를 지속하게 됐다.

 

학부 생활은 미래의 연구자답게

김혜진 동문은 학부 시절 참여한 프로젝트와 인턴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응집물리학 분야로의 진출을 결정했다. 김 동문은 “김근영 교수님의 머신러닝 프로젝트에 짧게 참가하며 전산물리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전산물리 연구실 인턴으로 지내며, 응집물질물리학에 흥미와 적성을 느꼈다”며 관심 분야를 좁혀간 과정을 소개했다.

졸업 전 4학기 동안에는 쉬지 않고 조교 활동을 이어왔다. 김 동문은 “주로 이론물리학 분야 대학원생은 전체 프로그램 동안의 펀딩(**)을 수업 조교로 충당하기 때문에, 조교 활동을 해본 학생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수업 조교를 했던 경험이 입시 서류 준비 및 면접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동문은 학점관리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학점 관리에 관한 질문에 김 동문은 “교재 위주로 공부했다고 답하면 너무 진부할까 걱정이다”라며 성실함이 최고의 덕목임을 역설했다. 김 동문은 “물리 전공과목은 물리 수식의 아름다움을 감히 이해해보겠다는 허황한 꿈을 버리면 공부하기 더 수월하다”며 물리학과 학생에게도 유쾌한 조언을 전했다.

 

도전 정신으로 시작된 유학의 길

김혜진 동문은 본래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해외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생각이었으나, 학부 졸업 후 바로 도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 동문은 “해외 대학원 입시에는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이 들지만, 설령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분명 얻어갈 것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혜진 동문은 관심 분야와 펀딩의 안정성, 그리고 학식의 질을 고려해 코넬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김 동문은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가 제일 고민이었다. 합격하면 바로 진학하고 싶은 대학을 선택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목표를 높여 코넬 대학에 원서를 냈다”며 설령 합격 가능성이 적은 대학이더라도 본인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대학원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는 연구자의 자질이다. 김혜진 동문은 연구 경험과 지도교수가 작성한 추천서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GIST가 연구 중심 학교이기에 관심 분야의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교수님께 추천서도 받을 수 있었다”며 대학원 입시의 경우 무엇보다 연구 관련 활동이 우선시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혜진 동문은 유학을 함께 준비하는 스터디가 입시 전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유학 입시는 누구에게나 생소하고 혼란스럽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스터디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동문은 “합격 결과를 기다릴 시기에 유학 준비 스터디원들과 서로 다독이며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었다. 함께 고생한 탓에 전우애도 생겼다”며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김혜진 동문은 해외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학생에게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쌓으라는 말을 건넸다. 김 동문은 “타국 땅에서 적어도 10년 정도 거주할 준비를 하는데, 그전까지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쉬운 마음이다”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Ph.D 프로그램 : 미국의 STEM 분야의 Doctorate degree program, 즉 박사과정을 말한다. 한국의 석박사 통합과정과 유사하다.

**펀딩 : 학교, 정부 또는 연구 보조금 등으로부터 받게 되는 모든 종류의 재정 지원. 보조 조교(TA), 연구 조교(RA), 대학원 조교(GA) 및 프로젝트 특정 연구 지원 자금 등의 종류가 있다.